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2

[김영웅] 과학자의 신앙공부 - 생물학자가 들려주는 과학과 신앙 이야기

일루젼 2021. 10. 7.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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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영웅

출판 : 선율
출간 : 2020.11.20 


상당히 힘겹게 읽었다.  

 

나는 유신론자에 가깝지만 특정 종교에 조금 더 익숙할 뿐, 독실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읽어온 유물론적 관점의 과학도서와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어 호기심으로 펼쳤다가 호되게 당한 기분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내가 끄적이곤 하는 혼자만의 헛소리도 관점에 따라 충분히 이렇게 읽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흥미가 있었던 부분은 유전자 조작과 생명체 복제에 관한 신앙적인 관점이었는데, 그에 관해서는 '신앙 안에서 선한 의도로 행한다면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가볍게 다루고 넘어간다. 신체의 각 부분들에서 저자가 '느낀' 신의 섭리와 자신의 삶과 결합된 신앙관에 관한 내용이 주였다. 

 

저자가 설명하는 과학적 지식들에는 오류가 없지만, 그것을 신앙과 엮어 풀어내는 부분에 있어서는 아무래도 신학적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종교관에 가까웠기 때문에 -생물학자의 신앙 고백이므로- 애매한 위치의 나에게는 당황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성경을 읽는 것에는 큰 거부감이 없었고, 최근 영성 도서도 무리없이 읽어왔기에 재미있지 않을까 정도로 접근했다가 넉다운될 뻔했다. 

 

예전에 기독교측 단체가 특정 과학 교과서에서 진화론 부분을 삭제하려 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는데, 나는 당시에 -지금까지도- 그것을 그리 진지하게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정말로 '신앙적인' 문제일 수 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다.

 

음. 아직은 다소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가 나이브한 탓이겠지만, 냉담 전 나름대로 신실할 때도 한 번도 부딪쳐본 적이 없었던 부분이라...

어떤 면에서는 '저항감'을 제대로 느껴본 것 같다. 이전에는 불편하거나 외면하고 싶은 부분이 있더라도 세계관 내에서 두려운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었는데, 이렇게 신선한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모르고 있던 벽을 찾아낸 것이니 좋은 경험이다. 음. 

 

그렇다 하더라도 약간의 정신적 휴식이 필요하다.

진화론에 관해 갈등을 느끼는 기독교인이라면 좋은 책일 듯 하다.   

 


        

- 사람도 대부분의 동물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염색체 Chromosome를 두 개, 즉 한 쌍을 갖는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사람의 염색체는 총 46개다. 성염색체 Sex Chromosome인 X와 Y를 빼고는 44개의 상염색체 Autosome로 이루어져 있다. 44개의 상염색체에 매겨진 번호는 1에서 시작해서 44가 아닌 22로 끝난다. 1번 염색체가 두 개, 2번 염색체가 두 개, 이런 식으로 22개의 다른 염색체가 한 쌍씩 존재하기 때문이다.

 

- 핵융합 Karyogamy이라는 과정 때문이다. ... 절반의 염색체 수를 가진 두 생식 세포가 비로소 온전한 염색체를 가진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하는 놀라운 순간인 것이다.

 

- 근육은 머리가 아닌 몸이다. 홍수처럼 산재된 수많은 기독교 정보들을 듣거나 읽는 행위는 머리가 하는 행위다. 반면, 그 정보들을 기반으로 하여 개개인의 삶에서 살아내는 것은 몸의 일이다.

 

-  가만히 놔두면 자연스레 퇴화하는 근육의 속성처럼 이 예배하는 삶도 부단히 단련하고 지속하지 않는다면 곧 사라져버릴 것이다.

 

- 서로 다른 두 세례 방법은 모두 같은 의미를 가지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온몸이 물속에 잠겼다가 나오는 행위는 무릎을 꿇은 채 약간의 물이 머리카락을 적시는 행위보다 거듭남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왔었다. 

 

- 실제로 물속에 온몸이 잠긴 그 일초 정도의 순간 나는 죽었던 것이고, 외부의 전적인 도움으로 다시 물 밖으로 나오며 살아난 것이었다. 죽었다가 살아났다는 의미는 감사할 수밖에 없는 삶이 시작되었다는 의미다. 

 

- 인간과 같은 개체의 관점에서는 성숙한 개체가 미성숙한 개체를 낳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겠지만, 세포의 관점에서는 반대다. 미성숙한 세포가 성숙한 세포를 낳는다. 분화의 신비다. 

 

- 암세포는 궁극적인 사멸을 거부한 세포인 것이다. 그래서 생물학들은 암세포를 '불멸의 세포 Immortalized Cell'라고 부르기도 한다. 죽기를 거부한 세포, 그전에 분화를 거부한 세포, 대신 오로지 무한한 분열만을 선택한 세포, 바로 암세포의 정체성이다. 

 

- 그러나 과학이 발달함에 따라 뒤늦게 그 모습을 드러낸, 중요한 창조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자. 그럴 필요조차 없으니... 

 

- 특별히 한국 교회는 아우구스티누스에서 칼빈으로 이어지는 장로교가 그 어느 나라보다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기독교 중 단 1.9% 정도만이 장로교라고 하는 통계를 따르면 한국 교회의 치우침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러한 한국의 특수한 상황은 성경 해석에도 결정적 영향을 주게 되었다. 

 

- 손가락이 만들어지는 조직은 처음에는 손바닥과 손가락이 구분되지 않은, 그저 하나로 뭉뚱그려진 투박한 살덩어리였다. 하지만 배아 Embryo 시기의 어느 순간, 세포들이 간격을 이루며 죽어나간다. 그리고 죽지 않고 살아남은 부분이 손가락이 된다. 우리의 손가락은 파괴가 휩쓸고 간 이후 폐허의 잔재인 셈이다. 그러므로 손가락은 자라나온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부분이다. 

 

- 그러나 동시에 그것이 아주 어려운 것이기도 한 이유는, 앞서 서술한 것처럼 그 일을 행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눈으로 아무런 점진적인 변화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리 포기하는 거다. 어려워서 못하는 게 아니라, 그 동안 자신의 지식과 경험에 위배가 되기 때문에, 그래서 너무나도 확실하게 안될 것 같아 보이기 때문에 미리 그만두는 것이다. 

 

- 그러나 도중에 '과연 될까?'하는 조심스러운 질문이 들더라도 말씀을 의지하여 끝까지 갈 수만 있다면 아무 의심이 없어야만 된다는 전제는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의심이 들 때는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그 답을 알기 위하여 몸부림치는 행위가 온도를 1도 올리는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렇게 절망에 잠겨 있는 것도 사치였다. 주위에서는 기도를 더 열심히 하라는 분들도 계셨고, 아니나 다를까 욥의 세 친구와 같은 부류도 여럿 나타났다. 그들의 위로는 사탕이 발라져 있을 정도로 달고도 부드럽게 들렸지만, 결국은 우리 부부가 과거에 뭔가 죄를 지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벌을 내리시는 거라는 식의 인과응보를 말하고 있었다. 뿌리지 않았는데 나쁜 열매가 맺힐 리 없다는 논리였다. 그들 앞에서 우리 부부는 또 한 번 죄인이 되어야만 했고, 두 배로 죄책감을 느껴야만 했다. 더욱 비참했던 것은, 그들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을 것 같았고, 그들의 조언을 거짓이라고 단박에 뿌리칠 수 없었던 우리들의 마음가짐이었다. 

 

- 전적으로 내려놓는 것. 

 

- 나의 필터를 너무 촘촘히 하면 하나님의 인도가 필터링 아웃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일이 이렇게도 풀릴 수가 있구나! 또 한 번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문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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