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 기성준, 진가록, 미라클독서모임
출판 : 북씽크
출간 : 2017.07.10
다시 독서법과 기억술로 돌아왔다. 열심히 읽고 있지만 아직 거실도 정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 속도로 읽어서는 슬프지만 답이 없다.
저자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이다. 독서 자체에 대한 관심과 습관을 형성할 것, 그 다음은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눌 것.
기억법에 관해서는 깊게 다루고 있지는 않은데 각각의 책들이 연결될 수 있도록 상상 속의 서가를 만들고 읽은 책들을 묶어 분류해두라는 내용이었다. 이 방법을 조금 더 수월하게 실천하려면 한 번에 특정 분야를 몰아서 읽는 것이 도움이 될 듯한데 현재 내 상황에서는 적용하기가 어려운 방법이라 관련 도서를 추가로 찾아볼 계획이다.
당장은 독서 모임을 만들거나 참여할 계획이 없지만 -언쟁이 되지 않는- 토론이 가능한 모임이라면 흥미가 있다.
아. 거실에 쌓아둔 책탑만이라도 다 읽어낼 수 있다면.
- "책을 읽었는데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요."
첫 책을 출간하고 나서 도서관이나 여러 기관에 강연을 가면 책을 읽고 나서 기억에 관한 질문을 많이 한다. 책을 끝까지 읽고 덮었는데 거짓말처럼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경험을 누구나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오히려 책을 읽고 책의 내용이 100퍼센트 기억이 난다면 거짓말이다. 책을 읽는 독서가들은 기억을 하고 싶어 한다. 한 권의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과 책에 대해서 나눌 수만 있다면 성공한 것이다.
- 기억이라는 것은 이미 아는 것과 새로 알게 되는 것을 연결하는 것이다. 지식의 기본이 있어야 기억할 수 있다. 기억을 돕게 하는 방법은 독서이다.
- 1주일에 한 권의 책 읽기를 권장한다. 1주일에 한 권의 책을 읽기 위해서 한 권의 책을 파트로 나눈다. 기존 목차와 페이지를 신경 쓰지 않고 7파트로 나누어 접어둔다. 그리고 각 파트에 끝부분에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표시해 둔다. 1주일 표기를 통해서 책의 내용과 상관없이 순전히 글을 읽는 독자 중심의 책 읽기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 주에 한 권이면 1년 52권의 책을 읽을 수가 있다.
- 독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 권의 책을 한 번에 독파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독서법부터 바꿔라>를 집필하던 시절 평범한 직장인 시절, 연차를 내고 도서관을 찾았었다. 휴대폰도 끄고 책상에 앉았다. 화장실도 가지 않고 심지어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서 책만 읽었다. 하루 종일 읽은 책이 10권이 넘었다. 그 뒤로 독서력이 무섭게 성장했다. 지금도 책이 안 읽혀질 때는 하루 종일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진다. 한 권의 책을 단번에 꼭 독파하는 시간을 가져라. 독서 능력이 금방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속독법 역시 이렇게 공부하였다. 속독법은 일종의 눈을 돌리는 운동이었다. 한때 눈을 돌리는 훈련을 꾸준하게 하였다. 화장실에 앉아서 벽을 보며 훈련한 적도 있다. 독서가라면 한 번쯤 속독을 접할 필요가 있다. 책을 읽을 때 너무 신중하게 이해하려고만 한다면 속도도 늦지만, 이해하는 것도 낮았다. 특별히 릭 오스트로브의 <2배 빨리 2배 많이 야무지게 책 읽기>와 폴 쉴리의 <포토리딩>이 도움이 되었다. 두 권의 책은 도서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없었고, 중고서적도 정가보다 더 비싼 책이었다. 경영 관련 강연에서 강연자가 책은 절판되기 전에 꼭 사서 보라는 말이 공감이 갔다. 독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빨리 읽는 훈련과 기억에 남기는 훈련이 필요하다.
- 2,500년 전부터 내려오는 기억의 비법이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기억의 궁전'의 기술이다. 그리스의 시모니데스라는 시인이 궁전의 연회에 초대받았다. 당시 수많은 사람들이 참석 중이었다. 갑작스럽게 급한 전령이 와서 잠시 양해를 구하고 궁전 밖으로 나갔다. 그 사이에 갑작스럽게 연회장 건물이 무너졌고, 이 사고로 연회장 안에 있었던 사람들이 사망했다. 그들의 시체가 손상되고 서로 엉켜서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가족들이 망연자실하고 있을 때, 시모니데스가 기억의 궁전을 통해서 시간을 거꾸로 돌리기 시작했다. 시모니데스는 자기의 자리를 기준으로 어떤 사람이 어디에 앉아있었는지 테이블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선명하게 기억하기 시작했다. 그는 위치에 따라 알아볼 수 없는 시체들을 유족들에게 알려주기 시작했다. 바로 여기서 기억술이 시작되었다. 이것이 기억술이 최초로 기록된 역사적인 사건이다.
- 독서노트를 꼭 써야 할까? 만약 당신이 세종대왕처럼 책 한 권을 읽고, 읽고, 또 읽을 자신이 있다면 굳이 독서노트를 쓸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읽고 또 읽는 동안 그 내용이 머릿속에 그리고 마음속에 한자 한 자 새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당신이 한 번 읽고 한 번 실천하는 사람이라면 독서노트를 쓰느라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이미 읽은 것을 삶에 적용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읽은 것을 제대로 기억하고 싶다거나, '책을 아무리 읽어도 변화가 없다'라고 느낀다면 필자는 독서노트를 써보라고 권하고 싶다.
- 다시 배우 하지원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그녀는 향기 나는 것을 좋아해서 향초와 향수가 많다. 그래서 손님들을 집에 초대하여 바비큐 파티를 하는 날에 여러 종류의 향초를 피워두었다. 흡족해하며 향기를 들이마시는 순간 갑자기 한 가지 향기가 그녀를 둘러싸며 주변의 소리와 멀어진다. 어느새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그 순간,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를 먼저 저세상으로 보낸 여자인 지수가 되어버린 것이다. 배우 하지원을 과거 지수의 역할로 기억 여행을 보낸 향기의 정체는 <내 사랑 내 곁에>라는 작품을 준비하는 동안 늘 켜놓았던 향초였다.
"그렇게 작품마다 다른 향을 만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향이 그때의 시간들을 품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길을 가다가도 우연히 그때 그 향기를 만나면 나는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소녀처럼 다시 그 시간으로 미끄러져 들어가곤 한다."
배우 하지원은 향기를 통해 영감을 받는다고 한다. 새로운 작품을 준비할 때면 그 작품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향을 찾아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촬영을 하는 내내 그 향초를 켜거나 향수를 뿌린다. 그녀는 향기는 형태가 없지만 의외로 분별이 더 빠르고 선명해서 각각의 향에서 어떤 이미지를 그려내고, 그 분위기와 상황이 상상된다'고 말한다.
- 향기를 따라 시간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아마 하지원 씨의 이야기에 공감할 것이다. 어느 봄날 저녁 물씬 끼쳐오는 아카시아 향기에 어린 날로 되돌아 가보기도 하고, 길 가다 지나치며 맡은 옛 애인의 향수 냄새에 갑작스레 슬퍼질 수도 있다. 향기뿐만 아니다. 구수한 된장찌개를 먹으면서 어머니를 떠올려 본 적이 있는가? 먼 땅에서 김치를 먹으며 고향을 떠올려 본 적은? 사실 후각과 미각은 다른 감각보다도 '기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시각과 청각, 촉각 등 다른 모든 감각이 기억을 유발시킬 수 있지만 후각과 미각은 강하게 회상을 일으킬 수 있다.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후각 섬유들은 해마와 편도체에 직접 시냅스를 맺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다른 감각들보다도 후각과 미각은 뇌의 장기 기억센터인 해마 조직과 직접 연관되기 때문에 이 해마에 새겨진 후각과 미각의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것이다.
- 나눔은 내가 가진 것을 타인에게 덜어주어 내가 가진 것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나누면 나눌수록 더욱 많아지고, 풍부해지는 것이다. 예전의 나는 독서모임의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마음속으로 '혼자 책을 읽으면 더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에 굳이 여러 사람의 생각을 하나하나 들어야 하는가'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혼자 읽는 책은 결국 고인 물과 같다. 내 안에 아무리 많은 물이 들어오더라도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면 그 물은 썩어갈 것이다. 물이 돌고 돌면서 깨끗이 정화되듯이 우리의 생각도 돌고 돌면서 정화되어야 한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더라도 다른 사람과 대화조차 나누지 못한다면 그렇게 책을 읽는 시간들이 더 인생의 낭비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함께 읽은 것들을 나누면 내 생각이 다른 사람의 생각과 부딪히기도 하고, 섞이기도 한다. 혹은 함께 만나서 엄청난 폭발력을 낼 때도 있다. 그런 순간은 혼자 책을 읽으면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기적'이며, 억만금보다 소중한 시간이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만의 성곽을 높게 쌓아 자신의 시야를 가리는 독서를 하면 안 된다. 책을 읽을수록 더 많은 창문이 생겨나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독서를 해야 한다.
- "아는 건 아무것도 아닌 거야. 아는 건 그런 의미에서 모르는 것보다 더 나빠. 중요한 건 깨닫는 거야. 아는 것과 깨닫는 것에 차이가 있다면 깨닫기 위해서는 아픔이 필요하다는 거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아는 것과 깨닫는 것은 다르다. 자신이 아프더라도 그동안 갇혀있던 생각의 벽을 깨고 그 안에서 빠져나올 때, 아는 것을 넘어서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다. 토론으로 남의 생각과 부딪힐 때 깨지는 내 생각들을 보며 많이 아플 수도 있다. 그 아픔을 피한다면 우리는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아프더라도 기꺼이 내 생각을 깨어 볼 수 있다면 그만큼 우리는 성장할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 생각법, 대화법, 공부법 등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이 많아졌다. 독서에 관한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평소 독서도 잘하지 않는데 독서를 하는 방법에 관한 책은 읽기나 할까?' 혹은 '독서법에 관한 책도 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독서에 입문하면서 독서법에 관심을 가지니 독서법에 관한 책들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독서를 하면 할수록 독서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더 빨리 읽을 수 없을까?', '더 정확하게 읽는 비결은 없을까?', '더 효율적인 독서법이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내용을 기억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도서관에서 책을 뒤적거리기 시작하니 독서법에 관한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독서량이 많아서 2~3곳의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하였다.
- 비전을 세우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과거를 뒤돌아봐야 한다.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발자취를 살펴보는 것이다. 어떤 일을 했을 때 일이 잘 풀렸는지, 또 인생을 뒤돌아보며 누구와 만났는지, 그 사람을 통해서 어떤 일들을 이루었는지 뒤돌아봐야 한다. 현재 자신의 모습은 어제까지 행동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 과거를 뒤돌아보았으면 현재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또 누구와 만나고 있는지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과거를 뒤돌아보면서 잘 풀렸던 일들을 지금 하고 있는 것과 좋은 만남을 지금 유지하고 있는지 한 번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실패한 일들을 지금 계속 되풀이하고 있는지, 잘못된 만남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지 뒤돌아 봐야 한다. 자신이 지난날 살아왔던 과거의 모습이 지금 현재의 모습이고, 현재의 모습이 곧 미래 모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매년 명절과 연휴가 되면 내 인생을 변화시킨 책들을 다시 재독 하면서 과거와 현재를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진다. 매번 삶을 점검하고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고 다짐한 것을 시작하더라도 자신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 독서를 하는 것도 단계가 있다. 독서를 입문하는 초급, 책을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중급, 한 권의 책을 읽기를 넘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하는 고급. 무술의 영역에서 고수들이 있듯이 독서의 영역에서도 고수들이 있다. 독서고수들의 특징은 자신이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을 결코 자랑하지 않는다. 자신과 함께 성장하는 이들에게 책을 추천할 뿐이다.
- 기억과 독서는 매우 치밀한 연관성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는 기억 독서가였다. 그는 책을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백과사전을 읽고 A부터 Z까지의 내용을 줄줄 외울 정도였다. 빌 게이츠가 가진 특별한 능력은 바로 '독서습관'이다.
- 노벨상 수상자 로버트 아우만 교수는 "잘 기억하기 위해서는 이미 아는 것과 새로 알게 되는 지식의 연결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독서를 해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새로 정보를 받아들일 때 적절히 연결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배우고 관찰하는 동안 지식이 뇌에 자동적으로 저장되면서 머릿속에서 저절로 연결을 짓게 되고, 이는 기억력 강화로 이어진다."라고 독서와 기억의 연관성을 강조했다. 기억 독서가가 되기 위해서 마음속 서재를 연상하여 책을 쌓아야 한다.
-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에 따라 독서가의 수준이 달라진다. 독서를 하는 사람들 대부분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 구매하고 책을 읽는 유통기한이 존재한다. 자신이 필요에 의해서 책을 구매한 경우 금방 책을 읽는 경우가 있다. 이에 반해 각종 마케팅에 현혹되거나 유명인들이 추천하여서 구매한 경우, 자신과 맞지 않는 경우 읽히지 않는다. 책을 구매하고 3주에서 4주 만에 읽지 못하면 그 책은 영영 읽지 못할 수도 있다. 책을 구매하면 책 첫 장에 구매한 날짜를 작성하라. 읽기 시작하면 구매한 날짜 아래에 읽기 시작한 날짜를 작성하고, 책을 다 읽으면 완독 한 날짜를 작성하라.
- 빨리 읽는 기술을 익히면서 하루 10권까지 책을 읽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런 경험은 명절이나 연휴가 되면 집사람의 양해를 구하고 책만 읽는 시간을 가진다. 책을 10권 정도 읽으면 뇌가 배부르다는 생각이 든다. 정보를 한가득 뇌에 담고 나면 스트레스도 풀린다. 이렇게 책을 읽고 나면 글도 잘 써내려 가진다. 글쓰기에는 그만큼 인풋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 독서에 대한 허탈감이 잠시 들 때 갑작스럽게 '위기관리 매뉴얼'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 날은 최효찬 작가의 5백 년 명문가, 지속경영의 비밀을 읽은 날이다. 이 책에는 조선시대부터 5백 년 이상이나 정통을 지켜온 명문가들을 소개한다. 명문가문에는 그들만의 위기관리법이 존재한다. 명문가를 만들기 위해서 우선 나만의 '위기관리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수많은 위기들이 있었다. 20대 초반 암 수술부터 교통사고 등 수많은 위기들이 존재했고, 그 위기들은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이런 겸손한 자세에서 진정한 독서법이 시작된다. 단순히 책을 빨리 읽거나 많이 읽는 것은 진정한 독서법이 아니다. 겸손한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마음이 없으면 백 권, 천 권을 읽어도 무의미하다. 자신의 지식을 확장하기 위해서, 교양을 재우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은 욕심이다. 이 욕심은 남들에게 잘난 척하거나 자랑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 행위이다. 이것은 결코 제대로 된 독서법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 이러한 욕심은 혼자 독서를 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책에서는 강연에서든 계속해서 독서모임에 참여하라고 권장한다. 내가 무의미하게 여기며 지나쳤던 책이, 혹은 비판했던 책이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책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아무런 영감 없이 무미건조하게 읽었던 책이 누군가에게는 혁신을 가져다준 책이 되는 경우도 있다. 독서고수들과 만나서 대화를 하다 보면 어떤 책이든 칭찬하기 일색이다. 책을 비판할 시간이 없다. 그들은 어떤 책이든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책을 읽고 함께 나누고 싶어 한다. 독서법의 정석은 마음가짐에서 시작한다.
- 세상에는 완벽한 독서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독서법 책을 출간하고 독서법에 대한 강연을 하고 있지만, 끊임없이 독서법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다. 다양한 방법의 책 읽기가 세상 속에 존재한다. 독서법의 분야에서 어떤 이는 빨리 읽기를 권하고, 또 어떤 이는 천천히 읽기를 주장한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다양한 방법을 배워보라. 다양한 방법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것은 창의성을 키워주기에 도움이 된다. 기억을 남기는 독서법을 위해서라도 다양한 독서법을 배우고 습득해야 한다. 진정한 독서법을 위해서 괴테처럼 평생 고민을 해도 풀리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독서법을 연구하고 습득하면서 자신만의 독서법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 서두에 마음의 서재에 대해서 소개하였다. 독서가가 되기 위해서 마음속 서재에 책이 어느 정도 쌓여있어야 문서를 해독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10권의 책을 마음의 서재에 쌓아야 독서에 입문할 수 있다. 마음의 서재에 이어서 진정한 독서가가 되기 위해서는 기억 속의 서재를 하나 만들어야 한다. 기억의 서재를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 모든 기억술의 핵심은 연상 기억이다. 기억해야 할 존재를 이미지로 연상하는 것이다. 글자보다는 그림을 그림보다는 행동을 쉽게 기억하는 뇌를 활용하는 것이다. 기억의 서재를 만드는 첫 번째 단계로 한 칸의 책장을 상상으로 가지는 것이다.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책장 한 칸을 상상하라. 자신이 좋아하는 색이 칠해진 책장이다. 마음속 한 칸의 책장에 자신이 읽은 책을 넣는다. 독서를 입문하면서 마음의 서재에 던져놓은 10권의 책을 넣어라. 한 칸의 책장이 기억의 서재를 만드는 출발점이다.
- 한 칸의 책장을 가졌으면, 이제부터 책장을 늘리면 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자신만의 서재이다. 우리는 상상 속에서 기억의 서재를 마음껏 꾸밀 수가 있다. 사실적인 이미지가 있으면 좋다. 자신이 원하는 멋진 서재를 이미지로 그려보라. 사진 이미지를 활용하면 두뇌의 상상을 더욱 구체적으로 만들어 준다. 나는 이미지를 구할 때 구글에서 영어로 검색한다. 창문이 달린 서재를 이미지로 구해서 기억의 서재로 상상하였다. 재미난 사실은 기억 독서법을 집필하면서 신혼집을 이사하였는데, 창문이 달린 서재가 내방이 되었다. 기억의 서재를 상상하고 이미지화하였는데, 상상한 그 서재를 가지게 된 것이다.
- 기억의 서재를 채울 때는 분야별 독서를 강조한다. 책을 읽고 나서 분야별로 책장에 꽂는 것이 필요하다. 서점이나 도서관을 방문하면 같은 주제의 책들이 모여 있다는 점을 참고하면 된다. 분야별로 책장의 색을 다양하게 꾸미는 것도 좋다. 무지개 색깔의 책장이 있는 서재를 상상해보라. 얼마나 멋진 서재인가. 기억의 서재에 책장과 책들이 채워지면 도서관을 상상하면서 확장할 수 있다. 자신이 자주 방문하는 도서관을 상상하라. 북카페나 서점을 상상해도 된다. 다만, 북카페나 서점은 책들이 지속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자주 방문하는 도서관이 좋다. 자신이 자주 방문하는 도서관과 같이 기억의 서재를 확장하는 것이다.
- 첫째는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생각을 나누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레 저자와 생각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 두 번째는 책을 읽는 동안 '자신과 생각을 나누는 것'이다. 저자의 생각을 읽으며 '나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저자의 견해에 찬성하는지 혹은 반대하는지' 판단하기도 하는데, 이런 순간은 자기 자신과 생각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나눔 독서 방법은 많은 사람들이 실천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더 중요한 과정이 바로 세 번째 나눔 독서이다.
- 세 번째 나눔 독서는 책을 읽고, '또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는 것'이다. 책을 읽은 후에 다른 사람들과 생각을 나눠보면, 같은 책을 읽었는데도 사람마다 다양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을 읽고 나 혼자 내렸던 옳고 그름에 대한 정의가 산산이 부서질 때도 있다. 그럼으로써 책 한 권을 통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읽었으나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을 타인을 통해 배움으로써 책 한 권 이상의 가치를 누릴 수 있다. 그것은 단순히 책 한 권을 나누는 것을 넘어 예상치 않은 성장을 얻는 기적과도 같은 것이다.
- 반발하는 힐러리 클린턴에게 '역할을 바꾸면 상대방의 관점에서 문제를 볼 수밖에 없고 그러면 많은 것을 새롭게 깨닫게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토론으로 나의 생각을 강화시키고 더 단단해지는 것도 좋지만,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자신의 미흡한 점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논리를 받아들이는 것은 또 얼마나 멋진가, 토론에는 힘이 있다. '지금의 나'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더 큰 나로 성장할 수 있는 그런 힘이 바로 토론에 있다.
- 미국에 있는 세인트 존스 대학교는 다른 대학들과 다르게 강의와 교수가 없는 곳이다. 대신에 토론과 튜터가 존재한다. 토론식 수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물리학>, 플라톤의 <국가> 등 고전을 읽고 모여 생각을 나누는 것이다. 학생들이 너무 똑똑해서 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똑똑하지 않기 때문에 토론한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 <세인트 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혼자 공부하고 생각해서 가져올 수 있는 배움의 크기가 고작 10이라면,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할 때 배움의 크기는 몇 배로 커질 수도 있다. 게다가 나의 의견과 상대방의 의견이 소통을 통해서 시너지를 낸다면 그때는 혼자서 절대 얻을 수 없는 배움을 얻게 된다."
- 아이처럼 살아라! 사실 그게 진짜 당신의 삶이다. 니체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기쁨의 고함을 외치면서 밖으로 뛰어나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니체는 당신에게 묻는다. "지금의 나는 무엇인가? 낙타인가, 사자인가? 아니면 어린아이인가?" 필자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사회의 목소리에 따라 살아왔듯이 그렇게 살아간 사람들이 수 없이 많고,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스스로 낙타인지 모르는 채 낙타로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진짜 낙타에게 미안하지만, 우리는 낙타로서 살아가면 안 된다. 사자처럼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외쳐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 그치면 안 된다. 나아가 정말 당신이 어린아이처럼 행복해질 수 있는 순간을 찾아야 한다.
- 낙타에서 사자로 가는 순간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조금만 용기를 내면 원하지 않는 일에 '아니오'라고 소리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사자에서 어린아이가 되는 방법이다. 필자는 니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눈물은 흘렸지만, 막상 무엇을 해야 어린아이처럼 행복해질 수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초원처럼 드넓은 자유를 가지게 되었는데, 도리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진짜 원하는 것을 찾는 데는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다만 독서는 놓지 않았는데 꾸준히 책을 읽으면서 여러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과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 최근 독서모임에서 심리학자 아들러의 어록을 모아 놓은 <항상 나를 가로막는 나에게>라는 책으로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책을 읽고 모인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함께한 나눔의 시간은 역시 좋았다. 아들러는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비교대상을 찾으며, 스스로 약하고 부족한 느낌을 못 견디어 목표를 가지고, 항상 바쁘게 살아간다'고 따끔하게 충고한다.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는 이유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열등감 때문인데, 사실 열등감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열등감으로 인한 우울증이 자신을 가두고,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않을 때 위험한 것이지 '성장하게 만드는 좋은 열등감'도 있다. 열등감을 강하게 겪은 사람이 무언가 성취하려는 욕망과 열정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럼 열등감 덩어리인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아들러는 우리에게 용기를 가지라, 그리고 협력하라고 답해준다.
"진실하다. 선하다. 신뢰한다. 용감하다. 당당하다. 이런 긍정적인 가치들은 모두 사람들 사이에 협력이 잘 되고 있다는 것을 내포한다. 그러므로 용기란 결코 개인의 영역에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고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가겠다는 의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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