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김혜연)
출판 : 책읽는귀족
출간 : 2016.10.10
이 책은 예이츠가 아일랜드에서 구전되는 설화와 민담들을 수집, 정리하여 엮어낸 두 책 중 요정 부분을 모아 펴낸 책이다.
읽히기 위한 글을 쓰는 블로그는 아니지만, 나중을 위해 간단히 뻗어나가는 생각들을 함께 기록해보자면-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들은 아주 방대하다.
우선 역사적인 부분으로 영국과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의 관계, 아일랜드 내에서도 북아일랜드와의 관계, 더블린의 특수성 등 다뤄야 할 부분이 아주 많다. 영국의 종교와 왕정, 세계대전과 감자 기근, 주류세와 규제로 인해 성장한 밀주 증류업자들과 세금 증수원, 이어진 영국의 금주 운동과 미국의 금주법, 거기서 연관되는 아이리쉬 위스키와 아이리쉬 커피, 그리고 여기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싱글몰트 위스키의 자랑스러운 스카치 위스키 (글렌 드로낙 18♡), 거기서 뻗어나가는 스코틀랜드의 킬트와 백파이프.....
또 저자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그가 영향을 받은 윌리엄 블레이크, 레이디 제인 와일드에서 오스카 와일드, 아일랜드 하면 유명한-악명높은-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과 <피네간의 경야>도 연결되고, 아이들에 관해서는 당시의 문화와 더불어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와도 연결해 볼 수 있겠다. 처녀들에 관한 이야기는 서유럽의 요정원과 윌리(빌리)로 이어져 지젤과도 연결된다.
아일랜드 신화는 켈트 신화로도 뻗어나간다. 카사르, 다누, 모리안, 쿠 훌린, 에포나, 간코너, 론(셀키) 등등. 그리고 나면 드루이드와....
이 쪽도 파보려면 깊다.
이런저런 것들을 정리해서 열람용 글을 따로 쓰는 날이 올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주절주절 잡소리가 섞인 발췌문들을 써놓는 정도만.
뭘 해야 할지 알면서도 실제로 행하기는 너무 힘든 것이 문제다.
다시 돌아오면,
룸펠슈틸츠헨 류의 '이름' 알아맞히기와 브륀힐트 류의 '힘의 원천' 숨기기, 페르세포네 류의 '처녀' 납치 등은 다른 지역 설화들과도 공통되는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 외 특징적 요정들과 아이 바꿔치기, 권선징악 요소 약간.
아일랜드 요정 설화는 뚜렷한 권선징악 구조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 그들은 변덕스럽고, 쉽게 화를 내며 거래와 속임수에도 능하기 때문이다.
양면적인 모습은 결국 그들을 어떻게 대했는가- 일종의 투사-로 볼 수도 있겠다.
- 내 책들이 가는 곳
내가 모은 모든 말,
그리고 내가 쓴 모든 말이여,
지칠 줄 모르는 날개를 펼치고
쉼 없이 날아가기를.
그대 슬프고 슬픈 마음에 이르러
밤이면 그대에게 노래를 들려주기를.
물이 흐르는 곳 너머에서도,
폭풍으로 어두운 밤에도, 별이 빛나는 밤에도.
1892년 1월 런던에서-W. B. 예이츠
- 어쨌든 어릴 적 크리스마스 때 온갖 과자들이 모여 있던 종합 선물세트를 받은 것처럼, 요정 이야기들만 잔뜩 모아 놓은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드는 또 하나의 생각은 '인류의 동질감'이다. 이 지구 상에서 살아가는 민족들이 이처럼 서로 공통되는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 '복잡한 현재의 문제에서 답을 찾을 수 없다면 과거를 돌아보라'는 말이 있다. 즉,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그 답이 명확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이 무엇을 꿈꾸고, 무엇을 마음속으로 원했으며, 어떤 삶을 살고 싶어 했는지를 알게 된다면 우리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 이전보다 훨씬 더 오류가 적고,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대정신'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점잖은 무덤 아래 묻히게 될 것이다. 그러면 또 다른 시대정신이 자라나 그와 같은 위치에서 나이를 먹고 크게 존경받겠지만, 여전히 그 동네까지는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 채로 그의 뒤를 이어 또 다른 시대정신이 나타나고, 나타나고 또 나타나리라. 실로 '시대정신'이라 불리는 명사들 가운데 누구 하나라도 도시의 신문사나 강의실, 응접실, 장어 파이 가게 밖에서 언급되기는 하는지, 언제 시대정신이 거품에 불과하지 않았던 적이 있기는 하는지 의문이다.
- 물론 나는 이 사내를 비난하지 않는다. 여러 신을 믿는 편이 신을 아예 믿지 않거나 조금 감정적이고 고집이 세며 19세기에는 맞지 않는 신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켈트 족은 앞으로도 그들이 남긴 크롬렉, 돌기둥과 마찬가지로 그리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ㅡ 사실 언제든 사람이 조금이라도 변하기는 하는지 의심스럽긴 하지만 말이다. 세상에는 단언하는 자도 부정하는 자도, 현자도, 교수도 수없이 많지만, 대다수가 열세 명이 한 식탁에서 식사하게 되거나 소금을 건네받는 상황을 피하고 싶어 한다. 사다리 아래로 지나가는 일도, 까치 한 마리가 바둑판무늬 꽁지를 흔드는 모습을 보는 일도 꺼린다.
- 민담은 이런 사람들을 중심으로 재구성되었고 때로는 이를 위해 옛 영웅을 빼기도 했다. 특히 민담은 시인들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아일랜드에서 시는 신비롭게도 언제나 마법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아일랜드의 민담은 극히 소박하며 노래를 많이 담고 있다.
- 물론 이처럼 상징을 이용한 설명이 매우 훌륭하다는 점은 나도 높이 사네만, 이런 설명을 생각해낸 자를 부러워할 건 못 되지. 창의성도 있어야 하고 힘도 많이 들지 않겠는가. 일단 말을 꺼내고 나면 계속해서 켄타우로스며 키마이라의 무시무시한 모습이 어떤 연유로 탄생했는지 설명해야만 할 테니 말일세. 고르곤이며 날개 달린 날쌘 말,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수많은 기이한 괴물들을 모두 설명해야 하겠지. 행여 그자가 이 괴물들을 회의적으로 보고 흔쾌히 하나씩 개연성에 있게 설명해 간다고 해도, 그와 같은 미완의 철학은 그 자의 시간을 모두 앗아가 버릴 걸세. 그런데 나한테는 이런 질문에 답을 해나갈 시간이 없다네. 이유가 뭔지 알겠는가? 나는 먼저 나 자신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네, 델포이 신전에 새겨진 글귀처럼 말일세. 나 자신도 아직 모르는데 나와는 무관한 문제에 호기심을 품다니 어리석지 않은가? 그러니 나는 이 모든 의문에 작별을 고하겠네. 흔히 생각하는 대로 생각하면 충분하지. 아까도 말했듯이 나는 이런 문제보다는 나 자신에 대해 알고 싶으니 말일세. 나는 진정 뱀의 꼬리를 가진 티폰보다 더 알기 힘들고 격한 감정으로 가득한 놀라운 존재인가, 아니면 본성에 의해 더 신성하고 소박한 운명을 타고난 온화하고 단순한 존재란 말인가?
- 그렇다면 과연 요정들이 죽기도 할까? 블레이크는 요정들의 장례식을 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일랜드에서는 요정을 불멸의 존재로 본다. (블레이크는 영국의 작가 윌리엄 헤이레이의 집에서 열린 모임에서 옆자리에 앉은 부인에게 요정 장례식 목격담을 들려준 일이 있다. 밤에 정원에서 글을 쓰고 있는 중 작게 소리가 들려와서 보니 큰 꽃잎이 움직이고 있었고, 그 아래로 녹색과 회색 옷을 입은 작은 요정들이 장미 꽃잎 위에 뉘인 시신을 짊어지고 있었는데, 시신을 땅에 묻은 뒤 사라졌다고 한다.)
- 이 이야기를 요정 이야기에 넣은 이유는 여기 나오는 유령과 시체는 사실 피 쇼크 Piseog, 즉 요정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것이지 진짜 유령이나 시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에서는 이런 환상에 얽힌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다.
- 처음 잠깐 봤을 때는 평범한 노파들과 같이 은회색 백발도 보였습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니까 하늘이 드러나서 조금 밝아졌거든요. 거기서 보니 배반자 유다의 색과 비슷했고 명주실처럼 매끄럽게 윤기가 흘렀습니다. 이 머리카락이 여인의 어깨 위로, 머리를 기대고 있는 균형 잡힌 두 팔 위로 흘러내렸는데, 정말이지 그람에서 본 막달라 마리아 성녀님과 똑같았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회색 망토와 그 아래 입은 녹색 드레스가 눈에 들어왔는데, 이것들도 제가 이 세상에서 본 적이 없는 소재로 만들어졌더군요.
- 그래도 부인은 계속해서 아들을 바라보았다. 의식이 없는 것이 명백했기에 부인은 단 한 번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려고도 하지 않고 계속 흐느껴 울었다. 울음은 아일랜드의 관습에 따라 부인에게 아직 해야 할 의무가 남아 있음을 깨닫고 나서야 멈췄다. 농민보다 높은 신분에 속한 여성들이 큰 소리로 울면서 몰려들어왔는데, 그 수가 방 안을 다 채울 정도였던 것이다. 부인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웨이크(경야) 의식을 지휘해야 했다. 또 이와 같이 슬픈 일이 있으면 응당 문상객을 대접해야 했다. 갖은 계급의 문상객이 수도 없이 찾아올 것이다. 부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고, 하인들과 장례식 준비를 도우려고 나선 맥 카시 가문의 오랜 가신 한둘 외에는 부인을 보지도 못했지만, 모든 일이 대단히 질서 있게 수행되었다.
- 그게 아니더라도 사실 젊은 아가씨들한테는 한숨을 쉴 이유가 수없이 많기 마련이다.
비디는 화제를 바꾸기로 했다. "그런데 아주머니, 피곤해 보이시네요. 요기를 좀 하시고 진한 우유를 한 잔 드시면 남은 여정에 힘이 될 거예요."
"친절하게도. 고마워, 아가씨. 아가씨가 그리 권한다면 조금 들어보지, 나한테 내주는 음식이 앞으로 열두 달 동안 부족하지 않기를."
"그럴 거예요. 아시다시피 친절한 마음으로 가진 것을 나눌 때는 언제나 축복이 따라오니까요."
"그 말 그대로라우, 아가씨. 정말로 친절한 마음에서 나누어줄 때는 말이야."
그리고 손님은 비디가 내어준 음식을 마음껏 먹었다. 식사를 마치자 얼굴에 훨씬 생기가 돌았다. 여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자, 아가씨는 아주 착한 사람이군. 캠프가 열리는 화요일 아침까지 내 이름을 알아낼 수 있다면 장담하건대 아가씨가 캠프에서 이기고 남편을 얻게 될 거라우."
"아니, 전 아주머니를 뵌 적도 없는 걸요. 아주머니가 누구신지, 어디 사시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아주머니 성함을 알아낼 수 있겠어요?"
- 장밋빛 두 뺨에 아름다운 금발의 곱슬머리를 늘어뜨린 아이들이 화창한 여름날 오후 1시경,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잘 삶은 감자를 손에 들고 오두막집 문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아일랜드 사람 누구나 민족의 혈통을 자랑스럽게 여길 정도였다.
- 옛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는 결혼한 여성이 성을 바꾸지 않는 일이 흔했다.
- 아일랜드에는 이사할 때, 특히 강을 건너가야 할 때는 고양이를 데려가서는 안 된다는 미신이 있었다.
- "그렇다면 거기서 나와 구덩이 가장자리에 앉으시오."
그레이하운드가 이렇게 말하자, 패디는 바보처럼 개가 시키는 대로 했다. 하지만 신발이 성수로 만든 원 바깥에 닿기가 무섭게 그레이하운드가 달려들어 그를 라스 바깥으로 몰아냈다. 개의 입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왔기 때문에 패디는 겁에 질려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 패디는 움직이기를 거부하며 개한테 오라고 했다. 그러자 개가 항아리를 신성하고 축복받은 원의 가장자리로 밀어주었다.
- 많은 이들이 공허의 바깥 어딘가에서 영혼이 끊임없이 새어나간다고 믿는다. 이 영혼들은 사람의 모습을 할 때까지 많은 형태를 거치는데, 이것이 자연의 정령이다. 정령들은 눈에 보이지 않고, 아주 가끔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가 외적인 요소 본체에서 사는 반면 정령들은 내적인 요소에 깃들어 산다. 일부는 끊임없이 우주를 떠다닌다. 행성이 움직이면서 생겨나는 흐름을 타고, 여기저기 떠다니는 것이다. 이에 일부 장미 십자회 회원은 점성술이 많은 것을 예지해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지구 주위의 흐름에 기복이 있기 때문에 그 본질에 따라 감정과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 정령들은 사람의 모습 외에도 동물이나 새와 같은 모습을 하는 일도 많다. 특허 새와 같은 모습을 한 부류는 정령의 가르침을 구하고자 숲에서 단식을 하던 인디언 용사들의 목격담에 나오는 것과 꼭 같다. 이들은 항상 사람들을 -일부 사람들을- 친절하게 대하지만, 파라켈수스는 이렇게 말했다. "정령들은 독단가처럼 자만하고 자기 의견만 내세우는 부류, 과학자, 술고래, 대식가를 혐오하고 상스럽거나 툭하면 싸우려 드는 부류는 모두 싫어한다. 하지만 꾸밈없고 아이처럼 순진하며, 순수하고 진실한 사람은 좋아한다. 허영과 위선이 적은 사람일수록 정령들이 쉽게 접근할 것이다. 반대의 경우, 정령들은 야생동물과 마찬가지로 사람을 피할 것이다."
- 새뮤얼 퍼거슨 경: 새뮤얼 퍼거슨 경은 아일랜드의 위대한 시인으로 비평하는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영국의 독자들은 아마도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아일랜드 식 영어로 쓴 문학을 아일랜드와 관련된 모든 사안을 주도적으로 평가하기보다는 단순히 영국인들의 의견을 따르는 데 만족했기 때문이다.
- 라스(아일랜드 식으로 발음하면 라ráth-옮긴이 주) 포트, 로열티라고 한다. 얼마간의 땅을 둥글게 판 배수로로 감싸고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땅을 파내려 가면 돌로 만든 공간이 나오는데, 모르타르를 바르지 않고 벌집 모양으로 돌을 쌓아 천장과 벽을 만들었다. 옛 켈트 족은 이 땅 주위로 벽을 쌓아 자신들과 가축(소)을 지켰고, 겨울이 되면 돌로 만든 공간에 들어가서 지냈다. 지하 공간은 죽은 사람을 묻는 장소로도 쓰였다. 포트를 '데인의 포트'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다난(투아하 데 다난)'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요정들은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도록 오래된 라스 안에 거처를 정했다. 요정을 찾으려고 라스를 뒤지는 사람이 있다면 이내 기르는 소가 병에 들거나, 본인 혹은 가족 중 누군가가 병에 걸리게 된다. 라스 근처에서는 종종 부싯돌로 만든 화살촉이 나온다. 바로 '요정의 화살'이다. 요정들이 화가 났을 때 사람이나 소에 던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노인들은 이런 속담을 중얼거리곤 한다. "호수에게 백조가, 말에게 굴레가 무겁지 않듯, 인간도 자기 안의 영혼을 무겁게 느끼지 않는다." 수많은 요정들이 그들 가까이에 있지 않았다면 노인들이 삶을 이처럼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 요정들은 해마다 5월 전야와 한여름 전야, 11월 전야, 이렇게 세 번 큰 축제를 연다. 5월 전야에는 7년에 한 번씩 도처에서 요정들의 싸움이 벌어지는데, 대부분 플레인아번(plain-a-bawn, 아름다운 평원)에서 벌어진다. (발푸르기스의 밤, 하지/세례자 요한 축일 전날, 삼하인)
- 요정이 바꿔치기한 아이, 즉 체인질링(change-ling)을 찾아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확실한 방법은 단 한 가지다. 아이를 불 위에 눕히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타라, 타라, 타라, 악마에게 속하면 타되 신과 성자에게 속하면 무해하라." (레이디 와일드 제보)
- 이리 오렴, 오, 사람의 아이야! 아무도 모르는 숲으로, 호수로 가자, 요정과 손에 손을 잡고서.
세상에는 울음이 가득하단다. 네게는 알 수 없는 울음이.
- 메로우(Merrow)는 아일랜드어로 모루아(Moruadh) 혹은 무루아흐(Murrughach)인데, 바다를 뜻하는 무이르(muir) 와 처녀를 뜻하는 오(oigh)에서 유래된 말이다. ... 본연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는 코홀린 드리오흐트(cochallin draiocht)라고 하는 빨간 모자를 가지고 있다. 대개 깃털로 장식한 모자인데, 잃어버리면 다시는 바다 속으로 돌아갈 수 없다. 빨간색은 모든 나라에서 마법을 상징하는 색으로 아주 옛날부터 그래 왔다.
- 잭은 메로우가 바닷가재만큼 흔한 곳에 살면서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짜증이 났다. (과거 랍스터는 싸구려 음식이었다.)
- 수마(water horse)를 가리키는 아흐이슈케(Each-Uisce), 호수의 용 페이슈트(Péist 피아슈트 piast 또는 베스티아 bestia) 따위가 있는데, 이들이 짐승인지 요정인지 정령인지는 알지 못한다.
- 여자를 뜻하는 반(bean)과 요정을 뜻하는 쉬(sidhe)에서 유래된 반쉬(bean-sidhe)는 유서 깊은 가문을 따르는 수행 요정으로, 가족 누군가가 죽음을 앞두고 있으면 곡을 한다. 이러한 요정은 반쉬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 반쉬가 나타날 징조로 가끔 죽음의 마차 (코슈테 보우르coiste-bodhar) 가 보이기도 한다. 아주 큰 검은 마차로 관이 실려 있고 둘라한 (Dullahan) 이 모는 목 없는 말이 끈다. 크로커에 의하면, 이 마차가 덜컹거리며 문 앞을 지날 때 문을 열었다가는 얼굴에 대야 가득 든 피를 뒤집어쓰게 된다고 한다. 둘라한처럼 목이 없는 유령은 아일랜드 밖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 아일랜드의 요정은 무리를 짓는 요정과 홀로 지내는 요정, 이렇게 두 부류로 크게 나뉜다. 전자는 대체로 마음씨가 착하지만, 후자는 빈틈없이 냉혹하다.
- 무리 짓는 요정들 여기에 속하는 요정들은 무리를 지어 살며,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싸우기도 하고 사랑하기도 한다. 땅에 사는 요정들, 쉬오크(Sidheog, '작은 요정')와 물에 사는 요정, 메로우(아일랜드 식으로 적으면 모루아(Moruadh), '바다의 처녀'라는 뜻, 남성형은 불명)로 나뉜다. 하지만 나는 때에 따라 땅의 요정과 물의 요정 모두 쉬오크로 부를 수 있다고 본다. 어떤 마을에서 주민 전체가 빨간 모자를 쓴 물의 요정이 백파이프 연주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정말로 아주 '작은 요정들'이었다는 이야기를 접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 파라켈수스(Paracelsus)부터 엘리파 레비(Eliphas Levi)에 이르기까지 신비주의자들은 자연에 존재하는 정령을 놈(gnome), 실프(sylph), 샐러맨더(salamander), 운디네(undine)로 분류한다. 순서대로 땅, 공기, 불, 물의 정령이다. 엘리파에 의하면 각 정령들의 왕은 콥(Cob), 파랄다(Palada), 진(Djin), 힉스(Hicks)라고 불린다. 놈은 욕심이 많고 우울한 성격이다. 신장은 두 뼘밖에 안되지만, 몸을 쭉 늘이면 거인처럼 커지기도 한다. 실프는 변덕스럽고 금세 화를 낸다. 인간보다 훨씬 크고, 힘도 세서 바람의 정령이 되었다. 샐러맨더는 분노에 차 있으며 자신만만한 성격이다. 겉모습은 길쭉하고 야위었으며 메말라 보인다. 반면, 운디네는 부드럽고 차가우며 변덕스럽고 냉정하다. 생김새는 사람과 흡사하다. 샐러맨더와 실프는 한 곳에 정착해 살지 않는다.
- 여기에서 루즈모어가 잠이 드는 'moat'는 물을 채운 해자가 아니라, 고분이나 무덤을 뜻한다. '데 루안, 데 모르트, 아구스 데 캐딘'은 게일어로 '월요일, 화요일, 그리고 수요일도'라는 뜻이다. '데 헤나'는 금요일이다.
- 이 시에 나오는 장소는 슬라이고 부근에 있다. 더 나아가 슬라이고 주의 로세스는 요정이 나오는 곳으로 아주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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