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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메노 규사쿠] 소녀지옥

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by 일루젼 2026. 8. 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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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유메노 규사쿠 / 마이너스
출판 : 해밀누리
출간 : 25.11.27


       

 

스기야마 나오키, 또는 유메노 규사쿠.

한 세상을 꿈꾸듯 살다 갈 수 있다면-

 

그의 오랜 대표작 <소녀지옥>이 새로운 번역으로 출간되어 읽어보았다. 

 

아쉬운 지점들은 꽤 있다.

AI 번역 기능의 도움을 받아 팀 번역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 자연스럽지 않은 문장이 종종 보인다.

한 작품 안에서의 문체 통일도 조금만 더 다듬어주었다면.

 

하지만 작품을 읽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고, 아직 소개되지 않은 여러 작품들이 이런 실험적인 도전을 통해 번역 출간 된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한 권만을 가지고 란포와 규사쿠를 나누어 본다면.

란포는 남녀노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은은한 인간혐오와 그로테스크에의 추구가 느껴진다. 

규사쿠는 '남성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이상(理想)'에서 출발한다. 틀림없이 섬세하고 사실적이지만 '남성이 보는 여성'이라는 기본 색이 사라지진 않았다. 인간이라면 가지고 있는 친절함, 교활함, 집착, 복수심... 그것에 '여성'을 덧붙여 재해석한다. 

 

물론 당시의 기준으로 바라본다면 또 다른 해석과 감상이 나올 것이다. 

많은 작품을 접하고 작가의 일생을 연구한 다음 나온 해석이 아니며, 극소수의 작품에서 받은 개인적인 감상일 뿐임을 밝혀둔다.

 

두 작가 다 호다.

끝. 

 


 

시라타가 히데마로에게 우스키 리헤이가 쓴 편지



저는 지난번, 마루노우치 클럽의 경술회에서, 단시간 영광을 얻은 사람으로, 귀형과 마찬가지로 규슈 제국대학, 이비인후과 출신 후배입니다. 작년, 쇼와 8년 6월 초순부터, 이곳 요코하마시 미야자키초에, 우스키 이비인후과 간판을 내걸고 있는 자입니다만, 돌연 이와 같은 기괴한 편지를 올리는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  

히메쿠사 유리코가 자살했습니다.

그 이름 그대로 가련하고, 청정무구한 모습을 한 그녀가 자살했습니다. 비둘기 같은 작은 가슴에 떠오른 뿌리도 잎도 없는 망상에 의해, 귀하와 저의 가정은 말할 것도 없고, 온 도시의 신문, 경시청, 가나가와현의 사법 당국까지도, 그 허구의 천국을 구성하는 재료로 짜 넣어 온 셈이었으나,
리어 일종의 협박에 가까운 지옥도를 그려내고 만 그녀는, 마침내 그녀 자신을, 그 자신이 창작한 지옥도의 맨 밑바닥에 장사 지낼 수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그 지옥도의 실재를, 자신의 죽음으로 뒷받침하여, 저희들을 끝없는, 공포의 무간지옥에 밀어 넣기 위해...

저는, 그 언뜻 보기에 평범하고, 아무것도 아닌 사건의 연속처럼 보이는 그녀의 허구의 이면에 맥동하는 불가사의한 심리 작용의 무서움, 그 심리 작용에 대한 그녀의 집착을, 귀하에게 조목조목 설명해야 하는 이상한 책임을 지고 있는 자입니다. 

게다가 그 어려움을 다한, 일종의 기이한 책임은 오늘 오후에, 생각지도 못한 미지의 인물로부터, 저의 두 어깨에 내던져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특별한 보고서도, 순서상 그 알 수 없는 미지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부터 쓰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체온 측정 후에, 스스로 모르핀을 주사한 듯합니다. 4일... 그렇군요... 그저께 아침은 시트 속에서 차가워져 있는 것을 간호사가 발견했습니다만..." 
"간병인도 아무도 없었습니까?"
"본인이 필요 없다고 말했기에,.."
"그럴 만도... 하네요."
"깔끔하고 예쁘게 화장을 하고, 볼연지와 입술연지를 바르고 있어서, 경직된 시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살아 있을 때처럼 미소를 머금고 있어서요. 실로 비참한 기분이 들더군요. 이 유서는 베개 밑에 있었습니다..."
"검시는 받으셨습니까?"
"아니요."
"어째서입니까. 의사법 위반이 되지는 않습니까?"
상대방은 조용히 제 눈동자를 응시했다. 그야말로 악당다운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검시를 받으면 이 편지의 내용이 공개될 우려가 있으니까요. 동업자의 호의라는 것이 있습니다."
"과연. 고맙습니다. 그렇다면 선생님께서는 유리코의 말을 믿고 계시는군요."

- 콧방울이 아무 낮아서, 눈과 코 사이가 먼 느낌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그만큼 그녀가 사람이 좋고, 순진한 성격으로 보였던 것은 다툴 수 없다.
나는 그러한 그녀의 얼굴 생김새를 단 한 번 본 순간에, 그녀의 콧방울에 성형수술을 해 보고 싶어졌던 것이었다. 이 정도의 파라핀을 저기에 주사하면, 이 정도의 코는 된다. 그녀의 콧방울은 비골과 밀착되어 있지 않은, 지극히 수술하기 쉬운 종류의 콧방울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일종의 직업의식에서 온 어리석은 매혹이, 그녀를 고용하기로 결심한 나의 심리 밑바닥에 움직이고 있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 이런 내 목적은 머지않아 훌륭하게 달성되었다. 그녀는 내 병원에 고용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갑자기 몰라볼듯한 미소녀가 되어, 병원 복도를 날아다니게 되었다. 결코 자가 광고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형수술 효과가 예상 밖인 것에 놀랐다. 수술을 해준 다음 날 아침, 옅은 화장을 하고 '안녕하세요'라고 말한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본 순간...
'이거 큰일 났다. 터무니없는 미인을 만들어 버렸다...'고 간담이 서늘해졌을 정도였다.

- 그러나 그녀에 대한 우리들의 경이는, 아직 그 정도의 일로는 끝나지 않았다. 그녀의 간호사로서의 솜씨는 나무랄 데 없는 정도의 수준이 아니었다. K대 이비인후과의 훈련도 그렇거니와, 그녀가 실로 천재적인 간호사임을 깨닫게 되었을 때, 나는 마음속 깊이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녀가 이 병원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내가 한 중년 신사의 상악동 축농증 수술을 집도했을 때였다. 처음으로 조수로서 임명된 그녀는 바쁘게 움직이는 내 손가락 사이로, 마취 환자의 절개된 윗입술 틈에 탈지면을 재빨리 집어넣어 넘쳐흐르는 혈액을 닦아내며, 절개 부위가 항상 내 눈에 잘 보이도록 했다. 그 선명하고 숙련된 손놀림을 보았을 때, 나는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탄했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수술에 임해 온 노련한 간호사라 해도, 이러한 수술자의 의도에 대한 예민함과 손끝의 정밀함을 함께 지니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 그러나 그녀가 개업의라는 존재를 환자 입장에서 얼마나 훌륭히 이해하고 있었는가. 그 때문에 우리 일가가 얼마나 그녀에게 감사하게 되었는가. 그 때문에 병원 내의 일을, 거의 비상식에 가까울 정도로 그녀에게 맡겨 버리게 되었는가. 그리고 그 때문에, 이하 기술하는 바와 같은 수수께끼의 여자가 활약할 수 있는 자유를 얼마나 많이 허락하고 있었는가. 아마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 나는 개업 당시부터, 누구나 하듯이 일의 시간표를 정해 두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를 진찰 치료 시간으로 정하고, 6시 이후는 바로 근처의 모미지자카의 자택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만찬을 들 정해두었지만, 개업의의 당연한 책임으로서, 돌아가자마자 바로 입원 환자로부터 아무것도 아닌 고통 때문에 황급히 병원으로 불려 돌아온다.
소위 초목도 잠든 축시(丑時), 즉 새벽 한두 시 무렵에 분별없는 환자에게 불려 나가는 일이 여러 번 있을 것을, 나는 처음부터 각오하고 있었다. 그것은 의사로서 사적으로는 큰 고통일 수밖에 없는 일이었지만, 그럼에도 가능한 한 정성을 다해, 친절히 대하려고 마음먹었다. '고통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지, 병을 고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라며 일반 입원환자의 마음을 그렇게 이해하며 준비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개업한 이후 단 한 번도 그런 일이 없었다. 그 사실이 차츰 이상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혹시 자택에 아직 전화가 설치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그 이야기를 누나들과 자주 나누곤 했다. 그리고 그 '이상함'은 머지않아 풀렸다. 바로 히메쿠사 유리코 한 사람의 활약 때문이었다는 것을 주의 깊게 살펴본 끝에 알게 되었다.
  
- 그녀는 마취가 깰 무렵이라든가, 수술 후의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하는 시간이라든가, 또는 열의 오르내림과 환자의 체질이 관련되어 일어나는 고통의 정도라든가 하는 것에 대해 간호사 이상의 친절함과 예민함을 가지고 있었다. 항상 환자가 뭔가 말하기 전에 선수를 쳐서 처치를 하거나, 예고를 해서 위로하곤 했던 듯하다. 때로는 멋대로 환자의 귀나 코를 씻거나, 심할 때는 나에게 알리지 않고 모르핀 주사, 그 외의 진통, 마취 수단을 취한 것이 이후의 경과에 의해 판명된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환자의 평이 대단했다. 다른 간호사에게 호소해도 머뭇거리거나, 주저하는 것을 그녀는 척척 단행하여 안온하게 하룻밤을 보내게 했으므로, 우스키 병원의 히메쿠사 양이라는 이름이 내 이름보다 먼저 환자들 사이에 호평을 얻은 것도,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물론, 내가 받은 도움도 매우 큰 것이기는 했지만... 

- 그뿐만이 아니다. 그녀의 타고난 매력은 사실, 남녀, 노소를 초월한 것이 있었다. 이 점에서는 나의 가족들도 한마디로 대단하다고 평하는 것 외에 다른 말은 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가 그녀의 수완에 감탄하고 있었다.

- 물론 그때 나는 그녀의 행복을 빌고 있는 오빠나 부모님을 떠올리며, 상당히 정성스럽게 뭉클해져 있었기에, 그녀의 그러한 태도를 조금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의 뒷모습을 배웅하며, "고작 20엔밖에 안 주는데 말이야" 하고 멋쩍음을 감추려는 듯한 농담을 했을 정도의 일이었다. 

- 그런데 여기까지는 정말 훌륭했다. 이쯤에서 멈췄더라면 모든 일이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을 것이다. 그러면 그녀의 정체가 드러나는 일도 없었을 테고, 내 병원도 마스코트를 잃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세상 일이란 대체로 호사 뒤에는 마가 따르는 법. 그녀 안에 숨어 있던 무시무시한 '거짓말쟁의 천재'가 상황이 안정되자마자 다시 꿈틀대며 기묘한 활약을 시작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나 할까.

 

- 그녀 안에 있는 천재가 K대 이비인후과의 시라타카와 나의 가정을 형용할 수 없이 섬뜩한 악몽 속에 빠뜨리기 시작한 원인이라는 것은, 아마 그녀 자신도 눈치채지 못했을 지극히 사소한 사건에서부터였다

 

- 이쯤에서 마치겠습니다.
그녀가 죽은 뒤까지 품고 가려 했던 허구의 유산도, 선생님께 남겨진 책임 또한, 이 한 편의 글과 함께 완전히 -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흔적도 없이 끝나게 될 것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그저, 그녀를 위해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 <별 것 아니었다>

 


- 부모나 형제로부터도 노려보는 시선을 받는다.
흙에서 태어나, 흙투성이 누더기를 걸치고, 새까맣고 추한 흙덩이 같은 할머니가 되어, 흙 속으로 돌아갈 뿐...

- 정말 그렇네요. 공감해요.
하지만 여차장 같은 건 되면 안 돼요.
다른 일은 몰라도, 여차장만큼은 정말로 안 돼요. 농부로 사는 것보다 훨씬 재미없고, 훨씬 더 무섭고, 싫은 일이에요. 여차장의 운명이라는 건, 길거리에 흩어진 종잇조각보다 훨씬 값싼 것이에요. 여차장이 되어 보면 곧 알게 돼요. 
간단히 말하자면, 농부의 딸로 있으면 신랑감은 순박한 마을 청년들 중에서 부모님이 골라 주시잖아요. 운이 좋으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여차장이 되면 그런 행복은 처음부터 포기해야 해요. 회사 중역이라든가 임원이라든가, 자동차 담당 순경님 같은 이들의 말은 아무리 부당하고 불쾌해도 얌전히 들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바로 해고돼요. 어떻게든 구실을 붙여서 쫓아내 버리니까요.
저처럼 의지할 곳 없는 고아 여자는 더욱 그래요. 그래서 현명한 사람이라면, 되도록 화장도 하지 않고, 월급이 오르지 않는 것도 각오하면서, 눈에 띄지 않게 그늘 속에서만 일하고 있어요.
그 바보 같은 숨 막힘이란... 정말, 말로 다 할 수 없어요.

- 그리고,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저는 아시다시피 부모도 형제도 없는 고아라서, 종업원이든 전화 교환수든 뭐든 될 수 있었지만, 여운전사가 용감하고 멋지다고 생각해서, 그 연습 삼아 여차장이 되었어요. 그런데 막상 소원대로 운전사가 되어 돈을 번다 한들, 그다음엔 아무 목적도 없어요. 효도할 부모도, 귀여워할 동생도 없으니까요. 
사는 게 재미없어요. 매일같이, 아무 목적도 즐거움도 없는 텅 빈 세상을, 베일 듯한 바람에 휩쓸리고, 쓰레기투성이 태양에 구워지면서, 목숨 걸고 뛰어다니는 기분이에요.
취한 손님에게 놀림을 당하거나, 무서운 순경에게 손을 잡히거나, 멋 부리는 운전사에게 찔릴 때마다, 마음 깊은 곳까지 외롭고 슬프고, 허무해져요. 그래서 속도를 잔뜩 올려 무언가에 부딪혀 엉망이 되어버렸으면 좋겠다고, 그런 생각만 하게 되는 장사예요. 미안해요. 당신을 생각해서 정말 사실만을 말하고 있는 거니까, 화내지 말아 주세요. 

- ["당신 회사에 니타카 다쓰오라는 운전사가 오면 반드시 조심하세요. 니타카 다쓰오라는 사람은 도쿄 운전사들 가운데서도 가장 남자답고, 동시에 가장 무섭고, 평판이 나쁜 사람입니다. 그는 아오 버스에서 일하던 동안 수많은 여차장을 꾀어 내연 관계를 맺고, 싫증이 나면 닥치는 대로 죽여 버린 다음 어디엔가 버려둔다고 해요. 하지만 범행이 워낙 치밀해서 아직 한 번도 의심조차 받지 않은, 이상하고도 무서운 사람이라고 합니다. 이 소문은 여차장들 사이에서만 도는 이야기지만, 요즘 들어 경시청의 시선이 점점 니타카 씨에게 향하기 시작해서 그는 몰래 아오 버스를 그만두고 어딘가로 사라졌어요. 어디 시골로 도망쳤다는 말이 도니, 혹시라도 당신 회사에 오면 반드시 주의하세요. 쓸데없는 걱정일지도 모르지만, 마음이 쓰여서 적어 봅니다."
이렇게 연필로 급히 휘갈겨 쓴, 그런 편지였어요.
저는 정말 충격을 받았어요. 근데 바보처럼 정직한 저는, 그 편지를 아버지께 보여드리지도 않고 곧장 니타카 씨에게 가져가 보여주고 말았어요. 이제 니타카 씨와는 깊은 관계가 되어 버렸으니까, 오히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버린 걸지도 모르겠어요. 니타카 씨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 ]


- 그런데 지에코 씨, 깜짝 놀라면 안 돼요.
저, 완전히 니타카 씨가 좋아져 버렸어요. 이것이야말로 정말 목숨을 건 사랑이에요. 그리고 동시에 어떻게든 쓰야코 씨의 원수를 갚고 싶어졌어요. 니타카 씨를 혼내주고, 싹싹 빌게 한 끝에 자살시키거나 어떻게 하면, 얼마나 유쾌할까 하고 생각해 버렸어요. 
이렇게 문구로 써 보면 제가 하는 말이 모순되어 보이겠죠. 하지만 그때의 기분은 조금도 모순되지 않았어요. 그때만큼 제 마음이 희망으로 가득 찼던 적은 없었어요. 장래에 아무 희망도 없던 텅 빈 가슴이 크고 생생한 행복으로 가득찬 것처럼 느껴졌어요. 
저는 글자 그대로 기뻐하며 용감하게 니타카 씨의 하숙집에 갔어요. 그리고 하나부터 열까지 니타카 씨가 말하는 대로 해주었어요. 조금도 무섭지 않았어요. 니타카 씨도 이제 완전히 속아 넘어가 정신이 없었어요. 
그래요... 저, 무모할지도 몰라요.하지만 무모해도 좋아요. 

- 손쓸 수 없는 상태였대요.
그때 열차의 후부 차장이었던 가코가와 씨가 달려와 니타카 씨를 안아 일으켰더니, 그는 희미하게 눈을 뜨고, 숨 막히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당했다... 당했다... 쓰야코의 원한이야... 젠장... 쓰야코, 쓰야코, 쓰야코다..."
그 말을 끝으로 숨이 끊어졌대요. 그 후부 차장, 가코가와 씨가 일부러 문병 와서 그 이야기를 해 주셨어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저는 무심코 빙긋 웃어 버렸어요. 온몸의 피가 스르르 따뜻해지며, 당장이라도 달려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기운으로 가득 찼어요. 니타카 씨는 쓰야코 씨의 원수, 저에게 '당했다'는 걸 알며 죽었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눈물이 멈추지 않아 곤란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가코가와 씨와 간호사 분이 저를 너무 안타까운 눈으로 보셨거든요.
여러 가지 위로의 말을 해 주셨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저는 신께 감사하며 기뻐서 울고 있었는데, 그분들은 슬퍼하면 안 된다, 슬픔은 몸에 해롭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때 저는 속으로 깊이 생각했어요.

'여자 같은 건 함부로 위로할 게 아니야. 무엇에 대해 울고 있는지도 모르는 걸.'

 

- <살인 릴레이>



- ... 위해 써 둔 다른 편지를 경찰서에 보내 주세요.
만약 그렇게 해도 이 사건의 진상이 세상에 발표되지 않고 교장 선생님과 한패가 되어 천박하고 파렴치한 짓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교장 선생님과 함께 이 사건을 어둠 속에 묻으려 하고 계신다면, 그런 관계와 신문 기사를 담아 이것과 같은 또 한 통의 사본을 어떤 방면으로 돌려 훨씬 늦게 발표해 주도록 부탁해 둔 것입니다.

 

- 제 검은 시체에 얽힌 교장 선생님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절차를 제대로 마련한 것입니다. 제 친구는 머리가 좋고 결단력이 강한 사람이라, 이 마지막 한 통의 편지가 누군가에게 가로막히는 어설픈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 저는 제 삶을 그저 헛되이 새까맣게 태워버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교장 선생님과, 그분과 함께 부패와 타락에 젖은 이기주의적 남성들에게 화성의 여자가 주는 흑소라는 즉효약을 한 봉지씩 먹이고 싶은 것입니다. 요즘 흑소가 한창 유행이니, 효과가 전혀 없지는 않겠지요.
'화성의 여자가 주는 흑소'
얼마나 진귀한 약입니까. 어쩌면 이집트 미라의 한 조각보다 더 비싼 것일지도 모릅니다. 드신 소감은 어떠하십니까? 분명 상쾌해지셔서 마음의 구석구석까지 시원해지셨을 것입니다.
호호호호호. 호호호호호호호...

- 그저... 새까맣게 된 화성의 여자의 복수를 이렇게 도와주는 제 친구가 누구인지는 생각하지 않는 편이 좋겠지요. 만일 누군지 드러나도 단지 깜짝 놀라실 뿐, 손쓸 방법이 없어 곤란해지실 뿐이겠지요.
그분은, 저처럼 지나가는 일로 선생님을 원망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분은 폐병으로 누워 계신 친어머니와, 교장 선생님께 유혹당한 뒤 무정한 방탕에 빠져 지내는 의붓아버지를 함께 모시면서도, 그런 사정을 세상에 드러내지 않기 위해 하녀 한 사람 두지 않고, 말없이 웃는 얼굴로 일해 오신 세상에 드문 효녀이십니다. 그리고 그분은 어머니를 그런 운명에 뜨린 악마가 누구인지, 언제나 마음속으로 찾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악마의 이름을 들려드리자마자 곧바로 어머니의 원수를 갚고 싶다는 마음에 또 의붓아버지의 숨겨진 이면을 드러내고 싶다는 마음에 제 부탁을 한마디 망설임 없이 받아들이신 것입니다.

- 지붕 위로 나왔습니다. 저 같은 화성의 여자도 엉덩이를 들어 올렸을 때, 아득히 눈 아래 암흑 밑바닥의 석등에 비친 화강암의 포도를 힐끗 내려다보았을 때는 무심코 식은땀이 흘렀습니다. 
그렇게 고생을 하여 겨우 목표로 했던 붉은 기와지붕의 끝에 기어 올라간 저는, 입에 물고 온 손가방에서 꺼낸 가는 끈의 한가운데를 지붕 가운데에 있는 피뢰침의 뿌리에 묶고 그 끝을 제 몸통에 감아 당기며, 가파른 붉은 벽돌의 경사를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지붕 끝의 빗물받이가 있는 곳에서 얼굴만 내밀고, 바로 아래의 회전창 너머로 방 안을 들여다본 것이었습니다. 온천 호텔의 3층은 전체가 하나의 전망용 살롱처럼 되어 있었습니다. 비가 올 듯하여 무더웠던 탓이었겠죠. 창문 위쪽이 전부 개방되어 있었으므로 내부의 모습이 구석구석 손에 잡힐 듯이 한눈에 보였습니다. 

- 저는 그때 방 안의 모습이 제 상상을 뛰어넘었기에, 그것을 모두 쓸 용기가 없습니다.

 

- 그냥, 필요한 만큼만 써 두겠습니다. 큰 종려나무, 바나나, 칸나의 화분과 여러 가지 사치스러운 모양의 긴 의자가 배치된 금빛으로 번쩍이는 방 안에서는, 체격이 훌륭한 도노미야 행정관 씨와 소름 끼치게 하얀, 빛나는 등의 혹을 노출한 가와무라 서기 씨, 그리고 대머리 곰 같은 털북숭이 교장 선생님이 자동차로 데리고 오신 세 명의 젊은 부인 외에 그곳의 게이샤로 보이는 중년 여인 두 명과 합해서 다섯 명의 천박한 부인들을 상대로 정욕이 하늘까지 치솟은 난장판이 벌어져 있었습니다. 짐승인지 인간인지 알 수 없는 모습과 목소리로 뛰거나, 뛰어오르거나, 굴러다니고, 기어 다니고, 웃고, 울고 계셨어요. 
 저는 잠시 동안 망연히 그런 광경을 넋을 잃고 보고 있었습니다. <현대의 문명은 남성을 위한 문명>이라고 말씀하신 교장 선생님의 연설을 떠올리면서, 이렇게 요괴 같은 인간들과 미인들이 난무하는 광경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눈앞에 보고,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어이없어하고 있었습니다.

 

- 그러다 정신을 차린 저는, 지붕 끝에서 몸을 거꾸로 하여, 침착하게 코닥의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밀랍 성냥을 하나 찰칵하고 켠 후에, 모두의 시선이 이쪽을 향한 순간을 잘 보고 발광기를 태웠습니다. 강하고 창백한 광선은 저쪽의 넓은 방 끝까지도 닿은 것 같았습니다. 제가 발광기를 눈 아래 깊은 나무숲 속으로 내던지자, 긴 의자 위에서 놀고 있던 부인들 중에는 '꺄아'하고 외치며 옷을 입으려 한 사람도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 <화성의 여자>

 


 


옮긴이의 말



- 유메노 규사쿠(夢野久作, 1889~1936)는 일본 근대문학사에서 언제나 조금 비켜서 있는 사람이다. 동시대의 에도가와 란포처럼 추리작가로 분류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에로·구로·난센스'라 불리던 1930년대 기괴 취향의 정점에 놓이기도 한다. 승려, 농장 경영인, 신문 기자를 거쳐 뒤늦게 본격 창작을 시작한 그의 이력만 봐도, 정통 문단의 중심과는 어딘가 어긋난 궤적을 그리고 있다. 그런 그가 남긴 대표작 중 하나가 바로 세 편의 단편을 묶은 <소녀지옥>이다. 이 책 속의 소녀들은 모두 어떤 "사건"과 함께 등장하고, 그 사건의 중심에 선 채 자멸하거나 사라진다. 제목 그대로, 여기서 지옥은 추상적인 종교적 공간이 아니라, 1930년대 일본 사회에서 소녀의 몸과 마음이 밀려 들어가는 곤두선 현실을 가리킨다.

- 세 편 가운데 마지막 작품인 <화성의 여자>, 흔히 '소녀지옥 3편'이라 부르는 이 소설은 그중에서도 가장 길고, 가장 장르적으로 혼종적이다. 무엇보다 처음 몇 장을 넘기는 동안 ...

- 근본적인 불신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작품이기도 하다. 기사와 '참고'는 객관적인 듯하지만, 실제로는 누군가의 의도와 시선이 편집된 텍스트이고, 교장의 연설은 '교육자'의 언어로 포장된 자기변명이다. 우타에의 편지조차, 자신의 복수를 정당화하고 싶어 하는 한 소녀의 서사적 구성물이다. 독자는 끝까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확신할 수 없다. 오히려 그 모호함 속에서, 근대 미디어 사회의 불안 -말과 글이 넘쳐나는 시대에 무엇을, 누구의 목소리를 믿을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계속 떠오른다.

- <소녀지옥>이 발표된 1930년대 일본은, 한편으로는 도시 대중문화가 급속히 확장되던 시기이자, 다른 한편으로는 군국주의와 검열이 거세지던 시기였다. 버스와 전차, 활동사진(무성영화), 기독교계 여학교, '모던'한 생활방식, 대중지와 스캔들 기사, 명문가와 교육계의 체면이 이 작품의 곳곳에 배경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 속에서 울리는 소녀들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지금의 우리와 멀지 않다. 외모 콤플렉스와 몸에 대한 수치심, 성적 대상화와 피해자에게 돌아오는 낙인, "좋은 딸"과 "좋은 학생" 역할을 강요하는 가정과 학교, 사건이 터진 뒤 정작 당사자의 말 대신 기사와 소문만 커지는 구조까지, <화성의 여자>의 풍경은 100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낯설지 않다.

- 이 책을 옮기는 동안, 수십 번씩 우타에의 문장을 고치고 다듬으면서도, 그 밑바닥에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수치와 분노, 연민과 허무, 그리고 어떻게든 말로 남기고 싶다는 고집. 유메노 규사쿠는 기괴한 이야기와 장난스러운 형식을 빌려, 결국 아주 인간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사는 이곳은 누구에게 지옥인가, 그리고 누가 누구에게 그 지옥을 안겨 주고 있는가. 기괴하면서도 너무나 지금 같은 이 작품이, 오늘의 독자들에게도 마음 한쪽에 오래 남는 작은 "흑소" 한 봉지가 되기를 바란다.

2025년 마이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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