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김태권
출판 : 한겨레출판사
출간 : 2021.05.247
북튜버 중에서는 '겨울서점' 채널을 좋아한다. 신나서 말하는 텐션도 좋고, 조근조근 평가하는 촌철도 좋다.
사실 채널의 모든 영상을 본 것은 아니지만 (리뷰 영상을 보다보면 엄청난 뽐이 오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최근 아주 감사하며 보고 있는 영상으로 '12시간 책 읽기 챌린지'가 있다.
얼마전 풀영상이 (약간의 편집 + 카메라 문제로 날린 시간을 제하고 7시간이 넘는) 공개되어 독서메이트가 되어 주고 있다.
강렬한 포인트는!!
- 내가 걱정이 되는 건 나의 집중력도, 독서도 아닌 '카메라 배터리'다.
- 사실 24시간을 하고 싶은데 스케줄 때문에 12시간 밖에 안 나온다.
- 챌린지라고는 했지만 솔직히 실컷 책을 읽고 싶어서 만든 이벤트다.
리스펙.
책을 읽은 후 중간 중간 리뷰하는 부분을 편집한 짧은 영상이 따로 존재하는데, 그걸 보다가 뽐이 와서 읽게 된 책이 이 책이다.
<살아생전 떠나는 지옥 관광>. 얼마전 <루시퍼> 및 종교 도서들을 읽은 참이라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김태권' 작가를 접한 것은 처음인데 글을 재미있게 쓰신다. 약간 날카로운 유머와 쉬운 문장이 매력있다.
이 분의 저서와 추천 도서들을 좀 더 찾아봐야겠다.
막상 책 이야기는 없는 리뷰가 되었는데....
재미있다!ㅋㅋㅋ
잘 읽힌다!
- 어째서 두자춘의 새로운 인생이 이렇게 잘 풀렸을까? 사실은 더 큰 고통을 당하기 위해서였다.
- 세상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싶다면 인간적인 감정, 특히 사랑을 끊어야 한다는 것이 당나라 소설 <두자춘전>의 첫 번째 주제다. 신선은 자유로운 존재다. 사회의 관습에도, 자연법칙에도, 심지어 인간의 감정에도 구애받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에 휘둘리는 바람에 마지막 한 문제를 틀려 '신선 입시'에 낙방한 후배 두자춘의 모습이, 도사가 보기에 얼마나 딱하고 안타까웠을까? 절대적인 자유 앞에 하룻밤 환상과 같은 인간의 감정은 얼마나 하찮은가? 정말로 자유로운 존재가 되고 싶다면, 사랑은 끊어야 할 한갓된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 인간은 자유를 원한다. 하지만 인간은 사랑도 원한다. 사랑을 하면 해야 하는 일도 많아지고 하지 말아야 할 일도 늘어난다. 그렇다고 사랑을 끊을 수 있나? 사랑 없이 어떻게 살란 말인가. 마음 붙일 곳 없이 인간이 어떻게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나. 사랑은 이른바 인간의 조건(라틴어로 콘디티오 후마나, conditio humana)이다. 인간은 사랑 때문에 괴롭지만 사랑을 벗어날 수 없고, 그 때문에 도리어 인간답다는 아이러니로 당나라 소설 <두자춘전>을 해석할 수도 있겠다.
(리뷰자 주 : <두자춘전>을 읽고 <마법사 자노니>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 "(세상의 끝을) 경험하고 싶은 욕망을 거부하지 마라. 그대들의 타고난 천성을 생각해보라. (우리는) 짐승처럼 살려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덕성과 지식을 따르기 위함이었으니."
- 마니에리즘 시대의 화가 일 브론치노의 그림도 훌륭하다. 인물들이 모두 늘씬하고 잘생겼다.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은 예수가 가운데 있다. 나는 이 그림을 몇 년 전 피렌체에 갔다가 처음 보았다. 이렇게 잘 그린 그림을 그전에는 왜 못 봤을까? 사실 나만 처음 본 것이 아니다. 한동안 이 작품은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썩어 문드러진 채 버려져 있었다고 한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자금을 모아 겨우 복원해낸 것이 몇 해 전의 일이다. 림보에서의 해방을 그린 이 그림 자신도, 최근에야 망각의 지옥에서 해방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 셈이다.
- 신은 인간을 사랑한다면서 왜 인간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저승에서나 이승에서나 고통받게 내버려둘까? '신'이라는 말이 불편하다면 '우주의 원리, 같은 말로 바꾸어도 상관없다. 숱한 철학자와 사상가가 설명을 시도했지만, 누구나 만족할 만한 이렇다 할 대답을 구하지 못했다. 이것이 철학에서 유명한 '악의 문제', 인간은 고통받는다, 현세에서도 지옥에서도.
(리뷰자 주 : <루시퍼>를 읽고 읽으니 수월하다.)
- 우리에게 익숙한 '뜨거운 지옥'은 그리스도교에서 믿는 지옥인 것 같다. 히브리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믿어오던 지옥의 이름은 '게헨나'.
- 한편 기독교의 게헨나와 이슬람의 자한남 등 유명한 불지옥은 죄인에게 직접 불을 댄다. 불길이 사람 영혼을 연료 삼아 영원히 타오른다나. 사람의 영혼이 이처럼 대단한 에너지 자원일 줄은 몰랐다. 아무튼 이런 곳에 떨어지면 비명 지르기 바빠 연비 계산할 틈도 없겠지만 말이다.
- 지장보살을 그리거나 보살상을 만드는 자는 “삼백 번이나 천상에 환생하고 천복이 다해 인간 세상에 태어난대도 나라의 임금이 된다”라고 했다.
- 물로 인한 고통이란 어떤 고통일까. 비가 오면 아프다. 혹시 이런 형벌도 있을까. 비가 내리는 날의 아픔을 뜻하는 용어가 있었던 것 같아서 혹시나 싶어 찾았더니 정말 있었다. 어려운 말로 '메테오로퍼시 (meteoropathy)' 라고 한다. 그리스어 '메테오론(높은 곳의 일, 즉 날씨)'과 '파토스(고통)'를 이어 붙인 말이다. 일본에서는 '기쇼묘', 즉 기상병이라 부른다고 한다. 하지만 '병'이 라고 할 것까지 있을까. 우리말로 옮긴다면 '기상통'이나 '날씨통' 정도가 적절하지 싶다.
- 탄탈로스는 신의 자리를 넘본 교만한 인간이었다. 그렇다면 왜 그토록 잔인한 벌을 받는지도 알 것 같다. 인간이 신과 맞먹으려고 하는 오만함을, 그리스어로는 '히브리스(hybris)'라고 불렀다. 그리스 사람들은 히브리스를 제일 큰 죄로 쳤다. 신화에만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다.
(리뷰자 주 : 히브리스, 혹은 휴브리스)
- 이들은 그리스도교의 순교 성인이다. 평소 천국에 살다가 한 해에 한 번, 10월 31일 핼러원 밤에 이승에 내려온다고 한다. 장난을 치거나 사탕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핼러윈 이튿날인 11월 1일이 만성절, 즉 '모든 성인의 날'이기 때문이다. 핼러윈이라는 이름부터가 '성인(hallow)'의 날 '이브(eve 또는 even)'에서 왔다. 18세기 무렵 '핼러-인(Hallow-E'en)'이 라고 쓰다가 지금은 '핼러윈(Halloween)'이 됐다. 다음다음 날인 11월 2일은 만령절 또는 위령의 날. 성인 아닌 모든 죽은 사람을 기리는 날이다.
(리뷰자 주 : 할로윈의 기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신화와 <스타워즈>라니? 흥, 억지로 잘도 갖다 맞추시네'라고 생각할 독자님도 있겠다. 그런데 조지프 캠벨의 신화 이론이 유명해진 계기가 <스타워즈> 영화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나중에 <스타워즈> 시리즈를 만든 조지 루커스는 캠벨을 자기 집에 초대해 직접 <스타워즈> 영화를 틀어주었다고 한다. "당신 이론을 미리 알고 영화를 만든 건 아니었지만, 사람들 이야기로는 당신 이론하고 내 영화가 딱 맞는다더군요”라고 덧붙였다고 한다. 캠벨 역시 "나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영화를 보거니와, 내 이론하고 당신 영화는 딱 맞아떨어집니다"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 이 사진을 다르게 볼 수도 있다. 인종차별하는 사람들의 악마 같은 얼굴이 영원히 사진으로 남았다. 그런데 사진 찍힌 사람들도 이렇게까지 자기들이 벌을 받게 될지는 몰랐을 것이다. 이들이 잘못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들을 사진으로 남겨 영원히 미움을 받도록 조리돌림하는 일은 과연 옳은 일일까? 혹시 정의라는 명분으로 악을 악으로 갚는 위험에 빠지지는 않을까? 현실을 고발하는 사진의 윤리에 대해 고민할 때 자주 부딪치는 문제다.
(리뷰자 주 : 모든 순간을 사진이나 비디오로 남겨두는 기록소가 있다면, 각각의 장면은 그대로 무한하게 고정될 것이다. 내 의식이 어느 지점에 존재하느냐에 따라 그곳은 천국 혹은 지옥이 될 것이라는 상상을 해본다.)
- 수학자로 유명한 블레즈 파스칼은 철학자이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이 종교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① 신을 믿는 경우.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약간의 손해를 볼 수도 있다.
대신 신이 존재한다면 극락이나 천국에 가게 될 테니 이익을 무한히 본다.
② 신을 믿지 않는 경우.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거봐, 내 말이 맞지” 하는 자기 잘난 맛을 즐길 수 있는데, 이것은 별로 큰 이익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도 신이 존재한다면, 지옥에 떨어지는 무한한 손해를 본다.
그러므로 신이 존재할 확률이 어떠하든지, 신을 믿는 쪽이 믿지 않는 쪽보다 기댓값이 크다. 무한히 크다.
그러니 파스칼의 주장대로라면, 제정신 박힌 '도박사'는 신을 믿는 쪽에 내기를 걸어야 할 것이다.
(리뷰자 주 : 물론 이 논리는 파훼가 가능하지만, 언젠가 비슷한 질문에 똑같이 대답한 적이 있어 당황했다. 비슷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존재한다.)
- 어째서 이것이 굴욕적인 벌이라고 주장하는가? 이들이 누구였나 살피면 답이 보인다. 바로 예언가와 점쟁이, 인간에게 허락된 지식을 넘어서려던 사람들이다. "보아라, 너무 앞을 보려 했기 때문에 이제는 뒤를 바라보며 뒤로 걸어간단다." 앞을 내다보던 사람을 뒤만 보게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 이 벌의 핵심이다. 불지옥의 신체 고문도 무섭지만, 이렇듯 굴욕적인 맞춤형 고문도 끔찍하다. 살아생전에 하던 일을 영원히 후회하게 될 테니까.
(리뷰자 주 : 앞도 뒤도 사라진다면 큰 의미가 없어지는 게 아닐까?)
- 장례 지도사 일을 하며 '죽음 긍정 운동'을 하는 케이틀린 도티의 글이다. 시신은 한숨을 쉬기도 한다. “최근에 죽은 사람을 운반할 때면 숨길에 갇혀 있던 공기가 밖으로 밀려 나올 수 있어. 그럴 때 으스스한 신음 소리가 들리기도 해."
(리뷰자 주 : 상당히 즐겁게 읽었던 저자라 반가웠다.)
- 베르길리우스와 단테가 네 명의 시인을 만난다. 호메로스, 호라티우스, 오비디우스, 루카누스, 고대의 네 시인이다. 단테 자신이 여기에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을 썼다. 대시인의 반열에 슬쩍 끼어들다니 대단하다. 나도 나중에 내가 위대한 만화가·작가들과 함께 나오는 만화를 그려봐야겠다. 다른 유명한 사람들도 있다. 헥토르, 아이네아스 같은 신화적 인물과 키케로, 카이사르 같은 역사 인물,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디오게네스, 데모크리토스, 혜라클레이토스 같은 철학자들이 있다. 그야말로 올스타 총출동이다. 림보에서 눈길을 끄는 사람이 또 있다. 철학자로는 아비센나와 아베로에스가 있다. 이 사람들은 내로라하는 무슬림 지식인이다. 또 역사 인물 중에는 이슬람의 영웅 살라딘이 있다. 흥미로운 대목이다. 살라딘이나 무슬림 지식인들은 그리스도교 세계와 맞장을 뜨던 사람들이다. 살라딘은 특히 예루살렘의 십자군 왕국을 멸망시킨 사람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림보에 있다는 것이다.
(리뷰자 주 : 읽.... 읽어야 할 책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 단테는 중세 이탈리아의 시인이다. 도시국가 피렌체에서 정치투쟁에 휘말렸다가 추방당했다. 망명 생활을 하며 <신곡> 등 작품을 남겼으나 끝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숨진다. 마음에 맺힌 것이 많았을 것이다. 피렌체의 산타크로체 성당에는 단테의 무덤이 있지만 사실 비어 있다. 단테의 시신은 라벤나에 있다.
(리뷰자 주 : <삶이 축제가 된다면>에서 읽었던 내용들이 겹쳐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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