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김병완
출판 : 청림출판
출간 : 2017.03.31
정말 재미있다고 느끼는 소설책을 잡으면 한 두시간 정도면 읽었던 어렴풋한 기억이 있다. 당시엔 뇌가 더 말랑말랑해서였는지, 아니면 통독을 해서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지금보다 읽기가 훨씬 수월했었다.
보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정확히 읽고싶은 마음에 독서법 관련 도서를 찾아보았다. 강한 믿음 보다는 혹시나 하는 정도의 마음이었는데 일독은 할 만한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글 전반부에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한 일화와 경험담들을 든 것은 좋지만, 특정 챕터만 찾아서 읽을 것을 염두에 둔 것인지 같은 주장이 반복되는 부분들이 눈에 띄었다.
결론적으로 저자가 주장하는 퀀텀 독서법의 궁극은 책 중앙을 훑으면 한 페이지 전체가 눈에 들어오는 수준인데, 이때 70% 이상의 이해도라는 것이 그 페이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했다 정도인 것인지 오타나 비문을 걸러낼 수 있는 정도까지를 말하는 것인지는 잘 감이 오지 않는다. 그렇게 읽은 다음 다시 일반적인 정독이나 초서법 등을 권하는 것을 보면 두려움을 버리고 한 번에 시야를 넓게 보는 일종의 '통독법'인 듯 하다.
내가 직접 이 방법을 배워 실천해본 것이 아니므로 뭐라 말하기가 어렵지만, 비문학을 통독으로 70% 정도 이해도로 읽어나가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대각선 리딩도 가능한 방법이니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면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은 한다.
다만, 내가 찾던 방법이었는가를 묻는다면, 대답은 '아니다'.
최대한 정독을 하되 눈이 겉돌지 않고 빠르고 정확하게 읽고 싶었던 것이라서, 안타깝지만 이런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아두는 정도에서 그치려 한다. 문학 쪽을 더 좋아한다는 점도 걸림돌이고.
- "저도 독서 천재가 될 수 있을까요?"
몇 달 전 독서법 특강에서 한 중년 여성이 질문을 했다. 자신은 평범한 가정주부인데, 평범한 사람도 정말로 하루에 열 권씩 책을 독파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누구나, 아무나 독서 천재가 될 수 있습니다. 방법만 바꾸면 됩니다. 그것도 한 달이면 충분합니다."
- 책을 많이 안 읽은 사람보다는 많은 책을 제대로 읽고 자신의 사고와 의식이 확장된 사람이 인생을 백 배, 천 배 더 잘 영유할 수 있다. 인생을 잘 영유한다는 것은 단순히 부자가 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무엇이 되기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1,000권의 책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내다보는 세상과 1만 권의 책을 독파한 사람이 내다보는 세상은 분명히 다르다. 이것은 등산에 비유하는 것이 가장 명쾌할 것 같다. 중간 높이 정도의 산에 올라가서 세상을 보는 것과 가장 높은 산에 올라가서 세상을 보는 것은 분명 다르다. 독서를 제대로 한다는 것은 책에 담겨 있는 지식과 정보를 자신의 것으로 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런 독서를 하면 절대 의식이나 사고력이 향상되지 못하고, 세상을 다르게 내다볼 수 없다. 지식과 정보를 넘어 새로운 사고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독서의 힘이다.
- 책 한 권을 읽는 데 열 시간이 걸린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사람이 1만 권의 책을 읽으려면 10만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에 세 시간씩 책을 읽는다고 하면 약 100년이 걸리고, 정말 하루에 열 시간씩 책만 읽는다고 가정해도 약 30년의 시간이 걸린다. 한마디로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책 한 권을 읽는 시간이 한 시간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런 사람이 1만 권의 책을 읽으려면 1만 시간이 필요하다. 하루에 세 시간씩 읽으면 10년이면 충분히 가능하고, 나처럼 하루에 열 시간에서 열다섯 시간을 밥만 먹고 책을 읽으면 3년이면 된다(물론 월급도 없고, 생활은 가난해질 것이고, 사회의 시선은 가혹할 것이다).
- "우리는 보이는 것을 읽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것을 읽는다."
나는 이렇게 주장한다. 그리고 이 사실을 아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많다면, 한 번에 읽는 양도 많아질 수 있다. 독서의 본질은 글자 해독이 아니다. 독서의 본질은 뇌의 고차원적인 사고 작용, 즉 생각하기다. 독서는 디코딩이 아니라 씽킹이다! 그래서 진정한 독서혁명은 시폭 확대 운동과 같은 눈 운동이 아니라 뇌 강화 훈련 같은 뇌 운동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독서는 씽킹이다 (Reading is Thinking)!"
- 일정 기간 독서만 하는 사람들은 산술적인 계산보다 훨씬 더 빨리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다. 실제로 독서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나는 이를 가리켜 '독서의 가속 법칙'이라고 부른다. 나 또한 처음 독서를 시작했을 때는 속도와 이해력 모두 엄청 느렸다. 그런데 2년이 지나면서부터 독서력이 말 그대로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되는 것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 '생각의 속도가 독서의 속도다'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뒷부분에서 좀 더 심층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여기서는 먼저 준비 작업으로 독서는 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서만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다. 일반적인 독서 과정을 살펴보면 먼저 눈으로 지각하고, 그것을 뇌가 받아들여서 복합적으로 사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맹인의 독서과정, 즉 눈이 아니라 손을 통해 뇌가 정보를 받아들인다는 사실 앞에서 독서의 본질이 손이나 눈이 아닌 뇌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독서는 디코딩이 아니라 씽킹이라는 것이다.
- 다빈치를 평생 연구한 마이클 화이트의 저서 <최초의 과학자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따르면, 다빈치는 1470년대 말부터 자신만의 독서 계획을 철저하게 세웠고 이를 실행에 옮겨 엄청난 양의 독서를 했다고 한다. 연구에 의하면 다빈치는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닥치는 대로 책을 읽어야 했지만, 나중에는 수준 높은 책들을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독파해나갔다.
- 한 권의 책을 읽는 데 다섯 시간 이상 걸린다면 독서 속도에 문제가 있다. 물론 의도적으로 천천히 느리게 읽는 사람의 경우는 문제가 아니다. 나도 다양한 방법과 속도를 적용하여 책을 읽기 때문이다. 어떤 책은 다섯 시간이 아니라 평생 곁에 두고 읽어야 할 가치가 있다. 이런 책도 여러 번 읽은 뒤 숙독하고 숙고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좋다. 일부러 천천히 읽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런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일반적인 상황에서 300쪽 안팎의 책 한 권을 읽는 데 다섯 시간 이상 걸린다면, 이는 많은 책을 제대로 읽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
- 기존의 독서가 평면적이고 순차적이며, 얕은 이해, 즉 의식적·표면적 이해 위주였다면, 퀀텀 리딩은 무의식적이고, 입체적·동시적·내면적 이해를 이끈다. 퀀텀 리딩은 뇌의 사고 구조를 바꿔 평면적 사고에서 입체적 사고를 하게 만드는 독서법이다.
- 독서는 축적이 아니라 비움이다. 독서를 많이 하면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는 때가 반드시 온다. 이것을 경험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아직 그 이전 단계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큰 물통에 물을 받으면 어느 순간 물통에 물이 차 넘친다.
- 명심하라. 우리는 보이는 것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생각하고 있는 것을 읽고 있다고 인식할 뿐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뇌가 읽어줘야만 비로소 읽을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독서의 속도는 눈의 지각 속도가 아니라 뇌의 생각 속도라고 하는 것이다.
- 수영을 잘하고 싶다면, 수영을 몇십 년 이상 한 수영의 대가에게 가서 직접 배우면 된다. 그러나 혼자서 독학을 하게 되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그 생산성(성장 속도) 또한 대가에게 배우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낮다. 누군가 이미 발견하고 체득한 경험이나 노하우를 쉽게 배워서, 그 높은 수준에서 시작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라 매우 지혜로운 사람이다.
- 우리의 나쁜 습관(?) 중 하나는 혼자서만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 이 책은 문학 독법은 다루지 않는다. 다시 말해 퀀텀 리딩은 즐기면서 천천히 문학을 읽는 사람들을 위한 독서법이 아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독서법은 철저하게 실용서 독법이다. 비문학(논픽션)이라면 퀀텀 리딩에 매우 적합하다. 혹시 소설을 읽을 때 책의 내용이나 줄거리를 먼저 파악한 뒤 천천히 음미하고 싶은 독자가 있다면, 또한 아주 유용할 것이다. 자신의 취미 생활이나 업무와 관련해서, 혹은 학과 시험이나 리포트 작성을 위해서 반드시 읽어야 하거나 빨리 읽고 해치워야 하는 책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에게는 퀀텀 리딩이 매우 합리적인 독서법이 될 것이다. 독서 방법은 정말 다양하다. 그 중에서 책에 따라 환경에 따라 혹은 그때의 기분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해서 활용하면 된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독서 천재는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때로는 속독을 하고, 때로는 숙독을 하고, 때로는 초독을 하는 사람. 이런 다양한 독서법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수많은 책을 자기 마음대로 부리고 꿰뚫어 보고 통합하고 분류하고 통찰할 수 있는 사람. 그가 바로 최고의 독서천재다. 그래서 독서 고수일수록 책을 마음대로 읽는다. 일본에는 열 권의 책을 동시에 읽는 사람도 있고, 한 권의 책을 몇 년 동안 읽는 사람도 있다. 당신이 독서를 제대로 해보기로 마음먹었다면, 독서를 통해 세상을다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 세계적 뇌 과학자인 일본 도호쿠 대학교의 가와시마 류타 교수는 20만 부 이상 팔린 자신의 저서를 통해 다음과 같이 재밌는 사실들을 이야기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소리 내지 않고 몇 번씩 반복해서 빠르게 읽다 보면 뇌가 워밍업이 되고 인간다움과 창조성을 주관하는 대뇌의 가장 앞부분인 전두전야가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놀라운 주장을 하는데, 뜻을 모르는 문장을 읽어도 뜻을 알고 읽어 내려갈 때와 동일하게 뇌가 움직인다는 것이다. 뜻을 모르는 문장이더라도 빠른 속도로 묵독을 하면 사물을 바라볼 때 작용하는 시각야(視覺野)와 숫자나 한자의 의미를 파악하는 하측두회가 활발하게 움직이며 전두전야가 단련된다고 주장한다. 류타 교수의 주장을 통해 볼 때, 퀀텀 리딩의 초반 단계는 뇌의 전두전야를 단련시키는 일종의 훈련인 셈이다. 그래서 퀀텀 리딩을 뇌를 리빌딩하고 전두전야를 훈련시키는 새로운 혁명적 독서법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 이런 친구들은 200~300쪽 분량의 일반 단행본 한 권을 읽는 데 고작 30초면 된다. "세상에 이런 일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분명 이런 속독의 달인들이 존재한다. 정말 속독법은 대단한 독서법이다. 그러나 나는 이렇게 빨리 읽는 속독법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즐거운 식사 시간에 차려놓은 맛있는 음식을 단 30초 만에 후다닥 먹어치우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 책의 노예가 될 것인가, 책의 주인이 될 것인가?
노벨문학상 수상자 헤르만 헤세는 자신의 저서들을 통해, 책의 노예로 전락한 사람들에 대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주장한다. 독서는 정신 집중을 요하는 일이니 절대 정신을 풀어놓기 위해 책을 읽지 말라고 말이다. 그는 독서를 할 때 의식적으로 자신을 재발견하기 위해 스스로를 버리고 온 힘을 기울여 온전하게 독서에 몰두할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교양을 쌓기 위해, 남는 시간을 때우기 위해, 흐리멍덩한 정신 상태로 느긋하게 하는 책 읽기는 인생을 좀 먹는 낭비이며, 가장 나쁜 습관이다." - 헤르만 헤세
- 무가치한 독서로 시간을 허비하는 독서가가 많다. 그들은 오직 읽기만 하는 바보일 뿐이다. 읽기만 하는 바보와 그렇지 않은 사람의 가장 큰 차이는 독서의 질에 있다. 그 결과는 이후의 인생에 그대로 반영된다. 한 권을 읽어도 제대로 집중해서 읽어야 하고 그렇게 집중해서 읽은 책이 많아질 때 양질전환의 법칙은 우리 삶에 녹아든다. 독서의 임계치를 넘을 때 비로소 우리는 변화와 성장을 경험한다. 그리고 내적 변화와 성장은 외적 현실로 나타난다. 책은 읽는데 자신의 내면이 변화하지 않는 것은 책의 노예가 된 것과 다름없다. 책의 노예들은 자신과 일상에서 도피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러나 책의 주인들은 더 의식적으로, 더 성숙하게, 더 몰두하여 자신과 자신의 삶을 단단히 부여잡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고 말한다.
- 책의 노예에서 벗어나 내적으로 성장하여 자신의 삶을 이전과 완전히 다르게 바꾸기 위해서는 스스로 진짜 독서가로 거듭나야 한다. 진짜 독서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책을 다양하고 폭넓게 읽을 수 있는 독서법을 배워야 하며 이를 통해 책을 제대로 읽고 자신의 생각과 의식이 변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책을 제대로 읽으면 생각과 의식은 반드시 달라지고 성장하게 된다. 눈으로만 책을 읽고 마음은 다른 데 두는 독서는 도능독(徒能讀)과 다를 바 없다. 도능독은 책의 깊은 뜻은 잘 알지 못하면서 다만 읽기만 잘하는 것을 말한다.
'활자가 흐르는 이야기 > Book1'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랜트 스나이더] 책 좀 빌려줄래? -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 (0) | 2022.01.05 |
---|---|
[이성진] 유럽에서 살아도 괜찮을까 (0) | 2022.01.05 |
[조산 라 밸리] 어떤 여자가 왔었다 - 위구르 소녀의 조용한 꿈 이야기 (0) | 2022.01.05 |
[코디 캐시디] 제일 처음 굴을 먹은 사람은 누구일까 - 인류 역사상 가장 기발하고 위대한 처음을 찾아서 (0) | 2022.01.03 |
[나오미 크리처] 캣피싱 (0) | 2022.01.02 |
[마리옹 고드프루아, 자비에 덱토] 역사는 식탁에서 이루어진다 - 역사적 순간과 함께한 세기의 요리 50 (0) | 2022.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