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2017)

[박광수]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일루젼 2015. 9. 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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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상당히 자극적인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힘들고, 힘들고, 또 힘들었지만 나는 이만큼이나 왔어- 라고 외침이 숨겨져 있는 듯한. 

 

개인사를 생각해봤을 때 저자는 충분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 한 편으로, 나 개인으로서는, 조금 불편했다. 

 

표지에 그저 '박광수'라고 적혀 있었다면 그런 느낌은 옅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광수생각'의 '박광수'라고 적힌 표지는 그것이 작가의 의도였을지 출판사의 의도였을지 모르겠지만 

제목과 융합해 이러이러한 메세지가 깔려있을 것 같다는 선입견을 심어주었다.

 

재미있게 읽었고,

마음에 드는 일러스트도 있었다.

와 닿는 글귀도 있었다.

 

하지만 '나보다 힘들었어?', '누구나 그만큼은 힘들어', '네가 덜 노력한 거야' 라는 메시지는 역시 좀 불편.

 

생각은 다 다를 수 있는 거니까.

모두가 힘든 시대인가보다. 

 

 

 

- "제가 잘 아는 시각장애인이 미국으로 유학 가서 집에서 학교까지 지팡이로 혼자 통학을 했어요.

.....(중략).......  

.... 옆을 걸어가던 누군가가 다가와서 그분에게만 들리는 작은 목소리로 앞에 차가 있는데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더래요. 그 말을 들은 시각장애인 분은 고맙다고 인사하고, 이제 차가 앞에 있는 걸 알았으니 혼자 갈 수 있다고 대답했대요. 그 말을 듣고는 도와주려던 사람은 자신의 갈 길을 갔고요."

 

거기까지 들은 내가 방정맞게도 영혼 없는 추임새를 넣었다.

 

"저런, 끝까지 도와주고 가지 왜 그랬을까요?"

 

나의 영혼 없는 추임새를 들은 송영희 씨는 의미 있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말을 이어 갔다.

 

"그렇죠. 우리나라 분들은 대부분 그렇게 반응을 해요. 정이 넘치죠. 정이 넘쳐서 도움을 받을 사람의 의사는 묻지 않아요. 시각장애인이 길을 헤매거나 하면 대부분의 우리나라 분들은 일단 잡아끌거나 소리를 질러요. 어느 쪽으로 가라고, 온 동네방네 사람이 다 알도록 말이죠."

 

 

 

- 늦은 밤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 익숙한 골목길을 걷다 멈춰 섰다.

내 발걸음을 멈춰 세운 것은 골목길을 가득 채운 꽃향기였다.

매번 다니던 길이었는데 나는 그 길에서 꽃나무를 본 기억이 없었다.

꽃향기의 진원지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골목 안쪽 담벼락에 기대어 화사하게 핀 꽃나무를 발견했다.

바삐 걸어가던 내게 향기로 말을 건네던 나무.

나무를 바라보며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누군가의 바쁜 발걸음을 요란한 소리나

커다란 손짓으로 멈추게 하지 않고

자신의 향기로 멈추게 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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