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김정희, 이호형
출판 : 책읽는귀족
출간 : 2017.12.15
'책읽는귀족' 출판사에 관심이 생겨서 몇 권을 이어 읽는 중이다. 큰 출판사는 때로 그 출판사에서 나왔다는 것만으로 브랜드 가치를 가지지만, 특정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일은 잘 없다. 반면 작은 규모의 출판사는 어떤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느냐에 따라 특색을 보이므로, 저자를 찾아 읽기에 지칠 때에는 가끔 출판사의 선택을 따라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실은 '디오니소스 프로젝트'에 관심이 가서 찾아본 것인데 그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꿈에 관한 이야기도 좋아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다.
깊이 있는 전문적인 정보라거나 분석 사례가 실려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떤 방식으로 꿈에 접근할 것인가에 관해 생각해보기에 좋은 책이었다. 흔히 말하는 '개꿈'과 '영몽'이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떤 기준으로 해몽할만한 꿈을 골라야 할지?
읽는 동안 본문에 '필자'라는 지칭어는 나오는데 공동저자 중 누구인지가 명확치 않아 특이한 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중반 이상 읽고 나서야 두 저자가 부부임을 눈치채게 되었다. 한 챕터 안에서도 각각이 '필자'로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완전한 공동 저작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눈치채도록 써놓고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의아하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꿈에 관심이 있지만 무거운 건 싫다면 한 번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 꿈의 의미와 해석 방법을 익혀가면서 우리는 꿈이 자신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는 소중하고 유용한 도구임을 깨달았다. 그 이후로 우리는 우리 자신이 변하는 만큼 꿈의 내용도 변하고, 꿈이 변한 만큼 우리도 달라진다는 것을 경험하며 살고 있다. 특별히 반복적으로 꾸는 꿈의 경우 단순히 꿈의 내용을 꾸준히 기록하고 무슨 의미일까를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알게 되었다.
- 프랑스의 유명한 창작 예술가인 장 콕토는 시인이자 소설가, 그리고 극작가였고, 배우 겸 영화감독이었고, 화가였다. 그는 모든 예술 방면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장 콕토는 서구에서 널리 알려진 '아서왕의 전설'을 자신만의 독특한 해석을 가미하여 새롭게 연출한 적이 있다. 특히 그는 '아서왕의 전설 '을 연출한 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꿈에서 도입부와 3개의 막, 그리고 등장인물들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꿈에서 힌트를 얻은 후, 자료가 부족했던 주인공들과 사건들에 대해 심도 깊은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결과, <원탁의 기사>를 완성하게 되었다.
- 한평생 살아가면서 맛보는 인간의 부귀공명과 인고가 하룻밤의 꿈에 비유될 수 있다는 것을 가리키는 고사성어 가운데 '한단지몽'이라는 말이 있다. '덧없는 한때의 꿈'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 말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 사람들은 종종 천연색 꿈을 꾼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천연색으로 된 꿈을 꾸면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하여 먼저 꿈에 색채가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말할 것 같으면, 거의 대부분의 꿈에는 컬러가 나타난다. 그렇지만 꿈을 꾼 사람이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 기억하지 않으면, 잠에서 깨어나면서 그 색깔에 대한 기억은 쉽게 사라져 버린다.
(리뷰자 주 : 글자만 나오는 꿈이 아니라면 대부분 색에 대한 기억이 선명한 꿈을 꾸는 편이라, 이 설명이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다.)
- 한편, 정상으로 태어났다가 자라면서 사고나 병으로 시력을 상실한 사람의 경우는 또 다르다. 처음에는 정상인과 똑같은 방법으로 꿈을 꾼다. 그러나 시간이 점점 흘러 시각적 형상에 대한 기억이 둔해질수록 그들의 꿈은 태어날 때부터 시각 장애인이었던 사람의 경우를 닮아 간다. 즉, 그들처럼 다른 감각을 이용하여 만들어내는 시각적 형상이 꿈으로 변하게 된다.
(리뷰자 주 : <달러구트 꿈 백화점2>에 같은 내용이 등장한다.)
- 같은 주제를 되풀이하는 꿈인 경우에도 과거 그런 상황을 처음 당했을 때 꾸었던 형상으로 된 꿈을 되풀이하지만 그 내용이 똑같은 경우는 아주 드물다.
(리뷰자 주 : 어릴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같은 꿈을 여러 번 꾸었는데, 나중에는 꿈 속에서 다음 장면을 이미 알고 있기도 했다. 지금은 완전히 똑같은 꿈은 잘 꾸지 않는다.)
- 우리가 꾸는 꿈의 의미를 알 때 얻는 가장 큰 유익한 점은 자신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하지만, 사실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 특별히 어떤 사건과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자신의 정서 작용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아차리고 느끼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꿈은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알아차리지 못한 정서 반응과 우리의 생각을 세밀하게 알려준다. 그러므로 꿈의 의미를 알게 될 때, 자신이 알지 못했던 자신의 새로운 면이나 능력을 더욱 잘 알 수 있다. 그 결과, 우리의 삶은 창조적으로 되며, 또 정서적으로 풍요롭게 된다.
- 메소포타미아인들이 토기 조각에 남긴 기록에 의하면, 지금부터 4, 5천 년 전(B. C. 3,000년에서 2,000년 사이)에 이미 그들은 일정한 양식에 따라 꿈을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양식에는 다음과 같은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꿈을 꾼 사람, 꿈을 꾼 장소, 그 당시 상황, 꿈의 내용, 꿈의 결말, 꿈에 대한 꿈 꾼 사람의 반응, 그리고 꿈에서 약속하거나 예언한 바가 결과적으로 현실에서 어떻게 되었는가에 관한 것이다.
- 비록 키케로는 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으나, 바로 그 로마인 가운데서 고대 서양인들의 모든 꿈 이해를 집대성한 사람이 나타났다. 그 사람은 에페수스 출신의 아르테미도루스이다. 그는 다섯 권으로 된 <꿈의 해석(Oneirocritica)>이라는 책을 남겼다.
- 인간은 혼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혼은 인간의 정신적-영적 활동의 측면을, 백은 인간의 신체적 측면을 일컫는다. 육체적인 백은 아버지의 정자와 어머니의 피로 구성이 되어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잉태를 할 때 육체적인 백이 생겨나는 반면, 정신적인 혼은 탄생을 할 때 육체로 들어오는 것으로 생각했다. 사람이 죽으면 백은 일정 기간 동안 죽은 육체 곁에 머물러 있다가 육체가 소멸됨에 따라 없어져 버리지만, 혼은 육체를 떠나 흰 사슴이나 학을 타고 하늘로 올라간다고 믿었다.
- 이와 같이 꿈꾸는 사람의 특성이나 상황과는 관계없이 꿈의 형상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기호적 해석의 첫 번째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꿈의 형상이 지니고 있는 상징적 특성이 무시될 뿐만 아니라, 꿈 형상의 의미는 철저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라는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통적 해몽의 또 다른 문제점은 꿈에 나오는 하나하나의 요소에 대한 의미나 감정의 탐색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꿈에 나오는 중요한 영상의 의미가 꿈 전체의 의미를 대변하는 것처럼 해석된다는 점이다.
- 유명한 신비적 예술가인 윌리엄 블레이크에게는 깨어 활동하는 삶과 꿈이 서로 뒤섞여 있다고 할 정도로 꿈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런 사실의 일면은 그가 자신의 작품에 이름을 붙이면서 '꿈'이라는 말을 종종 사용한 것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 또 스웨덴의 영화감독이었던 잉마르 베리만은 꿈에서 본 형상을 영화의 장면으로 재창조한 감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벌거벗은 밤(Naked Night)>과 <산딸기(Wild Strawberries)>에서 자신이 꿈에서 본 일화를 그대로, 영상으로 연출한 것으로 유명하다.
-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심장 질환과 심리 작용에 관한 연구에서 흥미로운 점이 두 가지 발견되었다. 한 가지는 심장에 이상이 있는 경우, 다른 질병보다 더 뚜렷하게 꿈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심장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깨어 있는 동안에도 심장과 관련된 내용을 더 많이 마음의 형상으로 투사한다는 사실이다.
- 특히 이와 같은 꿈은 목숨이 오가는 전투에 참여한 군인들이 흔히 꾼다. 그들은 꿈에서 언제나 같은 끔찍한 전투 장면으로 시달린다고 호소한다. 그들의 꿈은 그들이 실제 전투에서 겪은 장면과 아주 유사한 내용으로 이루어진다. 흥미로운 사실은 부상을 당한 군인들이 수술을 위해 마취에 들어갈 때, 혹은 마취에서 깨어날 때에도 같은 꿈을 꾼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는 적군들에게 기습을 당했다고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 그 가운데 하나는 내가 꾸는 꿈의 내용이 본질적으로 달라지는가 그렇지 않으면 계속적으로 같은 주제의 꿈을 반복해서 꾸는가를 살펴보는 것이다. 꿈 해석이 제대로 되는 경우 같은 주제로 꿈을 꾸더라도 그 강도, 분위기, 꿈속에서 내가 하는 행동과 정서가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여전히 같은 주제의 꿈이, 같은 분위기에서, 같은 강도로, 같은 정서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꿈 해석을 통한 자기 성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이다.
(리뷰자 주 : 반복되는 주제가 있는데, 좀 고민을 해봐야겠다.)
- 꿈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우리 안에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는 정서적 콤플렉스가 새롭게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이 꿈을 제대로 해석하고, 그 과정에서 꿈이 야기하는 정서를 새롭게 경험하고 수용함으로써, 우리는 우리 내면의 심층으로 한 걸음씩 들어간다. 이것은 우리가 스스로 소외시켰던 우리 자신을 만나 화해하고 통합하는 일이다. 물론, 꿈 해석을 통해서만 이 작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꿈이 이를 위한 효과적인 도구 중의 하나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 여기서 땜장이 존 채프맨이 이 꿈을 꾸었는지, 아닌지 그 사실 여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설혹 사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이런 꿈을 꿀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 이야기가 들려주는 꿈에 대한 교훈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느냐의 여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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