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2

[맨리 P. 홀] 어떻게 살아야 해요? - 철학자에게 인생을 묻는다

일루젼 2021. 8. 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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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맨리 P. 홀 / 윤민
출판 :  마름돌
출간 :  2021.03.28


 

살아간다는 것이 마냥 쉽기만 한 사람은 극소수일 것이다. 

 

선택이란 항상 어려운 일이다. 

때로는 사실상 선택지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기도 하고 -적어도 당사자에게는-,

때로는 무엇을 택해야 할지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기도 한다. 

좋은 선택이라는 것이 과연 있는가 싶어지기도 한다. 

 

균형점이란 참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순간이다. 

도달한 순간을 인지할 수 없으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야금야금 무너진다.

앗차 하면 문제가 발생하고서야 틀어졌음을 알게 된다.  

항상 스스로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참 어려운 일이다.  

 

이번 책은 수월하게 읽힐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통 손에 잡히지 않아서 애를 먹었었다.

그러더니 오늘에 와서야 턱 하고 읽히니, 세상만사 다 때라는 것이 있는가 싶어진다. 

 

<어떻게 살아야 해요>는 거울을 보는 마음으로 읽었다. 

개인적으로 적절한 때에 읽었기 때문에 아주 만족스럽다. 

오늘이 아닌 다른 날 읽었었더라면, 지금 느낀 것과는 상당히 다른 것들을 느꼈을 것 같다. 

언젠가 생각이 달라지는 날이 온다면 이건 오늘의 답, 그건 그 때의 답이라 생각하자.

 

 

 

 


 - 내가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일상에서 부딪히는 상황에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솔직하게 분석해보는 것입니다. 노이로제 환자가 아니더라도 가끔은 불행한 일이 생기고, 피곤하고, 낙담하고, 기분이 상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그런 상황에서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입니다.

 

- 이런 증상을 가져온 궁극적인 원인을 파헤치고 필요한 변화를 실행으로 옮기겠다는 용기와 의지가 있어야만 문제가 해결될 수 있습니다.

 

- 지금의 삶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내가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생각, 감정, 그리고 일상의 행동을 개조하고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투지, 인내, 헌신, 그리고 무엇보다 완전한 솔직함이 필요한 일입니다.

 

- 올바른 자세로 미래를 맞이하는 원리는 아주 단순합니다. 새로 시작하고 싶은 일이나 공부는 뒤로 미루지 마세요. 새롭게 뭔가를 배우고 성장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생각도 금물입니다.

 

- 저를 찾아와 조언을 구하는 많은 사람에게 상담도 해 주었으며, 그 과정에서 오히려 제가 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제가 상담을 하면서 얻은 최고의 교훈은, '불가능한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선 안 된다.'는 점입니다.

 

- 종교학의 경우에는 해당 종교의 창시자 또는 그의 직계 제자가 집필한 것으로 알려진 경전이 훌륭한 참고자료가 됩니다. 오늘날에는 비교적 번역이 잘 된 세계 주요 경전의 번역본을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읽기 어려운 책도 더러 있습니다. 그래서 요약본으로 대체하려는 유혹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은데, 이때는 요약이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저자가 자기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선별적으로 일부 내용만 요약했는지, 중요한 부분을 누락한 것은 아닌지 검증해봐야 합니다.

 

- 제 경험에 따르면 이 분야에 관해서는 현대보다는 고대 학문을 따르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현대의 학자들도 고대의 유산을 많이 참조하기는 하지만, 개인적인 의견을 많이 덧붙이고 학계의 조류를 따르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고대의 원저를 제멋대로 번역하여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점성학 분야에서도 그런 사례가 있었습니다. 고대의 점성학 서적을 현대식으로 다시 편찬하는 과정에서 점성학과 관련된 출처는 모조리 삭제되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비교종교학 분야에서 신뢰할 수 있는 학자들이 몇몇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진지하고 철저한 연구를 통해 어느 한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객관적 시각을 제시한 학자들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능하면 이들의 연구를 참고하는 것이 좋습니다. 철학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 공부하면서 어떤 영감이 떠올랐다면 책부터 뒤져 보시기 바랍니다. 옛 현자들이 이미 여러 번 언급했던 지혜의 가르침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너무나도 독창적인 생각이라면 섣불리 공유하지 말고 잠시 기다려보는 것이 좋습니다. 영적 가르침은 굳이 출처를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글을 통해 그 가르침을 최초로 설파한 현자나 학파에 영광을 돌리는 것이 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가르침의 계보가 문서화되어 있어야 진리를 탐구하는 구도자들도 옛 가르침이 세월에 걸쳐 어떻게 전파되고, 인간사회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추적하고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모든 진리는 진리의 원천에서 나옵니다.
 

- 저는 지금까지 공부하면서 자연은 정직하며, 영적 성장을 관장하는 법칙은 물질 세상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원하는 것을 얻고 싶다면 내가 직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원칙과 신념을 지키고, 역사 초기부터 인류를 지도하고 보호한 도덕률을 꾸준히 따르고 실천하면 됩니다. 이 원칙대로 살면 모두가 언젠가는 지금보다 나은 운명을 맞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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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것이 왜 이토록 어려울까?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는데도 왜 자꾸 힘겹게만 느껴지고 좀처럼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것일까? 왜 어떤 사람은 힘든 상황에서도 역경을 잘 헤쳐 나가고, 나는 같은 문제가 닥칠 때마다 바뀌는 것이 없고 매번 고생하는 것일까? 그래서 '삶의 미스터리'라는 표현을 쓰는 것일까? 

 

- 사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 중간고사 시험지를 받아보고 당황하는 이유와 같다. 공부를 안 했으니 당연히 어렵고, 결과도 좋을 수없다. 인생은 일종의 고사장이다.

 

 - 친구를 사귀고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주고 싶다면 우선 나부터 사회에 적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세상에는 천부적으로 사회생활을 잘하는 사람도 있고, 인생을 경험하면서 조금씩 사회생활의 기술을 습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 평온한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따스함,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면서도 지나치게 감정적이지 않은 성품은 소중한 자산입니다. 항상 긴장하고 있으면 그 감정이 사방으로 퍼져나가 주변 사람들도 나와 함께 있을 때 불편해합니다.

 

-  동심을 내던져야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면 인간으로서의 매력뿐 아니라 권위와 존중까지 잃게 됩니다. 아이처럼 행복한 것은 위선도 아니고, 점잖지 않은 일도 아닙니다.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방법으로 휴식을 취하고 기쁨을 느끼는 것은 오히려 아주 바람직합니다.

 

- 자기만의 특별한 소신과 생각을 표현하느라 입을 한시도 다물지 못하는 사람 중 언행일치를 실천하는 사람은 많이 보지 못했습니다. 말과 행동이 너무 달라서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납니다. 잘난 척하지 않으면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상이나마 풍길 수 있지만, 말이 많으면 좋은 평가를 얻지 못합니다.

- 자기 딴에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빠져 '평범한 사람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는 사람 중, 그 엄청 중요하다는 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크게 공헌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 수줍음도 일종의 자아의식으로, 그 이면에는 표면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오만과 우월 콤플렉스가 숨어있을 수 있습니다. 타인의 도움을 거절하면 왠지 내가 강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상대방은 선의를 베푼다는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도우려 했을 뿐인데도 말입니다. 완전하게 독립적으로 자급자족할 수 있고 어떠한 상황도 혼자서 극복할 수 있는 초인이 되기 위해 애를 쓰다가 나도 모르게 인간관계를 피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남에게 절대로 신세 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살 때 생기는 결과입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내 안의 사랑하는 마음조차 의심하게 됩니다.

 

- 인간은 자기가 모르는 것에 공감할 수 없습니다. 애정이 부족한 사람은 이론에만 치우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말로는 세상만사를 다 설명하지만, 정신을 자극하고 관심을 끄는 일에만 집중하며 자기만의 작은 세상에 자신을 가둬버립니다. 이는 일종의 기벽일 수도 있고, 삶에 대한 잘못된 철학이 유발한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매우 위험한 실수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행복한 사람은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확신하며 타인을 질투하는 마음을 품는 것입니다. 노이로제 환자는 행복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 한때는 자기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의 환자였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자기 연민과 실수를 절대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품고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서 점차 멀어지고, 자기가 홀로 된 책임을 그들에게 떠넘깁니다

 

- 자연은 아픈 일을 잊고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도록 도움을 줍니다. 우리는 또한 안 좋았던 경험을 소중한 교훈으로 변환하고, 이를 통해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성숙해질 권리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슬픔과 아쉬움을 놓지 못해 계속 집착하고 매달리면 심리적으로 나쁜 습관이 하나둘씩 쌓여갈 수 있습니다. 증오하는 마음도 습관입니다.

 

- 나는 지금까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독재자처럼 행동했나? 나에게 주어진 기본적인 책임조차 감당할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인가? 자기연민에 빠져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미숙한 인간인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신비스럽게 들리는 형이상학 교리와 사상에 섣불리 관심을 가졌다가 더 혼란스러운 상태에 이른 것은 아닌가? 자기 계발을 한답시고 비현실적인 신비주의 수련 따위를 무작정 따라 했던 것은 아닌가? 계시를 받는답시고 위자 보드를 가지고 장난을 치고 영매, 초능력자, 예언자라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던 것은 아닌가?

 

- 인간관계의 기본 규칙을 깨고, 타인에게 무례하게 대하고, 단점이나 지적하고, 자기연민에 빠져 슬퍼하는 사람에게 돌아오는 보상은 고통과 질병입니다. 우주의 법칙을 위반하고 불행을 피해 가는 방법은 없습니다.

 

- 기억의 독재와 상상의 환상으로부터 정신을 해방할 수 있으면 나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에 관해서도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 다른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자기를 계발하고 인격을 개조할 수 있습니다. 인격이 성장한다고 해서 겉으로 눈에 띄게 드러나는 부분은 없습니다. 단지 전보다 우아하고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로 조금씩 변해갈 뿐입니다. 부처는 깨달음에 이르는 긴 여정은 첫걸음부터 시작한다고 말했습니다. 인격의 개조와 마음의 평온은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만들어낸 수렁에서 나를 건져내야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 저는 개인적으로 피타고라스의 방식을 선호합니다. 피타고라스는 제자들에게 매일 아침, 오늘 해야 할 일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결의를 다지면서 하루를 시작하라는 단순한 가르침을 전파했습니다. '오늘'은 내가 예전에 (또는 오래전에) 취한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해결할 기회라는 자세로 일상을 대하는 것이 좋습니다.
 

- 피타고라스의 제자들은 매일 밤 회상(retrospection) 기법으로 하루를 마감했습니다. 잠들기 직전에 하루 동안 있었던 일들을 역순으로 거슬러 올라가 머릿속에서 떠올려 보는 일종의 수련입니다. 이렇게 시간을 거꾸로 돌리면 결과를 먼저 확인하고, 그 결과를 유발한 원인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나는 좋은 의도로 행한 일이었는데, 다른 사람 또는 어떤 사소한 일 때문에 결과가 일그러졌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변명을 하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상황을 집중 조명하여 어두운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나의 모습을 찾아내야 합니다. 야간 명상 또는 회상을 통해 오늘 저질렀던 작은 실수를 발견하고 교정하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나는 고통받을 권리가 있다는 삐뚤어진 생각을 고집하며 명상을 거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피타고라스의 야간 명상은 장기간 지속할수록 진가를 발휘합니다.

 

-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인간의 상태만 바뀔 뿐이라는 칼릴 지브란의 말을 깨달으면, 인간이 "나는 죽였다." 또는 “나는 죽는다."라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라는 바가바드 기타(Bhagavad Gita)의 메시지도 이해하게 됩니다. "죽였다, " “죽는다"는 죽음이라는 것이 실재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말입니다. 하지만 죽음은 허상입니다.

 

-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결혼생활에 적합하지 않은 세 가지 유형의 인간이 있다고 합니다. 자기를 완전히 개조하기 전에는 결혼생활에서 고전을 면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첫째는 삶을 경험하면서 혼자 있어야 할 필요성을 느낀 사람, 또는 태생적으로 종교와 명상을 목적으로 하는 삶에 이끌리는 사람입니다. 이들은 헌신하는 마음이 강한 선량한 사람들로, 세상을 위해 많은 봉사를 하지만 개인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부류입니다. 개인적 감정을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는 이들은 목회와 선교 활동 또는 사회적 약자들을 돕기 위해 삶을 바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는 '영구적인 청소년' 유형입니다. 성장을 거부하는 이들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를 외면하며 영원히 철들지 않는 부류입니다. 성숙하지 않은 인간은 자신의 쾌락과 욕망을 채우는 일에만 집중하며 일생을 낭비합니다. 두 명의 미성숙한 인간이 만나 결혼을 하더라도 결과는 거의 항상 불행으로 이어집니다. 4~5번이나 결혼생활에 실패하고도 자기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실패의 원인을 도무지 알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도 본 적이 있습니다. 
세 번째는 모든 일에 냉소적이고 환멸을 느끼는 부류입니다. 이들은 결혼생활에 한두 번 실패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원망과 자기 비하를 일삼습니다. 역시 잘못은 언제나 상대방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가 결혼생활에 실패했으므로 결혼은 재앙을 불러오기만 한다는 확신에 차 있는 사람들입니다.

 

- 부정적인 생각과 행동은 아무리 정당하게 여겨지더라도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오고, 건설적인 자세는 나와 주변 사람들을 모두 보호한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 술과 같은 인위적인 방법으로 정신의 장벽을 낮추면 사람이 평소보다 멍청해집니다.

 

- 인생의 황혼기는 젊은이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기쁨을 제공합니다. 우주는 청년, 중년, 노년에게 각각 걸맞은 기회와 보상을 제공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열정적으로 삶에 도전하고, 중년에는 삶에 대한 책임을 지고, 노년에는 삶을 이해하는 지혜를 얻습니다. 봄도 아름답지만, 가을도 가을만의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 강의를 잘하려면 우선 주어진 시간 안에 전달할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지식을 보유해야 합니다. 비교종교학, 철학, 미학을 깊게 공부하면 모든 지식 분야의 배후에 있는 줄기를 하나로 통합하는 진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비유의 법칙(Law of Analogy)도 삶과 문화의 모든 측면을 관통하는 우주의 법칙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제가 하는 공부의 기본적인 프레임워크는 피타고라스, 플라톤, 신플라톤주의를 비롯한 그리스 철학, 그리고 힌두교와 불교로 대변되는 동양의 우주론과 윤리학입니다. 조금만 깊게 공부하면 동양과 서양의 가르침이 일맥상통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동서양의 학문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습니다. 이론뿐 아니라 학문에 담긴 도덕적 가르침에도 근본적인 차이가 없습니다.

 

- 처음에는 신과 우주의 기원, 그리고 자연의 배후에 있는 보이지 않은 힘과 구조, 패턴을 공부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했습니다. 그 후 이 추상적인 개념을 변화무쌍한 인간 사회에 적용하는 방법에 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우주의 법칙은 언제, 어디서나, 모든 것을 대상으로 항상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법칙의 작용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칙의 실용적인 면을 강조함으로써 많은 사람이 자기를 계발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대든 현대든, 영적인 관점을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이성으로 영적 가르침을 재조명해보자는 것이 제 취지입니다. 쓸모 있는 삶의 철학을 검증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실생활에 적용했을 때 바람직한 결과가 나왔다면 올바른 철학입니다. 중명할 수도 없는 놀라운 계시로 청중을 압도하는 것보다는, 실천을 통해 스스로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개념들을 전파하는 것이 제 강의의 목표입니다. 

 

- 진지한 선생이라면 자신의 사고방식도 신중하게 분석할 줄 알아야 합니다. 결론을 미리 지은 후 합리화하지 말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결론에 도달해야 합니다. 내 생각을 파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쳐 진리로 인정되고 소중한 것으로 검증된 교리를 공유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기발하고 흥미로운 개념에 사로잡히면 무의식적으로 이를 퍼트리고 정당화하려는 생각에 빠질 수 있습니다. 종교계에서 특히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설교를 하는 사람이나 듣는 신자나, 자기에게 익숙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신앙과 가르침을 두둔하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솟아납니다.

 

- 자기만의 생각에 갇혀 은둔하면 시야가 좁아집니다. 인간을 폭넓게 체험하고 이해해야 사회에 기여 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저는 미술, 음악, 신화, 전설, 상징체계, 수공예 등을 공부하면서 책을 쓰고 강의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관찰력을 키우면 인간의 창의력과 천재성에서 어떤 심오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저의 관심이 개인적 목표 달성에 큰 힘이 된 것 같습니다. 취미도 인간의 잠재력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에트루리아 문명이 남긴 화병에는 고대 그리스의 신비주의 가르침이 담겨있습니다. 티베트의 도상에는 모든 종교의 이면에 흐르고 있는 원형과 심벌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연금술사와 카발리스트들이 오래전에 그린 판화는 지금까지도 인간의 상상력과 이성을 자극합니다.

(리뷰자 주 : 여기에서도 지엽적으로 살펴보자면, <마법사 자노니>에서 비올라의 방에 '에트루리아 풍' 화병이 있었다는 묘사가 나온다. '에트루리아'가 아닌 그런 '풍'의 화병이 있었다는 것으로 그녀의 잠재성에 대해 말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다가, 그런 연결들이 내가 보고 싶은대로 보려 하는 좁은 시야는 아닌지 다시 뜨끔한다.)

 

- 인류가 다방면에서 성취한 것을 폭넓게 체험하고 이해할수록 지식을 전달하는 능력도 향상됩니다. 특정 주제에 관한 깊이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더 많은 사람과 널리 소통하기 위해서는 깊이보다는 범위가 더 중요합니다.

 

- 그럼 이제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을 살펴봅시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선 내가 전문성을 가진 분야를 주제로 선택해야 합니다. 좋은 강의에는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습니다. 첫째,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내용이어야 하고, 둘째,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이집트의 대피라미드에 담긴 상징체계를 주제로 강의를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주제를 정한 후에는 제 기억 속에서 피라미드와 관련된 지식을 하나씩 끄집어내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일단 '역사의 아버지 '로 불리는 헤로도토스가 대피라미드를 어떻게 묘사했는지 생각해 봅니다. 헤로도토스를 떠올리면 고대 이집트의 상징체계로 생각이 옮겨가고, 고대인들이 대피라미드를 헤르메스의 무덤으로 묘사했다는 기록도 기억 속에서 솟아납니다. 

 

- 이렇게 예전에 체험했던 피라미드들의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가면서 피라미드의 상징적인 의미, 인류가 만든 수많은 종교와의 관계 등에 대해 사색하게 됩니다. '피라미드(pyramid)'라는 단어는 고대에 '불'을 의미했던 'pyr'에서 유래되었습니다. 피라미드의 면에 햇빛이 비치면 삼각형의 불처럼 보입니다. 이 시점에서 세계 많은 피라미드의 정상에 돌이 없는 이유에 관해 의문을 품게 됩니다. 의도적인 것이었을까요?

(리뷰자 주 : 꼭지점을 자른 피라미드를 보고 천상의 삼각형을 떠올렸던 적이 있다. 그 연결성을 찾아볼 실마리를 얻었다.)

 

- 신비주의와 밀교 가르침은 학식이 깊고 진지한 학자조차도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신비체험, 비전, 심령 현상 등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신성한 우주의 법칙과 윤리가 물질 세상에서 실현되는 원리를 이해하 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날까지도 공고한 보편적 사상의 가르침과 정면충돌하는 '계시'는 일단 신중한 자세로 대하는 것이 좋습니다.

 

- 인내심 있는 학생은 공부하면서 발견한 진리를 동양의 만다라와 같은 체계적 도안으로 정리합니다. 우주는 거대한 영적 유기체이며, 모든 조각이 마치 퍼즐처럼 완벽하게 결합하여 전체를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의 행동을 관장하는 기본적인 법칙들 도 하나로 통합하면 '플로티누스의 꽃'과 같은 기하학적 패턴이 그려집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 신성한 우주의 법칙에 맞서면서 반항하기 때문에 세상에 문제가 끊이지 않습니다. 영적으로 성장하고 싶다면서 자기 규율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의 결점을 인지하고 고치려는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런 골치 아픈 과정을 생략하고 '깨달은 자'가 되겠다는 심보입니다. 그래서 유효하지도 않고 '쉽게 얻을 수 있다.'는 망상을 절대 충족해줄 수 없는 거짓 교리와 가르침에 빠져듭니다. 

(리뷰자 주 : Plotinus. Flower of Life가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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