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2

[에드워드 불워 리턴] 마법사 자노니 1

일루젼 2021. 7. 2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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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에드워드 불워 리턴 / 조하선
출판 :  창천사
출간 :  2006.12.26


 

즐겁게 읽었다. 

2권까지 읽고 끄적거려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으나, 중간 지점에서 정리해두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나중에 다시 읽는다면 또 다른 것들이 보이리라 생각한다.

 

두려움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한 발을 빼면 새로운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다져나가는 것이라고 위안해보지만 보이는 것만 보인다는 생각도 든다. 

 

이하는 개인적인 감상이므로 전혀 근거가 없는 상상들임을 미리 밝혀둔다. 

 

<마법사 자노니>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은 힘의 작동 원리이기도 하고, 행성이기도 하며 경로이기도 하다. 일련의 사건들 또한 암시적이다.

주요 인물들의 성별은 실제 성별을 나타내기만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남성 원리와 여성 원리 또는 각 위계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세 남성 캐릭터는 각각의 성숙도에 따른 위계로도 보이고, 두 초인은 공의와 자비로도 보인다. 자비는 때로 인간적인 감정이 아닌 원리 원칙에 따른 공정한 법이기도 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두 사람의 길이 암시한다. 태양에서 갈라져 연인의 길을 걷는 자를 공의로 봐야 할 것이다.

 미치광이로 불린 아버지와 헌신적이고 이상적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음악의 딸은 금빛 머리칼에도 불구하고 달을 연상시킨다. 순수하고 예술적인 영혼, 쉐키나는 모든 남자의 이상이 될 수 있으며 결혼을 통해 완성될 수 있다. 누구와 맺어지느냐에 따라 평범하고 안락한 일상적인 행복도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련과 비의의 길 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아야 한다. 이는 태양의 실락과도 연결되는 부분이다. 

 

감히, 절대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저렇게 연결지어보며 상당히 즐거웠다. 또한 흥미로운 인용구와 날카로운 문장, 더 찾아보고 싶게 만드는 언급들이 넘쳐나 읽는 내내 두근거렸다. 실제 인물과 허구 인물이 뒤섞이며 실존 모델이 있는 경우까지 있어 배경 지식을 더 쌓고 다시 읽어본다면 어떨까 싶어 진다.

 

물론 소설적 내용 자체로도 무척 즐겁고 흥미롭다. 일단 기본적으로 로맨스 소설이니까. -그것도 이탈리아 배경의-

  

 


 

- "플라톤은 여기서 네 종류의 광기를 말한다. 열광과 신들의 영감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첫째, 음악적 광기, 둘째, 신비적 광기, 셋째, 예언적 광기, 넷째, 사랑의 광기."

 

- 사색할 수 있는 영, 지성 속에 거하는 영은 자신의 별로 상승할 수 있다. 지구라 불리는 무덤의 한가운데에서조차, 그리고 육체라 불리는 관이 그 진흙(살) 속에 불멸(영)을 잡아두었을지라도.

 

- "어떤 시간도 그 운명의 끈들을 풀어놓을 수 없는 것일까? 지구를 우주 공간에 붙들고 있는 그 인력이 혼을 지구에 이렇게 붙박아놓는 것인가? 이 어두운 회색빛 행성으로부터 떠날 수 있다면! 그대여, 족쇄를 부숴라, 그대여, 날갯짓하여 비상하라!"

 

 - "내가 너한테 빛을 향해 분투하도록 말했을 때, 나무를 비유로 들어서 설명했던 걸 기억하니? 예쁜 아이야, 나는 너한테 별을 향해 날아오르다 등불에 타 죽는 나방처럼 되라고 말한 적은 없어. 이리 가까이 오렴. 말해줄 게 있단다."

 

- 왜냐하면 고급한 예술은 후천적인 기호이기 때문이다. 동일한 원리가 행위 속에도 있음을 이해하는 사람은 더욱 소수에 불과하다.

 

 

더보기

- 그 옛날 철학자들이 암암리에 언급해온 이 위대한 형제단과 그 사상은 오늘날까지 하나의 신비로 남아있습니다. 그들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어떤 책이나 사본이 오늘날 세상에 남아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 "글쎄." 그 노신사가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만일 우리가 언제 다시 만나게 된다면 최소한 당신이 지적으로 탐구할 수 있도록 내가 도와줄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 그는 진정한 예술가라면 글로 표현하든 색채로 표현하든 심상으로부터 나온 모든 작품들 속에서 반드시 현실과 진리 사이의 차이를 분명히 구분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달리 말해 현실 삶의 모방과 자연의 이상화 사이의 차이를.

 

  - 이제 입문식이 시작되었다. 그녀는 어떤 몸짓과 표정을 읽게 될 것이고 배우게 될 것이며 또 그것들을 통해 표현하게 될 것이다. 그녀가 장차 무대 위에서 묘사하게 될 열정을 말이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진실로 위험한 배움이겠지만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성을 지닌 자-예술이란, 앞에 다가온 사물을 충실히 비춰주는 거울이라고 올바로 인식하는 마음을 지닌 자-에게는 그렇지 않으리라.

 

- 모든 극장에는 한 새로운 작가나 가수가 등장하면 항상 시기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그들은 모든 일이 잘 나가는 동안에는 아무 소리가 없다. 그러나 어떤 사건이 성공의 행진에 혼란을 일으키는 순간, 위험한 복병으로 돌변한다.  

 

- 난폭한 음악가여, 그대의 딸이 그대가 준 생명보다도 더 많은 것을 그대에게 돌려주는구려!
 

- 지혜롭게 인류를 관찰하면 이르게 되는 두 결과, 연민 아니면 경멸.

 

- 그것에 대한 내밀한 지식은 오늘날의 평범하고 피상적인 사상과 학문들 사이에서 실종돼버렸으니. 오늘날 희미하게 남은 전승들에는 반드시 원류가 있지요. 산꼭대기에서 조개껍데기가 발견되면 먼 옛날 그곳이 바다였다는 걸 알 수 있잖아요? 고대 코르키스 마법은 자연의 가장 보잘것없는 피조물 속에서 우주의 법칙을 도출해내는 정밀한 학문이었지요. 메디아의 전설은 바로 식물의 싹과 잎으로부터 추출해낼 수 있는 놀라운 힘들에 대한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모든 종파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지닌 신비의 쿠트 자매단은, 바빌로니아 현자들이 아마 저 하늘의 지극히 숭고한 별들 속에서나 찾았음직한 우주의 법칙을 하찮은 풀들 속에서 탐구했지요. 

(리뷰자 주 : 코르키스는 코키스를 말하며 그 마녀 메디아(메데이아)는 아버지 아이에테스와 그 누이 키르케로부터 연결된다.)

 

- 그 형제단의 특징은 모든 종류의 의술에 대한 놀라운 지식에 있다. 그들은 주문이 아니라 약초로 치료한다.

 

- 조상으로부터 유전되돼 내려온 인간의 성품 속에는 어떤 신비가 있습니다. 조상의 마음의 특성은, 온갖 기술과 치료에도 낫지 않는 몸의 질병들처럼, 수 세대 동안 잠자고 있다가 어떤 먼 후손 속에서 다시 살아납니다.

 

- 그녀의 태도는 연인에 대한 여인의 그것도 아니고, 주인에 대한 노예의 그것도 아니었다. 그녀의 태도는 보호자에 대한 아이의 그것이었으며, 비전가에 대한 입문자의 그것이었다. 

- "비올라, 네가 지금 무얼 요구하는지 알아? 너 자신한테, 어쩌면 우리 둘 모두에게 어떤 위험이 닥칠지나 알고 이러는 거야? 너는 알고 있니, 내 인생이 세속적인 인간의 무리들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 나의 혼, 빛나는 자, 아우고에이데스여(Augoeides), 어찌하여 그대는 그대의 구체로부터 내려왔는가? 어찌하여 영원하고 별 같으며, 또 열정 없는 정적으로부터 그대는 어두운 석관의 안개 속으로 수축해왔는가?

 

- 젊은이, 운명은 보기보단 덜 가혹해. 우주의 위대한 지배자는 풍성한 지혜와 자비심으로 인간들에게 자유의지라는 신성한 특권을 주셨네. 우리 모두는 각자 자기 자신의 길을 새길 수 있어. 

 

- 자노니가 자유자재로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을 보고 글린던의 마음에 한 종파가 떠올랐다. 

 

- 세계가 지속되는 한 태양은 평원 위를 비추기 전에 우선산 정상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법이지. 오늘 모든 지식을 골고루 전 인류에게 똑같이 나눠준다 해도 내일 보면 더 현명해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다른 이들이 있을 거라고. 이것은 가혹한 법칙이 아니라 사랑의 법칙이네, 진정한 진화의 법칙, 한세대에서 소수가 현명하면 현명할수록 다음 세대의 다수는 그만큼 더 현명하게 될 것이야.

 

- 과거와 미래의 지배를 위해 예술은 정녕 훌륭한 매개가 아니던가. 자네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그대의 마법으로 불러올 수 있네, 그림이라는 것은 불가시의 존재를 가시적으로 구체화하는 것 아니겠는가.

 

- 당신은 두 세계의 경계에 서 있소, 과거와 미래.

 

- 인생은 항상 용서를 필요로 하지. 삶의 첫 번째 계명은 용서니까.

 

- 심지어 천상계를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존재도 이 지상에서 이완과 휴식을 구해. 인간의 정신은 새와 같아. 항상 날갯짓하며 날 순 없어. 현실적인 세계에 대한 욕구가 느껴지면 그것은 일종의 허기와 같아서 충족시켜줘야만 해. 이상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사람은 그만큼 현실도 잘 향유하지.

 

- "뭐든 위대하고 숭고한 걸 성취하기 위해선 뭣보다 진리, 자신이 소망하는 목적에 합당한 진리를 분명하게 인식해야 하는 것이 첫 번째 필요조건이야. 그렇게 했을 경우 장군은 전쟁의 승산을 거의 수학적으로 추론해낼 수 있지. 그는 결과를 예언할 수 있어. 만일 그가 가능한 모든 자료들을 모을 수 있다면 말이야. ... 하지만, 진리들에 대한 이 인식은 많은 원인에 의해 혼란되지. 허세, 열정, 두려움, 게으름 등. ..."  

 

- 진리를 인식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오로지 마음의 특별한 상태에 달려 있네. 그 상태는 심원한 평정이야. 자네 마음은 진리를 향한 욕망으로 부글거리고 있어. 그걸 억지로 움켜쥐고 싶어 해. 자넨 자네한테 시련이나 준비 없이, 우주에 존재하는 지극히 위대한 비밀들을 던져달라고 요청하고 싶겠지. 하지만, 진리는 준비되지 않은 자는 볼 수 없어. 그건 마치 한밤중에 태양이 뜰 수 없는 것과 같아. 그런 사람은 진리를 받아도 그걸 오염시킬 뿐이야. 숭고한 마법의 비밀에 다가간 어떤 자는 이렇게 비유적으로 말했지. '진흙 벽에 물을 뿌린 자는 흙탕 범벅을 만들 뿐이다.' 라고."

 

- 자네의 성품에는 조화와 음악이 부족해, 피타고라스 주의자들이 가르친 바대로 음악은 우리를 고양시키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지. 나는 자네한테 그녀의 사랑 속에 있는 그 음악을 주고 싶어. 

 

- "부디 잘 숙고하라고. 한쪽 길에는 비올라, 단란한 가정, 행복하고 조용한 삶이 기다리고 있고, 다른 쪽 길에는 모든 것이 캄캄한 어둠이야. 심지어 나의 두 눈으로도 꿰뚫을 수 없는 어둠."
"하지만, 당신은 내게 말했어요, 만일 비올라와 결혼하면 난 그저 평범한 존재로 만족해야만 한다고, 만일 내가 비올라를 포기하면 당신의 지식과 힘을 갈망하게 될 거라고."

 

- 이 모든 것들이 그의 마음속에 자란자란 했다. 그러나 두려움이나 공포 같은 감정은 없었다. 하나의 불이 그의 가슴속에 켜졌다. 한번 켜지면 결코 꺼지지 않는 혼불이. 이제까지의 모든 세속적 야망들이, 신비 지식을 통해 자노니가 머무는 숭고한 세계에 이르려는 하나의 열망 속에 녹아들어 버렸다.

 

- "그가 독도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인지 시험해봐야겠군." 대공이 잔인한 미소를 띠며 목소리 톤을 높여 앞에 있던 마스카리에게 말했다. 대공은 자기 손으로 직접 와인에 독을 탔다. 그 독은 대공 가문 최고의 가보로서 그 재료 성분은 일체 비밀에 부쳐졌다. 재능은 뛰어났지만 사악한 이 가문의 조상들은 그 독을 사용하여 이탈리아 최고의 권좌에 올랐다. 그들은 지극히 영리했지만 온갖 악행을 일삼았다. 그 독약의 효과는 빠르긴 했지만 그 자리에서 금방 나타나지는 않았다. 또 어떤 신체적 고통이나 경련, 상흔도 유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심을 살 염려가 없었다. 의사가 시신을 제아무리 세밀하게 부검해봐도 사인을 찾아내기란 불가능했다. 독을 먹은 희생자는 12시간 동안은 혈색이 붉어지고 들뜬 기분이 될 뿐 별다른 증세를 느끼지 못하였다. 그러다 차츰 몸이 나른해지고 마침내 졸중의 증세가 확실히 나타나게 된다. 일단 그렇게 되면 어떤 의술로도 회복할 수 없게 된다. 그동안 비스콘티 가문의 정적들은 이 졸중으로 많이 사망하곤 했던 것이다.

(리뷰자 주 : 칸타렐라와 보르자.)

 

배우고 싶다는 열망과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은 별개야. 열망을 가진다고 모두 성취하는 것은 아니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대한테 스승을 연결시켜주는 것뿐이야. 나머지는 전적으로 자네한테 달려 있어.  

 

- "하지만, 손님." 안내자가 말했다.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우리 도움 없이 산에 오르려고 생각하는 무모한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분화구 속에 굴러 떨어져도 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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