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알리 압달 / 김고명
출판 : 위즈덤하우스
출간 : 24.12.04
과정 중심의 삶에 대해 생각한다.
시작점과 종말점만이 존재하는 세계는 단순하다.
그 세계를 결과 중심으로 해석하면 달성했느냐 실패했느냐만이 남는다.
두 점 사이를 잇는 수많은 것들이 무의미해진다.
하지만 아무리 가까운 두 점이더라도 그를 잇는 방법은 무한하다.
수많은 변곡점들을 미분해 작은 직선들로 나눠보면, 더더욱.
태어나 죽는다는 두 지점이 정해져 있다면.
그 사이를 어떤 것들로 채워 넣느냐는 온전히 내 선택이다.
부연하자면, 일어나는 사건들, 타고난 환경 같은 외부 요소들에 '어떤 기분'으로 대처하느냐는.
전체 그림이 어떠할지는 알 수 없지만, 시작점과 종말점이 정해져 있다면.
기왕이면 '아주 미미한 성공들'로 가득 찬 '작은 순간들'로 채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이 한 끼를 먹어도 안 먹어도 잠시 뒤의 나는 배가 고플 테다.
오늘 하루는 살아 있어도 몇 십 년 뒤의 나는 죽어 있을 테다.
그러니 무의미하고 무용해 보인다는 이유로 '즐거움'을 포기하지는 말자.
저자의 생산성 강의를, 나는 내 마음대로 이렇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조금 더 기분 좋은 나날들로 채워가는 것을 '목표'로 하기로.
그 과정 중에 문득, 더 재미난 뭔가를 발견할 수도 있을 테니까.
아. 나는 아무래도, 번아웃 상태인 모양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기분 리셋>을 한국에도 소개할 수 있어 기쁩니다. 이 책을 쓰면서 과연 여기 실린 원리들을 다른 문화권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습니다. 제 이야기와 예시는 서양의 시각에서 출발했지만 생산성과 행복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는 기본 원리는 전 세계에서 통용되리라고 믿습니다.
오래전부터 우리는 생산성의 관건이 수고와 극기 discipline라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항상 수고하는 인생은 불행할 뿐 아니라 오히려 생산성도 떨어집니다. 그래서 이 책은 다른 관점을 제시합니다. 해야 할 일을 하면서도 스트레스, 권태, 번아웃은 피하고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소개합니다.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한 건 수련의 시절이었습니다. 크리스마스 당직을 서며 쩔쩔매다가 의료용품이 든 트레이를 떨어트린 일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그 심란한 순간에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행복을 포기하지 않고도 생산성을 도모할 길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런 탐구의 결과로 아주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기분 좋게 일할 수만 있다면 생산성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것입니다. 생산성을 위해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붙이지 않아도 되고, 성공을 위해 행복을 포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생산성의 비결은 자신에게 에너지를 일으키는 일과 자신에게 중요한 일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근면한 노동과 탁월함의 추구를 중요시하는 문화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워라밸, 즉 일과 생활의 균형과 정신건강의 중요성에도 점점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이처럼 성공과 행복을 동시에 추구하는 문제에 관한 한국 사회의 논의에 이 책에 실린 개념들이 부디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특히 생산성과 자기 계발에 관심이 많은 한국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성공과 행복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하지 마세요. 성공과 행복은 함께 갈 수 있고, 또 함께 가야만 합니다. 이 책은 자신에게 중요한 일을 더 많이 성취하면서도 더 기분 좋게 살기 위한 간단하고도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을 소개합니다.
사실 생산성은 그저 무언가를 많이 한다고 발휘되지 않습니다. 생산성은 중요한 일을 기분 좋게 할 때 발휘됩니다. 이렇게 말하면 수고를 강조하는 전통 관념과 충돌할지 모르지만, 저는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성실과 탁월을 저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이 책을 읽으시길 권합니다. 어떤 부분은 일과 성공에 관한 기존 생각과 충돌할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즉시 공감 가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을 취해서 삶에 접목 ...
- 몇 분 지나지 않아 첫 응급 환자가 이송됐다. 심정지로 쓰러진 50대 남성이었다. 잠시 후 간호사 한 명이 긴급하게 수지 배변유도가 필요한 환자가 있다고 전했다(여기서 수지란 손가락으로...).
오전 10시 30분, 병동을 둘러봤다. A구역에서 재니스 간호사가 주사 세트와 투약 지시서를 한 아름 안고 허둥지둥 뛰어다녔다. B구역에서는 괴팍한 노인 환자가 틀니를 찾아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C구역은 응급실에서 탈출한 주취자에게 점거되었고 그는 "올리브! 올리브!"를 외치며 돌아다녔다(올리브가 누구인지는 끝내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수시로 "알리 선생님, 존슨 환자 열 체크 좀 부탁해요", "알리 선생님, 싱 환자 칼륨 수치가 올라서 좀 봐주세요" 하는 요청이 들어왔다.
- 나는 어쩔 줄 몰랐다. 의대에서는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학창 시절에 나는 꽤 유능한 학생이었다. 힘들 때 대응 전략은 간단했다. 더 열심히 할 것. 그 덕에 7년 전에 의대에 입학했다. 그 덕에 학술지에 논문도 몇 편 발표했다. 그 덕에 졸업 전에 사업까지 시작했다. 극기는 내가 아는 유일한 생산성 향상법이었다. 원래는 잘 통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었다. 몇 달 전에 의사가 된 후로 계속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기분이었다. 야근을 해도 환자를 다 못 보고 서류를 다 처리하지 못했다. 기분도 말이 아니었다. 의대에 다닐 때까진 좋았는데 실제로 의사가 되고 보니 매일같이 혹시라도 내 실수로 누가 죽진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잠을 못 자고, 친구를 못 만나고, 집에 안부도 전하지 못했다. 더, 더, 더 열심히 일만 했다.
- 그런데 이게 뭔가. 크리스마스에 병동에 혼자 남아서 쩔쩔매고 있는 꼴이라니.
- 나도 모르게 의료용품 트레이를 떨어트려서 주사기들이 리놀륨 바닥 위를 마구 날아다니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축축해진 수술복을 허탈하게 내려다보며 뭐든 방법을 찾지 않으면 외과 전문의가 되겠다는 꿈이 물거품이 되고 말 거라고 생각했다.
- 그날 밤, 청진기를 걸어놓고 민스파이(다진 고기로 만든 크리스마스 음식-옮긴이)를 한입 문 채 노트북을 열었다. 한때는 나도 생산성이 무척 좋았는데 그사이에 뭘 잊어버린 거지? 의대 1학년 때 나는 생산성의 비밀을 열심히 탐구했다. 매일 밤늦게까지 최선의 성과를 내는 비결을 운운하는 기사, 블로그 게시물, 동영상을 보고 또 보며 메모했다. 생산성의 대가라는 이들은 하나같이 생고생을 강조했다. 특히 "'매 순간 지긋지긋한 훈련 속에서 포기하지 마. 지금 고생하고 평생 챔피언으로 사는 거야'라고 되뇌었다"라는 무하마드 알리의 말이 자주 인용됐다.
- 크리스마스 자정을 넘긴 시각까지 뜬눈으로 예전에 썼던 메모를 뒤지며 정말로 내가 고생을 안 해서 문제인지 생각했다. 그냥 다시 옛날처럼 열심히 하면 되는 걸까? 하지만 이튿날 더 열심히 하자는 각오로 업무에 복귀했는데도 달라지는 게 없었다. 자정까지 병동에 붙어 있었지만, 그리고 화장실에 갈 때마다 무하마드 알리의 명언을 되새겼지만 서류 처리 속도는 조금도 빨라지지 않았다. 환자들이 만나는 건 여전히 지치고 무력한 알리였다. 나는 여전히 크리스마스의 활기가 심각하게 결핍된 상태였다.
- 긍정적 감정은 우리의 인지 작용, 대인 관계, 전반적 안녕감(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다는 느낌-옮긴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긍정적 감정은 번영하는 삶의 연료다.
- 확장 및 구축 이론을 처음 접한 후 나는 인생을 보는 새로운 관점에 어렴풋이 눈을 떴다. 그때까지는 그냥 더 열심히만 하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좋은 의사가 되고 싶으면 앞으로 죽어라 일할 날만 남은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길이 보였다. 프레드릭슨의 이론에 따르면 긍정적 감정은 우리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바꾼다.
1단계, 기분이 좋아진다. 2단계, 중요한 일을 더 많이 하게 된다.
- 그 이유가 궁금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고 다소 불분명한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과학자들은 몇몇 답을 찾았다.
- 첫째, 기분이 좋으면 에너지가 증가한다. 우리가 느끼는 에너지는 신체적, 생물학적 에너지만 있는 게 아니다. 에너지는 당분이나 탄수화물에서만 나오지 않고 의욕, 집중력, 영감의 혼합물에서도 나온다. 그런 에너지는 어떤 일에 몰두할 때나 다른 누군가에게 영감을 받을 때 느껴진다. 그 이름도 다양하다. 심리학자들은 '정서적', '정신적', '동기 부여적' 에너지라 부르고, 신경 과학자들은 '열의’, ‘활력’, ‘활동적 환기'라고 칭한다. 이렇게 명칭은 분분해도 그 에너지가 집중력, 영감, 의욕을 불러일으켜 목표에 매진하게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 그렇다면 이 신비한 에너지의 근원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좋은 기분이다.
- 긍정적 감정은 네 가지 호르몬과 관련이 깊다. 바로 엔도르핀, 세로토닌, 도파민, 옥시토신으로 흔히 '기분 좋은 호르몬'으로 불린다. 이 호르몬들은 우리가 더 많은 것을 성취하게 한다. 엔도르핀은 주로 신체 활동을 할 때나 스트레스나 통증을 느낄 때 분비되어 행복감을 유발하고 불편감을 감소시키며 그 분비량이 늘어나면 대체로 에너지와 의욕이 증진된다. 세로토닌은 감정 조절, 수면, 식욕, 전반적 안녕감과 연관되어 있다. 만족감을 일으키고 에너지를 발생시켜 더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하게 한다. 일명 '보상' 호르몬인 도파민은 의욕 및 쾌감과 관련되어 있고 도파민이 분비되면 만족감이 생기면서 집중력이 더 오래 지속된다. '사랑' 호르몬으로 알려진 옥시토신은 유대감, 신뢰, 관계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타인과 친밀하게 소통하는 능력이 향상되고 기분이 좋아져서 결과적으로 생산성이 향상된다.
- 그러니까 이 기분 좋은 호르몬들이 선순환의 출발점이다. 기분이 좋으면 에너지가 발생하여 생산성이 향상된다. 그리고 생산성이 성취감으로 이어져 다시 기분이 좋아진다.
- 둘째, 기분이 좋으면 스트레스가 감소한다. 확장 및 구축 이론 외에도 바버라 프레드릭슨은 심리학계에서 말하는 '취소 가설 undoing hypothesis'을 제시했다. 프레드릭슨과 동료들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부정적 감정이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시킨다고 밝혀진 데 주목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보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위험을 피하게 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 "수시로 도서관을 드나들며 <아라비안 나이트>를 완독했다. 하지만 연구는 손에 잡히지 않았다. 흥미가 안 생겼다."
아무것도 안 하니까 의외로 편했다. 학부생들을 가르치고,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캠퍼스를 거니는 것은 좋았다. 일하기가 싫었을 뿐이다. 너무 편했다. 1940년대 말에 파인만은 새로운 정체성을 받아들였다. 물리학을 연구하지 않는 물리학 교수라는.
그러던 어느 날 모든 것이 바뀌었다. 문제가 발생하고 몇 년이 지났을 때였다. 구내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는데 맞은편에 앉은 학생 중 하나가 연신 접시를 허공으로 던졌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했다. 접시가 공중에서 흔들릴 때 그 위에 인쇄된 대학교 로고가 접시보다 더 빨리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파인만은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노벨상을 받을 만한 발견은 아니었다. 그는 핵분열의 비밀을 밝히는 데 기여했지만 비행하는 접시의 특성을 규명할 계획은 없었다. 하지만 호기심을 느낀 순간 사소한 깨달음이 번뜩 스쳐 갔다. 자신이 애초에 물리학에 끌린 이유가 떠올랐다. 회고록에 따르면 그것은 "물리학이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
- "왜 재미있었을까? 나는 물리학을 가지고 놀았다. 마음이 내키는 대로 했다. 핵물리학 발전에 도움이 되고 말고를 떠나서 내가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으면 그만이었다."
식당을 나서며 파인만은 10대 시절에 세상을 어떻게 봤는지 생각했다. 고등학생 때 그는 남들이 뻔하게 여기는 현상에 흥분했다. 수도꼭지에서 멀어질수록 물줄기가 가늘어지는 현상을 보고 왜 그런 곡선이 생기는지 알아내고 싶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다. 과학의 미래가 달린 문제도 아니고 이미 누군가가 규명한 현상이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순전히 재미로 뭔가를 만들거나 가지고 놀았다."
- 혹시 그 시절에 세상을 대하던 태도를 회복한다면 다시 물리학에 재미를 붙일 수 있지 않을까? 물리학을 일이 아니라 재미있는 놀이로 여긴다면?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은" 그는 "재미로 <아라비안 나이트>를 읽듯이 물리학도 중요성 따위는 고민하지 않고 마음 내킬 때마다 가지고 놀기로" 했다.
- 바로 그 흔들리는 접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파인만은 접시가 공중에서 보이는 움직임을 설명하는 방정식을 만들기 위해 몇 주간 매달렸다. 동료들은 어리둥절해서 왜 그러냐고 물었다. 파인만은 "중요하진 않아도 재미있잖아요"라고 쾌활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흔들리는 접시는 파고들수록 흥미진진했다. 급기야는 회전하는 접시의 진동이 원자 내 전자의 진동과 유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양자 전기 역학적 작용과 연관된 현상일 수도 있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나도 모르게 예전에 내가 사랑했던 문제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물론 엄밀히 말하면 일이었지만 말이다."
단, 이번에는 그렇게 물리학자로서 하는 '일'이 번아웃을 일으키지 않았다.
- 파인만 교수가 회전하는 접시에 느낀 호기심은 훗날 노벨 물리학상 수상으로 이어진다. 그가 그 진동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모델이 양자 차원에서 빛과 소립자의 상호 작용을 규명하는 학문인 양자 전기역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파인만은 그 작용을 시각적으로 이해하려면 빠르게 회전하는 접시를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
- 하지만 더욱 놀라운 부분은 그런 정보를 기억할 때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뇌를 스캔해 보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질문을 받았을 때 신경계의 활동이 전혀 달랐다. 도파민을 한 잔 마신 것 같았다. 도파민은 기분 좋아지는 호르몬 중 하나로 뇌에서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를 활성화한다. 따라서 참가자들은 호기심이 생기면서 기분이 좋아졌고, 기분이 좋아지자 정보를 더 잘 기억했다.
- 호기심을 살리는 것이 바로 삶에서 모험을 복원하는 두 번째 방법이다. 호기심이 있으면 삶이 더 재미있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집중력도 더 오래 유지된다. 작가 월터 아이작슨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스티브 잡스 등 누구보다 선구적이었던 인물들의 일생을 연구한 후 "만사에 호기심을 느끼면 더 창조적인 사람이 될 뿐 아니라 인생이 윤택해진다"라고 정리했다.
- 그렇다면 어떻게 호기심이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을까? 한 가지 방법은 내 식으로 표현하자면 '사이드 퀘스트'를 찾는 것이다. <젤다의 전설> <더 위쳐> <엘든 링> 같은 게임에는 수십 가지 사이드 퀘스트가 플레이어를 기다린다. 사이드 퀘스트는 게임의 메인 스토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플레이어의 호기심에서 시작되는 퀘스트다. 혹시 이 동굴에 들어가면, 이 지역에서 가장 높은 곳에 도달하면, 이호수의 밑바닥까지 내려가면 어떻게 될까?
- 상황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면 과정의 주인이 되면 된다.
- FiletOfFish1066은 상사의 지시를 받는 입장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주인이 될 수 없음을 알았다. 하지만 그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해서는 주인이 되기로 했다. 그는 테스트 대상 소프트웨어, 상사의 지시사항, 근무 시간 등 많은 것에 전혀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 그러나 전적으로 그의 손에 달린 것 역시 많았다. 예를 들면 지시 사항을 처리하는 방법,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 주어진 도구를 활용하는 방법이 그랬다. 그래서 업무를 자동화하면 되겠다고 판단해 8개월간 그 목적에 부합하는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 여기서 우리 모두가 배워야 할 점이 있다. 어떤 일의 결과가 타인의 손에 달렸을 때에도 웬만하면 우리가 그 과정의 주인이 되는 방법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고객 지원 부서 직원이라면 회사의 방침을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고객을 응대하는 방법은 선택할 수 있다. 고객의 우려와 불만을 경청하고 공감하며 창의적 해법을 찾으려 노력할 수 있다.
만일 당신이 교사라면 커리큘럼을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수업 방식은 선택할 수 있다. 학생들의 집중을 유도할 기발한 방법을 찾고 재미있는 활동으로 이해도를 높이며 개별 피드백으로 성적을 향상할 수 있다.
- 줄이는 요령을 어떻게 터득할 수 있을까?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부탁을 망설이는 마음을 극복해야 한다. 이때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남을 도우려는 마음이 강하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남을 웃게 하고, 가르치고, 멘토링하는 게 얼마나 큰 에너지를 발생시키는지 여러 번 살펴봤다. 그런데도 남들이 자신을 돕고 싶어 하지 않을 거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조직 행동학자 프랜시스 플린 Francis Flynn과 버네사 본스 Vanessa Bohns에 따르면 우리는 타인이 우리의 부탁에 응할 확률을 많게는 50퍼센트나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 둘째, 올바른 방식으로 요청해야 한다. 무엇보다 되도록 직접 대면으로 부탁해야 한다. 가상으로 요청하면 뭐든 더 어려워진다. 본스는 2017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은 이메일로 요청해도 직접 요청하는 것과 효과가 같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직접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약 서른네 배 효과적이었다"라고 썼다.
- 마지막으로, 올바른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이런 거 부탁해서 정말 죄송한데요"처럼 부정적인 말은 삼가고 "이번에 도와주면 다음번에 저도 도와드릴게요"처럼 거래를 암시하는 말도 금물이다. 그 대신 굳이 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이유를 긍정적으로 말하자.
"당신이 한 X, Y, Z를 봤는데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당신이 A, B, C를 어떻게 했는지 들어보고 싶네요."
이렇게 당신이 높게 평가하는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면 상대방은 당신이 진심으로 자신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생각해 더욱 기꺼이 요청에 응할 것이다.
- 마지막 부분이 핵심이다. 적절한 언어로 도움을 요청하면 도움을 받는 사람만큼 도움을 주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진다. 벤저민 프랭클린 효과를 이용하고 싶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도움을 요청하되 절대로 대가를 암시하는 말은 쓰지 말아야 한다.
-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제일 힘든 부분이 소통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느 정도의 소통이 필요한지 감이 안 잡혔다.
정보 공유가 중요하다는 것쯤은 당연히 알았다. 다만 얼마나 많이 공유해야 하는지 몰랐다. 그러다 결국에는 인내심 많은 직원들의 충고 덕분에 내가 잔소리로 비칠까 무서워서 충분한 소통을 못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직원들은 대부분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피드백을 진심으로 원하는데 나는 적절히 피드백을 주지 않고 있었다. 이는 흔히 발생하는 현상이다. 우리는 적절한 소통의 분량을 과대평가하기보다는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훨씬 강하다.
- 우리는 충분히 소통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충분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책에서는 조직의 단결을 말할 때 소통을 강조하지만 여기서 나는 과잉 소통의 힘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는 충분히 소통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충분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가 공유한 정보를 다른 사람은 다르게 해석할 수 있고 ...
- 애초에 인간이 워낙 거짓말을 잘하는 게 문제다. 우리는 매일은 당연하고 매시간 거짓말을 한다. 2002년에 매사추세츠대학교 심리학자 로버트 펠드먼 Robert Feldman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인간의 60퍼센트가 평균적으로 10분간의 대화에서 최소 한 번은 거짓말을 한다.
물론 모든 거짓말이 동일하진 않다. 대부분은 선의에서 나오는 사소한 거짓말이다. 우리는 친구의 운동화가 실제로는 마음에 안 들지만 멋있다고 말하고, 엄마의 닭 요리가 아주 뻑뻑하진 않다고 말한다.
- 그렇다고 문제가 없진 않다. 거짓말은 아무리 선의의 거짓말이라 해도 생리적 작용을 일으킨다. 거짓말은 뇌에서 투쟁-도피 반응을 일으키는 대뇌변연계를 활성화한다. 솔직하게 말할 때에는 이 부위의 활동량이 미미하지만 거짓말을 할 때에는 변연계에 마치 불꽃이 터지듯 번쩍번쩍 불이 들어온다.
- 우리가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솔직하게 말하면 서로에게 손해일 것 같기 때문이다. 너무 솔직하게 말해서 매정한 인간으로 보이면 손해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지 않아서 불쾌한 상황에 처하고 화가 치민다면 그 또한 손해다. 특히 과잉 소통을 하기로 한 사람이라면 어려운 문제다. 나쁜 말을 해야 하는데 불필요한 거짓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과연 방법이 있을까?
- 작가이자 CEO 코치인 킴 스콧 Kim Scott에 따르면 그 해법은 솔직 honest이 아니라 진솔 candid이다.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에서 스콧은 완전한 진솔함이란 개인적 관심(즉 상대방을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을 유지하면서 당면한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 완전한 진솔함은 문제를 개인적 차원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자신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무 말이나 생각나는 대로 하는 것도 아니다. 완전한 진솔함은 자신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말하고, 험담을 삼가고, 동료에게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명쾌하게 이해시키는 것이다.
- '솔직' 대신 '진솔'이라는 표현을 택하면 몇 가지 이점이 있다. 솔직하다는 것은 자신이 진실을 안다는 의미다. 보통은 도덕적 우월감이 내포돼 있어 거부감을 살 수 있다(학창 시절에 친구인 제임스가 "야, 솔직하게 말할게"라는 건방진 말로 내 카드 마술을 깎아내린 기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솔직하게 말할게"라는 말은 "내가 진실을 아니까 잘 들어"라는 말로 들린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진실은 불확실할 때가 많다. 당신에게는 상사가 에너지 흡수자처럼 느껴져도 객관적으로 보면 그 사람이 나쁜 상사가 아닐 수 있다. 어쩌면 그 사람이 다른 직원들에게는 좋은 상사일 수도 있고, 어쩌면 요즘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 있어서 직장 생활에 지장이 생긴 걸 수도 있다.
- 이와 달리 진솔하다는 것은 자신이 진실을 안다는 의미가 아니다. 진솔함은 "내 생각은 이래. 내 말을 듣거나 나를 도와줄래? 같이 해보자"라는 말에 더 가깝다.
- 그러면 어떻게 해야 진솔한 피드백 문화, 다시 말해 상대방의 하루를 망치지 않으면서도 부정적인 피드백을 전달하는 문화를 조성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은 몇 단계로 나뉜다. 첫째, 비난조가 아니고 객관적인 말로 자신의 견해를 전달하자. "회의 때 헤르미온느의 말을 몇 번 끊는 걸 봤어요"가 "정말 안하무인이군요"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에게 "당신이 틀렸어요"나 "당신은 무능력해요"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공격받았다고 생각해서 방어적으로 변한다. 그런 말은 너무 주관적이다(물론 다소 무례한 말이기도 하다). 오로지 객관적 사실만 말하자.
- 둘째, 잘못된 행위가 초래한 가시적 결과에 초점을 맞추자. 다시 말하지만 주관적 평가는 우리의 적이다. 그러니 객관적으로 당신이 목격한 결과만 강조하자. 예를 들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
당신이 회의 때 론의 말을 끊은 후로 토론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았어요. 나는 다른 사람들 의견도 듣고 싶었는데 정말 유감이에요.”
- 끝으로, 문제가 아닌 해법에 초점을 맞추자. 당신이 원하는 대안을 말하자. 예를 들면 "다음번에는 다른 사람이 말을 다 끝낼 때까지 기다렸다가 본인 생각을 말하세요"라거나 "다음번에는 다른 사람에게 질문하는 식으로 그 사람의 의견에 관심은 있지만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을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면 좋겠어요. 질문을 하면 아마 상대방도 더 긍정적으로 반응할 거고 그게 협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으니까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대안을 제시하면 대화의 초점이 문제의 해법에 맞춰지고 상대방을 개인적으로 비판하는 느낌이 덜해진다.
- 이상의 간단한 3단계를 이용하면 불쾌한 소식을 과잉 소통하기가 조금 더 쉬워진다. 여기서 보듯 나쁜 소식을 전하더라도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다. 여기에 거짓말은 낄 자리가 없다.
- 이번에는 창업을 원한다고 해보자. 최상위 목적이 무엇인가? 월소득을 몇백 달러 늘려서 휴가 때 쓰고 싶은가? 수백만 달러에 회사를 매각하고 일찍 은퇴하고 싶은가? 사람들을 돕고 그들의 삶을 바꿀 유용한 뭔가를 만들려고 하는가? 그 답을 토대로 이제 어떤 단계가 필요한지 생각해 보자.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가 아니면 퇴근 후에 몇 시간씩만 투자하면 되는가? 당장 회사를 차리는 게 좋겠는가 아니면 우선 실력부터 키울 필요가 있겠는가?
- 매일 매시간 커다란 '왜'를 기억해야 한다. 메일을 보낼 때마다,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휴식 시간에 대화를 나눌 때마다 그 모든 행위가 최상위 목적을 실현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돼야 한다.
물론 말처럼 쉽진 않다. 혹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단기적 마감 일정이나 성가시고 사소한 작업에 치여서 최상위 목적을 잊은 적이 있는가? 나도 이 책을 쓰면서 다시금 느꼈는데 긴급하지만 중요하지 않은 작업들에 매달려서 몇 달, 심하면 몇 년을 허비하느라 최상위 목적(예를 들면 탈고)이 뒷전으로 밀려나기도 한다.
- 그러면 어떻게 해야 가장 커다란 '왜'가 모든 선택의 중심에 서게 할 수 있을까?
-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참담한 사태가 포함된다.
그게 바로 내가 말하는 '무엇'의 불확실성이다. 당신이 과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이나 상사의 애매한 지시 사항이 무슨 의미인지 고민하는 직장인, 혹은 취미로 기타를 배우려 하지만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초보자라고 생각해 보자. 이처럼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불확실하면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막는 장벽이 생길 수 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에너지가 고갈돼 탈진한 기분이 든다.
- 그 해법은? 추상적인 목적을 구체적인 목표와 행동으로 바꾸면 된다. '왜'에서 '무엇'으로 넘어가야 한다.
- 목적을 계획으로 전환하기 위해 먼저 할 일은 목표 설정이다. 최상위 ‘왜’를 알아도 명확한 최종 목표가 없으면 어떻게 그곳에 도달할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목표 설정이 쉽진 않다. 물론 목표가 중요하다는 데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어떤 형태의 목표가 필요한지에 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는 사실이다.
- 워싱턴 수력 발전 Washington Water Power Company의 경영 기획 실장을 지낸 뒤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던 조지 T. 도런 George T. Doran 이 1981년에 <매니지먼트 리뷰 Management Review> 기고문에서 스마트 SMART 한 목표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여기서 스마트는 구체성 Specific, 측정가능성 Measurable, 할당 가능성 Assignable, 현실성 Realistic, 기한성 Time-related의 약자로, 단순하고 기억하기 쉬워 경영과 자기 계발 분야에서 순식간에 인기를 얻었다.
- 이후로 효과적 목표를 설정하는 방법을 지칭하는 약자들이 수없이 등장했다. 예를 들면 포커스트 FOCUSED(유연성 Flexible, 관찰 가능성 Observable, 일관성 Consistent, 보편성 Universal, 단순성 Simple, 명확성 Explicit, 지향성 Directed), 하드 HARD (진정성 Heart-felt, 생생함 Animated, 필수성 Required, 어려움 Difficult), 바나나 BANANA(균형 Balanced, 불합리 Absurd, 달성 불가 Not Attainable, 똘끼 Nutty, 야심 Ambitious) 등이 다(사실 바나나는 내가 급조한 용어다).
- 이런 약자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목표는 반드시 명쾌하고 계량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구체성'이나 '명확성'이 의미하는 대로 목표는 쉽게 진척도를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결과에 방점이 찍혀 있다. '측정 가능성'과 '관찰 가능성' 같은 말은 희망하는 최종상태에 도달했는지 객관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 그런데 쉽게 진척도를 추적할 수 있고 결과지향적인 목표를 설정했는데도 효과가 없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까. 가끔이라도 그런 목표가 생산성의 기폭제가 되기는커녕 장애물이 된다면?
- 유감스럽게도 새로운 연구 결과들이 바로 그런 현실을 보여준다. 구체적이고 도전적인 목표가 특정한 유형의 사람과 작업에 한해서 성과를 향상할 가능성이 있지만 의도치 않게 부정적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처음 그런 주장을 접했을 때에는 믿기지 않았다. 나는 그때까지 오랫동안 스마트한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별안간 스마트한 목표가 남들이 장담하는 것만큼 효과적이지 않다니.
하지만 과학의 발견은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 이미 일어났다고 상상하는 '예정적 사후 가정 prospective hindsight'은 일이 잘될(혹은 잘못될) 이유를 예측하는 능력을 30퍼센트 향상한다.
내 경우에 수정구슬 기법은 몇 가지 간단한 질문을 던질 때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했다. 나는 팀원들에게 다음과 같이 묻고 그들도 내게 똑같이 묻기를 권한다.
- 1. 지금부터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하려던 일을 시작하지 못했다고 상상해 보자. 시작하지 못한 주요 원인 세 가지는 무엇인가?
2. 어떻게 하면 그 3대 원인의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겠는가?
3.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이 일을 시작할 확률이 높아지겠는가?
4. 지금 당장 무엇을 하면 이 일을 시작할 확률이 높아지겠는가?
- 이 기법은 우리가 달성하려고 애쓰는 목표가 뭐가 됐든 거의 어김없이 도움이 된다. 계획이 계획대로 돌아가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계획이 어긋날 때에 대비한 계획 역시 필요하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아직 장군일 때 이렇게 말했다.
"계획대로 승리한 전투도 없지만 계획 없이 승리한 전투도 없다."
- 어떤 일을 시작할까 말까 고민하면서 '언제 시간이 생길지 모르겠어'라고 생각한 적이 얼마나 많은가?
- 기자 출신 작가인 올리버 버크먼 Oliver Burkeman의 말을 빌리자면 시간은 "언제나 이미 부족한 상태"다. 단, 시간이 소진되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하루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24시간이라고들 말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하루가 24시간이라고 할지라도 그중 몇 시간이 자신의 손아귀에 있는지는 각종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 돈이 많아서 요리사, 운전기사, 풀타임 육아 도우미 두 명, 비서 세 명을 둔 유명인은 24시간 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 나머지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은 출근, 근무, 퇴근, 육아, 요리, 청소, 쇼핑, 빨래 등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에 매일 몇 시간씩 소비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항상 시간이 부족한 느낌이다. 그래서 불확실성의 안개를 걷어내기 위한 마지막 단계는 시간관리다.
- 지금까지 우리는 전반적 목적('왜')과 구체적 최종 목표와 필요한 작업('무엇')을 정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하지만 우리가 아직 답하지 않은 질문이 하나 남아 있다. 언제 해야 하는지 모르면 시작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 '언제'를 묻는 것은 한계를 수용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주일 중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데 그 시간을 '생산성'의 명령에 따라 어떻게든 유익하게 쓰고 있지 않다면 미루기가 아니라 우선순위가 문제일 수 있다.
- 하지만 체계가 서면 자유가 위축되지 않고 증진된다. 이런저런 활동을 위한 시간을 구체적으로 지정하면 생업, 취미, 휴식, 관계 등 중요한 것을 위한 시간이 모두 확보된다. 그냥 닥치는 대로, 되는 대로하루를 사는 게 아니라 우선순위에 맞춰 삶을 설계하게 된다.
시간 블록화는 시간의 예산을 세우는 것과 같다. 소득을 월세, 식비, 문화생활, 저축 등 범주에 배정하듯이 24시간을 여러 활동에 배정한다. 예산을 세우면 경제적으로 자유로워지듯 시간을 블록화 하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 당장 시간 블록화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을 위해 3단계 기법을 만들었다.
1단계는 지금까지 기피했던 일을 하기 위한 시간을 배정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할 일 목록에서 오래 묵은 항목들을 공략한다. 예를 들면 메일함 정리하기, 책상 치우기, 미루고 미루던 보고서 마침내 작성하기 등이다. 그런 일을 할 시간을 일정표에 구체적으로 기입하자. 화요일 오전 9~10시 블록에 메일함 정리라고 적는 식이다. 이 블록을 다른 약속 시간과 똑같이 취급하자. 지정된 시간이 되면 그 일에만 집중하자.
- 2단계는 하루를 블록화 하는 것이다. 개별적인 일에 시간을 배정하는 연습을 어느 정도 했다면 이제는 아침마다 시간 블록으로 구성된 그날의 일정을 세워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예를 들면 오전 7~8시는 운동, 8~9시는 식사 및 가족과 대화, 9~11시는 제일 중요한 프로젝트에 집중, 11시~11시 30분은 이메일 처리 등으로 하루를 계획하는 것이다.
- 이 실험에서 두려움의 실체를 포착하는 탁월한 방법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우리의 목표는 편도체의 작용을 완전히 중단하는 게 아니다(그랬다가는 트럭에 치일 확률이 급상승할 것이다). 편도체 납치가 발생했을 때 알아차리는 게 진짜 목표다.
이를 '감정에 이름표 붙이기 affective labelling'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언어로 표현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인지하고 이해하는 기법이다.
- 그 효과는 두 가지다.
첫째, 자기 인식이 향상된다. 두려움을 명명하고 자각하면 내면 상태를 더 깊이 파악해서 자신의 감정 패턴을 더 정확히 이해하게 된다.
둘째, 반추가 감소한다. 두려운 것을 반복해서 생각하면 그 두려움이 타당하다는 인식이 더욱더 강해질 수 있다. 하지만 감정에 이름표를 붙이면 그 감정을 더 잘 처리하고 분출할 수 있으며, 그러면 해야 할 일을 미루게 만드는 반복적 생각에서 벗어난다.
- 문제는 감정에 이름표를 붙이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당신도 나와 같다면 두려움을 포함해 자신을 방해하는 감정을 자각하는 일 자체가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지 않는 이유를 '합리화'하는 데 능하다.
"내가 겁이 나서 창업을 미루는 게 아니라 아직 좋은 아이템을 못 찾아서 그런 거야."
"내가 두려워서 소설을 안 쓰는 게 아니라 시간이 없어서 그래."
- 환경을 바꾸면 바람직한 선택, 즉 정말로 하고 싶은 선택으로 행동의 저울이 기운다. 무심코 나쁜 선택을 할 확률이 줄어든다.
- 당연한 말이지만 시작이 어려운 이유는 환경에만 있지 않다. 기분도 문제다. 지금까지 우리는 시작을 방해하는 거대한, 그리고 대체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감정적 장애물에 관해 많이 이야기했다. 바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모호함과 어떤 일이 수반하는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뻔하고 시시한 장애물이 존재한다. 그 장애물이란 내가 사는 영국에서 속칭 CBA, 즉 '귀찮아 죽겠다 can'tbearsed'라고 말하는 것이다.
내가 알기로 미국 영어에는 그런 정서를 이처럼 절묘하게 함축한 표현이 존재하지 않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것은 무척 보편적으로 느끼는 정서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과제를 하는 게 CBA야. 나는 기타를 배우는 게 CBA야. 그리고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이 책을 쓰는 게 CBA야.
- CBA는 가장 흔한, 그리고 가장 심각하게 마비를 일으키는, 시작의 장애물이다. 하지만 쉽게 대처할 수 있다. 가장 현명하고 가장 유구한 생산성 증진법을 쓰면 된다. 바로 '5분 법칙 five-minute rule'이다.
- 5분 법칙은 어떤 일에 딱 5분만 집중하게 하는 간단하지만 강력한 기법이다. 그 바탕에는 대부분의 일에서 시작이 제일 어려운 부분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래서 자신이 피하고 있는 일에 5분간 전적으로 집중한다. 5분이 지나면 계속할지 말지 정할 수 있다.
- 내가 직접 써봐서 아는데 5분 법칙은 의외로 효과적이다. 계속 미루던 일을 딱 5분만 한다고 상상하면 웬만해서는 그 일에 본격적으로 착수해야겠다고 생각할 때보다 훨씬 덜 괴롭다. 특히 그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게 머릿속에서 '그 일을 영원히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라면 그 경감 효과가 훨씬 커진다.
나는 약 80퍼센트의 확률로 5분 후에도 하던 일을 계속한다. 예를 들어 <반지의 제왕> OST 중 <컨서닝 호비츠 Concerning Hobbits>를 현악사중주로 리메이크한 곡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 작업을 하다 보면 어느새 재미를 느끼거나 적어도 그동안 걱정했던 것만큼 나쁘진 않다는 느낌이 든다.
- 그러나 억지로 계속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랬다가는 5분 법칙이란 명칭이 무색해진다. 그래서 내 경우에는 나머지 20퍼센트의 확률로 5분 후에 진심으로 중단을 허용한다. 물론 그러면 세금 신고서 작성을 완료하지 못하고 다른 날로 미룬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단 5분이었을지언정 진전은 진전이다.
그리고 중단을 허용하는 것은 스스로에게 새빨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5분만 하자고 해놓고 억지로 계속한다면 5분 법칙은 마력을 잃을 것이다.
- 번아웃은 훨씬 일상적인 증상이었다. WHO의 정의에 따르면 번아웃은 "에너지가 급감하거나 소진된 느낌, 직업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 증가, 직업과 관련된 부정적이거나 냉소적인 감정, 업무 효율 감소"를 특징으로 하는 "직업 현상"이다. 무엇보다도 번아웃은 일에 쓰는 시간과 무관하다. 중요한 것은 일에 대한 느낌이다.
- 결과적으로 나는 그 사건으로 생산성에 관한 깨달음을 얻었다. 당시는 내가 성취의 중요한 요소로서 좋은 기분을 의식한 지 2년쯤 됐을 때였다. 처음 의사가 됐을 때부터 놀이, 힘, 사람이 기분을 좋게 하는 효과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한때 만성적 미루기를 유발했던 불확실성, 두려움, 관성이라는 '장애물'을 극복하는 능력도 사업을 시작한 후 몇 년간 꾸준히 향상됐다.
하지만 이제야 비로소 뭔가가 빠졌음을 깨달았다. 삶에 재미있는 것을 많이 포함시킬수록 내가 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리고 하는 일이 많아질수록 진정한 생산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막는 거대한 장애물 중 마지막인 번아웃에 점점 가까워졌던 것이다.
- 만일 일과 삶을 지속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기분 좋은 생산성의 비밀을 밝히는 연구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나는 생산성의 기초는 훤히 꿨지만 아직 지속가능한 생산성에 관해서는 잘 몰랐다.
그래서 자료를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를 기분 나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번아웃을 일으키는 3대 요인이 명확해졌다. 이 세 가지는 서로 헷갈리기 쉽다. 하지만 서로 근본적으로 다르다.
- 번아웃에는 우선 단순히 일을 너무 많이 해서 발생하는 유형이 있다. 매일을 일로 꽉꽉 채우다 보니까 기분이 나빠진다. 나는 이를 과부하 번아웃이라고 부른다.
- 다음은 휴식을 취하는 방식이 잘못돼서 발생하는 번아웃이다. 틈틈이 쉬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긴 휴식으로 몸과 마음과 영혼의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것도 중요한데 자신에게 그런 깊은 휴식 기간을 허락하지 않아서 기분이 나빠진다. 나는 이를 고갈 번아웃이라고 부른다.
- 끝으로 엉뚱한 일을 해서 발생하는 번아웃이 있다. 재미나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일에 몇 주, 몇 년, 몇십 년을 진력하다가 지칠 대로 지쳐서 기분이 나빠진다. 에너지를 엉뚱한 방향으로 쓰는 것이다. 나는 이를 불일치 번아웃이라고 부른다.
- 어머니와 영상통화를 하고 며칠이 지난 후 내가 이 세 유형의 번아웃을 조금씩 다 겪고 있음을 서서히 깨달았다. 나는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있었다. 적절히 쉬지 않고 있었다. 사업을 위해 하는 일 중에 더는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세 경우 모두 기분이 나빴고 생산성 역시 나빴다.
하지만 그러고서 또 며칠이 지나자 이번에는 더 기운이 나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세 문제 모두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 5년간 열심히 개발해 온 소프트웨어 플랫폼이었다. 그런데 잡스가 애플 CEO로 복귀하자마자 개발을 중단시켜 버렸다.
당시 많은 사람이 잡스가 역사에 남을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잡스는 간단명료하게 그 당위성을 설명했다.
"사람들은 집중이라고 하면 집중해야 할 것에 예스라고 말하는 것을 생각하죠. 하지만 집중은 그런 의미가 전혀 아닙니다. 집중은 수백 가지 다른 좋은 아이디어에 노라고 말하는 겁니다. (중략) 혁신은 1000가지에 노라고 말하는 거예요."
잡스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노도 예스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저는 우리가 이런저런 일을 한 것만큼이나 이런저런 일을 하지 않은 것도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옳은 판단이었다. 이후 2000년대에 애플은 성공 가도를 달렸고 잡스가 2011년에 세상을 떠났을 때에는 세계 최고의 시가 총액을 자랑했다.
- 잡스가 전하는 교훈은 우리 모두에게도 중요하다. 혹시 다음과 같은 말이 익숙하게 들리진 않는가?
[친구가 다음 주에 저녁을 먹으러 가지 않겠냐고 묻는다. 그날은 당신에게 중요한 일의 마감일이지만 그때까지는 일을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문제의 날짜가 되자 일이 아직도 한참 남았다. 아무래도 못 갈 것 같다.]
[동료가 몇 달 후에 따분한 회의 일정을 잡으려 한다. 당신은 지금 당장은 시간이 없지만 그때가 되면 분명히 시간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회의가 당장 내일로 닥쳐오자 다른 모든 일이 심각하게 지장을 받는다.]
- 애드콕 선생님은 한쪽 눈썹을 올리고 고개를 살짝 기울여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심각한 뉴스 전달 중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말씀은 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 아직 배도 안 고프고 봐야 할 환자도 많으니까 좀 더 버티다가 나중에 커피나 한잔 마시겠습니다."
나는 그가 내 어깨를 두드리며 "그래, 패기 있네"라고 말하고 나의 놀라운 근면성을 더욱 기특하게 여기며 돌아설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애드콕선생님은 내 어깨너머로 손을 뻗어 내 컴퓨터 모니터를 껐다.
살짝 당황하는 내게 그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오늘 첫 출근인데 그런 열정은 좋아. 하지만 내가 이 바닥에 오래 있어봐서 아는데 어차피 환자는 계속 몰려와. 틈틈이 쉬지 않으면 집중력이 떨어져서 실수를 저지를 수 있어. 그러면 아무한테도 득 될 게 없잖아."
내 주변에 펼쳐진 아수라장을 둘러봤다. 대기실 맞은편에 늘어 선방들 중 한 곳에서 비상벨이 울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들것에 실려서 통로를 이동 중이었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애드콕선생님이 내 시선을 좇았다.
"네가 지쳐 있으면 누굴 도와줄 수 있겠어. 잠깐 시간 내서 재충전하고 집중력을 회복해야 더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어. 네가 점심 좀먹는다고 아무도 안 죽어. 그 정도 시간은 내도 돼."
- 그것은 응급 의료라는 아수라장 속에서 유일하게 모든 고참 의사가 강요하는 절대 원칙이었다. 네 시간마다 한 번씩은 무조건 쉬어야 한다. 응급실에서 일하기 전에는 그것이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바르보사 선장이 말하는 '해적 법전' 같은 건 줄 알았다.
"그건 실제 규칙이라기보다는 지침에 가깝지."
- 착각이었다. 전문의의 일은 전장에서 부대의 움직임을 지휘하는 장군과 같았다. 특히 모든 의사가 네 시간마다 휴식을 취하되 그 원칙으로 인해 인력이 부족한 곳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다.
- 요즘도 나는 그날 응급실에서 맞은 운명적 점심시간을 생각한다. 매일 일을 시작하기 전에 언제 과부하가 최고조에 이른 느낌이 들지 생각하고 휴식이 가장 필요할 것 같은 시간에 15분 휴식을 배정한다. 그리고 휴식을 건너뛰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마다 자기 조절의 과학을, 열심히 일할수록 과부하가 심해진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동시에 휴식의 중요성을, 휴식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을 때에도 휴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한다.
- 휴식은 특별한 선물이 아니다. 휴식은 확실한 생활필수품이다.
애드콕 선생님의 말을 기억하자. 인명을 살리는 일에 종사할 때조차도 휴식은 특별한 선물이 아니다. 휴식은 확실한 생활필수품이다.
- 그렇다고 짧은 휴식을 전부 일정표에 기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계획에 없던 휴식도 효과가 있다. 나는 이것을 '에너지 충전용
딴짓 energising distraction'이라고 부른다.
- 공부를 쉬게 하는 딴짓으로 반갑게 생각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공부할 때 방문을 닫지 않고 일부러 도어 스토퍼를 끼워놓았다. 친구들이 자기 방으로 가다가 언제든 들어와서 잠시 (혹은 그 이상으로) 대화를 나눠도 좋다는 뜻이었다. 물론 그러면 에너지가 조금 '허비'서 학습 효율이 떨어질 공산이 컸다. 하지만 친구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나면 훨씬 많은 에너지가 보충됐다. 대학 시절을 돌아보면 더 열심히 혹은 더 효율적으로 공부했어야 했다는 후회는 없다. 오히려 그렇게 친구들과 우연하고 즐거운 대화를 나눌 시간을 허락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 어떤 딴짓은 즐거움을 준다. 그런 딴짓은 틱낫한이 도입한 각성의 종처럼 우리를 잠깐의 멈춤으로 초대하는 짧고 예리한 신호라고 여기자. 우리가 살면서 매 순간 집중력을 유지할 수는 없다. 잠시 우연과 즐거움이 들어올 틈도 필요하다.
-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다. 우리는 매일 가치관과 동떨어진 결정을 내린다. 자유를 중시하는 사람이 사사건건 간섭하는 직장에 계속 다니면서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을 때가 되기만 기다린다. 친밀한 관계를 중시하는 사람이 일하느라 바빠서 가족 및 친구와 보내는 시간은 뒷전이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매일 가장 열망하는 것과 불일치하는 결정을 내린다.
- 하지만 적절한 도구가 있다면 우리는 절묘하게 가장 중요한 것에 다시 초점을 맞추고, 그에 따라 더 오랫동안 생산성(그리고 살맛 나는 삶)을 유지할 수 있다.
- 장기적 가치관을 매일의 결정에 접목하기 위해 내가 주로 쓰는 방법은 단기 목표가 장기 목표보다 훨씬 쉽게 느껴진다는 간단한 사실에서 출발한다.
- 재난 상황 같았던 오후를 떠올리면 당시 내 실수가 생산성에 관해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있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생산성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였다.
그때 나는 기본 전술을 완전히 오해하고 있었다. 생산성을 생각할 때 좋은 기분이 아니라 극기에 초점을 맞췄다. 즉 더 많은 것을 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압박을 버틸 수 있느냐의 문제로 여겼다. 병동을 돌며 환자를 진찰할 때 놀이, 힘, 사람이 주는 에너지를 활용하려 하지 않고 권태감, 무력감, 고독감 위에서 파국적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 해야 할 수지 배변 유도에서 즐거움을 찾으려 하지 않고 그게 얼마나 끔찍한 일이 될지 한참 생각을 곱씹었다. (솔직한 소감을 말하자면 정말 끔찍한 경험이었다.)
- 그날 이후로 내 삶은 전적으로 달라졌다. 지금은 생산성의 핵심이 극기가 아니라 내게 더 큰 행복감과 에너지를 주면서 스트레스는 줄여주는 행위를 더 많이 하는 것임을 안다. 그리고 미루기와 번아웃을 탈출하는 유일한 길은 현재 상황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임을, 그 상황이 약병 136개를 쏟아서 옷 위에 찐득한 용액을 잔뜩 뒤집어쓴 사태라 해도 예외가 아님을 잘 안다.
- 그러나 나의 진짜 문제는 생산성과 관련된 전술에 있지 않았다. 종합적 전략이 제일 큰 문제였다. 나는 그저 생산성을 키우는 요령을 모두 습득하고 인터넷 블로그를 모두 섭렵하면 열망하는 경지에 이를 줄 알았다. 하지만 진짜로 필요한 건 정반대였다. 나는 생산성과학자처럼 생각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 그래서 이 책에서 일치성 실험을 마지막 도구로 제시하고 싶었다. 장기적으로 볼 때 기분 좋은 생산성의 비밀들을 깨달으려면 실험자의 안목을 기르는 게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해법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나는 내게 도움이 됐던 몇십 가지 실험을 소개했다. 그중 일부는 당신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일부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 이 책은 할 일 목록이 아님을 기억하기 바란다. 이 책은 철학을 제시한다. 다시 말해 스스로 생산성을 증진하는 도구들을 확보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 도구들을 통해 좋은 기분이 주는 온갖 놀라운 보상을 매일, 그리고 장기적으로 누리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도구들을 통해 그날그날 해야 하는 크고 작은 일에 실험 정신으로 임하게 될 것이다.
- 그래서 당부한다. 되도록 많은 것을 시도하며 효과가 있는 것은 선택하고 나머지는 버리자. 새로운 기법을 시도할 때마다 생각해 보자. 이것이 내 기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내 에너지에는? 내 생산성에는?
- 기분 좋은 생산성을 발휘하는 방법을 무작정 암기하려고 하면 안 된다. 직접 실험해서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기분 좋게 사는 법을 터득하려면 어떤 기법이 자신에게 통하는지 꾸준히 평가해 보는 수밖에 없다. 생산성은 계속 진화하는 분야이고 당신도 계속 진화한다. 아직 발견해야 할 것이 잔뜩 남았다. 그래도 내가 제시한 원칙들을 삶에 적용하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아이디어, 전략, 기법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당신 안에서 나왔으니 아마도 내가 소개한 것들보다 더 유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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