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1

[강민우(돈깡)] 개장 전, 아직 켜지지 않은 모니터 앞에서 - 자신이 되고자 했던 시간의 기록

일루젼 2022. 1. 19.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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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강민우(돈깡)
출판 : 이레미디어 
출간 : 2021.12.10 


 

한 분야에서 일정 이상의 성과를 거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는 모두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초기의 진입 장벽, 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기간 동안 해야 할 무던한 노력과 기록을 통한 자기 성찰, 롤모델을 정하고 마치 그 사람이 된 것처럼 사고하고 행동하기, 성과를 얻을 때까지는 하나에 집중하기. 

간단한 것 같지만 하나하나 참 꾸준하게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렇기에 '성공한' 사람들이 드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해본다. 누구나 성공의 씨앗은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싹을 틔울 수 있는 분야를 찾지 못한 게 아닐까. 

미쳐야만 성공할 수 있다면, 그 성공의 결과로 부가 따라오는 것이라면,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가'를 제대로 찾아내는 것이 삶의 목표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지금의 한국 사회는 일단 가능성을 허락하는 부를 얻어야 그 다음부터 그 부를 이용해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이끌어간다. 최소한의 기본적인 삶의 수준을 보장하고 그 안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가자는 기조의 북유럽 국가들도 나름의 문제와 고민이 많은 것을 보면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는 생각도 들지만, 살다보면 '이건 뭔가 아닌 것 같은데' 싶을 때가 많다.

 

2년 정도를 깊게 투자해서 평생을 가져갈 수 있는 기술을 얻는다는 건 굉장한 일이다. 그러나 매일 몇 시간씩 녹화된 매매일지를 들여다보고 분석할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을 보면 나는 주식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기질은 아닌 것 같다. 운동선수들이나 신체 예술인들이 스스로의 몸을 녹화해 자세나 동작을 다듬는 것과도 유사하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매매일지의 경우는 확실히 좀 더 공포스러울 것 같다. '의도한' 동작이나 자세가 '의도대로' 행해졌는가를 본다는 측면에서 녹화된 매매일지는 '나'인 것 같지만 '내'가 아닌 것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주식이 아닌 다른 분야에 관한 이야기로 읽더라도 모두 적용될 수 있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가까운 글이었다고 생각한다. 기술이나 요령에 관한 것이 아닌, 진정한 투자자가 갖추어야 할 자세와 마인드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생각이 잘 드러난 책이었다.

 

생각이 많아진다.  

 

 


   

- '오만과 편견'. 주식투자에서 실패하는 상당수의 이유가 바로 이 두 단어, 오만과 편견에 들어있다. 오만이란 정확한 판단이 아님에도 내 판단이 옳다고 고집하는 것이며, 시장의 흐름을 종합적으로 보지 못하고 서둘러 확신하는 것이 편견이다. 그런데 매우 아이러니하게도 투자자에게 오만과 편견은 행복감을 안겨주는 감정 상태이기도 하다. '그래 내 생각이 맞아', '지금이 매수 버튼을 누르기 최적이야'라는 오만과 편견은 불안함에서 벗어나 안정을 찾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 주식투자를 실패로 끌고 가는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는 자신을 내려놓지 못하는 것이다. 마치 부처님이 어리석은 중생들을 위해 하는 말 같지만, 이 말은 주식시장의 진리이자, 진리이고, 진리이다. 나를 내려놓고 시장을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 자신의 고집과 오만을 차분하게 씻어 내려야 한다. 창문을 깨끗하게 닦으면 더 멀리 자세히 볼 수 있듯, 나를 내려놓으면 주식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더 잘 보일 것이다. 

- 한 번 정도 경험해볼 수도 있겠지만, 결국 그것이 주식투자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만약 내가 그런 생활을 계속했다면, 아마도 지금의 나는 없었으리라 확신한다. 늘 들떠 있는 생활은 곧 흥분된 감정을 만들어 내고, 삶을 불안하고 불안정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상태에서 하는 주식투자는 필연적으로 패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칼이 있지만 칼집에서 뽑지 않을 때 더 무서워 보이듯, 욕망이 차올랐지만 폭주하지 않는 상태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는 투자자에게 더 나은 평점심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 매매 구분, 매수 일자, 제 결단가, 체결수량, 매매비용, 매매 이유 등을 주욱 적어 놓은 엑셀 양식이 일반적이다. 물론 이러한 매매일지도 분명 도움이 되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권하는 것은 바로 '녹화된 매매일지'이다. 아침에 장이 시작했을 때부터 장이 끝날 때까지 나의 모든 움직임이 고스란히 녹화되어 있는 영상을 봐야만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입 시기와 청산 시기이다. 내가 어느 순간에 진입을 하는지, 그리고 왜 청산을 하는지를 다시 되짚어가야 한다. 나도 처음에 이것을 하면서 꽤 놀란 적이 많았다. 
'아니, 내가 왜 저 순간에 진입한 거지? 도저히 진입할 때가 아니잖아!'
'저 때는 왜 매도를 한 거야? 도대체 말이 안 되잖아!'
처음에는 공포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책상에 앉아 매수와 매도를 하는 사람은 분명히 나인데, 나중에 그것을 돌려 보면 마치 전혀 다른 사람처럼 행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면 속에 내가 아닌 내가 등장하는 것은 그 순간 경주마처럼 본능적으로만 행동했기 때문이다. 사고가 정지되고, 판단력은 마비된다. 마치 숨겨진 내가 기회를 엿보다 튀어나온 듯, 나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나의 모습으로 변하고 말았다.

 

- 결국, 투자자들은 자신의 행동 양식에 따라 반드시 무엇인가를 얻게 되어 있다. 바로 이것이 '누구나 주식시장에서 원하는 것을 얻는' 이유였다. 공부 잘했던 내 친구를 지배했던 것은 흥분과 스릴감이었다. 공부를 잘하게 했던 그의 인내심과 착실함의 이면에 억압되어 있었던 본능적인 흥분과 스릴감이 주식을 통해 터져 나왔던 것이다. 

 

- 주식의 투자 과정은 '나의 본성'과 마주하고, 그것을 드러내는 일이다. 더불어 그것이 투자 스타일이 되고, 투자의 성패를 좌우하는 계기가 된다. 누구나 몇 개월 정도만 주식공부를 하면 대충 원리를 알게 된다. 특정 종목을 연구하다 보면 누구나 향후 추세 정도는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의 본성이 무엇을 하느냐는 다른 문제이다. 컴퓨터 앞에서, 혹은 주식투자 앱을 보면서 다시 한번 물어보아야 한다. '나'가 아닌, '나의 본성'은 무엇을 원하는지, 평상시에 '남들에게 보여지는 나'가 아닌, '나만 알고 있는 나'가 어떤 행동을 하고 싶은지를 말이다.  

 

녹화된 매매일지는 '내가 무엇을 하는지'를 알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습관만 잘 들여놓아도 최소한의 위험에서는 벗어날 수 있다. 그런데 이 녹화된 매매일지에 관한 한 가지 매우 이상한 일이 있다. 나는 수없이 주식 성공의 비결 중 하나는 '녹화된 매매일지에 있다'고 말해왔고, 그것을 반드시, 꾸준히 하라고 조언한다. 이상한 것은 여기에 있는데, 꾸준히 실천하는 초보 투자자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들은 돈을 벌고 싶고, 주식에서 장기적으로 성공을 하고 싶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을 위한 지름길을 스스로 걷어차곤 한다. 한 번은 '도대체 왜 사람들은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을까'라는 점을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것은 생각보다 강한 '게으름의 힘' 때문이라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렸다.  

 

- 아무리 고수라고 칭해지는 사람들의 조언을 따라 한다고 한들, 그것은 하나의 방향등일 뿐, 성공 투자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는 없다. 사람은 각자가 가진 생각의 방향, 마음의 습관, 행동의 방법이 다 달라서, 아무리 똑같은 인풋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아웃풋은 각양각색이다. 따라서 고수들의 말 자체는 정답에 가깝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것을 적용시키는 순간에 나의 생각, 습관, 행동에 따라서 다시 '가능성의 가능성'이 된다. 아무리 의지할 곳을 찾으려고 해도 그러한 것을 찾기 힘든 세계, 그것이 바로 주식투자의 세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식시장을 '답이 없는 세계'라고 단정하거나, '아무리 공부해봐야 예측이 불가능한 것 아냐?'라고 속단할 필요는 없다. 타인의 목소리에 이끌려 일방적으로 선택하는 정답이 신기루라는 이야기일 뿐, 당신이 불안과 열등감을 견디면서 만들어내는 그 생생한 데이터의 값과 몸으로 부딪쳐 알아낸 투자의 기준은 분명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투자의 정석이자 정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서는 "그 누구도 믿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누군가를 불신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스스로 찾아낸 답이 아니면, 결코 답이 될 수 없다는 의미이다. 결국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우위의 요소들은 나 스스로 만들 수밖에 없고,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 이런 상태가 되면 시세 앞에서 요동치는 마음을 잡을 수 있고, 등락하는 기분을 조절할 수가 있다. 과거에는 투자 수익이 높으면 '역시 내가 잘했어'라고 생각했고, 손절을 하게 되면 '나는 도대체 왜 이러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장에 굴복하면서부터 '나'라는 말이 빠지게 된다. '시장이 이렇게 많이 허락했구나'와 '시장이 허락하지 않으면 할 수 없지'가 된다. '나'가 빠지면 겸손에 이르게 되고 욕심은 자연스럽게 비워진다. 인간이 태양 빛을 조절할 수 없고, 태풍을 오라 가라 할 수 없듯, 사람이 겸손해지지 못하는 이유는 그것이 인간의 본능에 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과도하지 않다면 누군가보다 '우월한 나'가 되고 싶고, 그것으로 자신만의 희열을 느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감정마저 조절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아마도 시장에 맞서면서 고집을 부리다 수없이 깨진 경험 때문일 것이다. 많이 깨져본 사람은 맷집도 강해지지만, 정신적으로도 성숙하고 겸손해진다.

- 주식투자 스타일은 대개 그 사람의 사고 회로와 관련이 깊다. 즉, 평소에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느냐가 투자 스타일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성격이 진중하고 묵직한 사람이라면 장기투자를 할 가능성이 높고, 공격성이 큰 리스크 테이킹에 강한 사람은 호전적으로 투자한다. 자신의 사고 회로에서 장점이 되는 부분이라면 살려야 하겠지만, 나쁜 것이라면 개조를 해야 한다. 더구나 늘 내가 보는 모니터와 주식 앱의 뒤에는 나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이 오랜 경험과 나름의 전략·전술로 나와 똑같이 전력투구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스스로 겸손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껏 내 인생에 없었던 새로운 것을 얻고 싶다면, 당연하게 해오던 행동과 생각을 바꿔야 한다. 주식투자로 이제까지 없었던 수익을 얻으려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는 말처럼 그에 걸맞은 나부터 만들어야 한다. 

 

- 처음에는 내가 너무 눈높이에 맞지 않는 조언을 했는지 의아했지만, 알고 보니 나의 문제는 아니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자신만의 깨지지 않는 신념, 바로 이것이 오히려 주식투자 행위를 방해하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다 나름대로의 '신념'이라는 것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가 (사업에) 성공했든, 실패했든, 혹은 나이가 많든, 나이가 적든 신념이란 우리가 가지게 되는 본능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진실이냐, 아니냐는 별로 상관이 없다. 그냥 신념 자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런데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했거나, 빛나는 성과를 만드신 분들일수록 가진 신념이 매우 단단하고 잘 깨지지 않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이런 분들일수록 주식시장을 어려워하고, 좌절하는 경우를 꽤 많이 봤다. 

 

- '이런 동전주에 모멘텀이 있을 리가 없잖아?'
이러한 확신은 투자에 필요한 유연한 사고를 방해한다. 우리는 주식을 하면서 끊임없이 판단을 내리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에 어느 정도의 확실성을 부여하느냐이다. 계속해서 판단을 해나가지만, 그렇다고 확실하다는 신념을 갖지 않는 것. 뭔가 알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인정. 말하자면 이것이기도 하지만 저것이기도 한 것이다. 이성과 합리적 판단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런 것을 잘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그게 도대체 뭐냔 말이야?"라고 당장 정의 내릴 것을 요구하겠지만, 그것은 정의될 수 없는 '영감'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은 감성만 가지고는 성공투자의 근처에도 갈 수 없고, 이성만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경험이 만들어 내는 미세한 시그널, 바로 '영감'이다. 그런데 영감이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지, 무엇 때문에 오는지 나 역시 알기 힘들다. 그것은 누군가로부터 배울 수도 없고, 그것에 진입하는 가이드라인도 없다. 오로지 홀로 깨우쳐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해본 것 중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시장의 에너지를 느끼는 힘'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호재에 시장이 하락하고, 악재에 시장이 상승하는 이 기묘한 사태를 이해하는 것은 그 시장의 바닥에 흐르는 에너지를 느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 영감은 내가 찾으려고 해서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영감이 나를 찾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확고한 신념과 이성으로 무장된 나를 우선 해제할 수 있어야만 한다. 내가 똑똑하다는 사실, 내가 쌓아왔던 견고한 생각의 탑에서 벗어날 수 있을 때, 그리고 정의되지 않는 것들과 애매한 상황에 적응해나가면서 나만의 촉을 세울 때 비로소 '영감'이 우리를 자연스럽게 찾아올 것이다.  

 

- 얼마 전, 한 스타트업 대표가 강연을 하는 영상을 보다가 참 멋진 말을 들었다.
"모든 스타트업들의 성공은 밖에서 볼 때는 벼락 성공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성공은 첫날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500일째에 일어난다.

Every startup is an overnight success, but it happens on 500th night."
이 말은 '성공'이라는 두 글자에 다가가기 위해 얼마나 적지 않은 인내심이 필요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주식시장에서의 성공도 마찬가지다. 오랜 시간 공부하고 인내의 과정을 거쳐야 성과물을 얻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이 인내하지 못하고 잘못된 방법에 의지하려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매매 중독이다. 

 

- 또 다른 하나는 '스마트 머니'의 존재이다. 말 그대로 '똑똑한 돈'이다. 스마트 머니는 기본적으로 투자에 매우 밝은 사람들이 장세에 따라서 움직이는 돈을 의미한다. 주로 뛰어난 개인투자자들과 일부 기관투자자들이 그 대상자라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장세 예측은 미래를 내다보는 것 같이 움직인다. 그들은 기업의 현재 모습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모습에 투자를 한다. 그래서 그들의 투자 과정을 보면 마치 어떠한 정보가 언제 나와야 하는지 미리 알고 있는 것처럼 반응하곤 한다. 따라서 일반 투자자들의 눈에는 '왜 저렇게 투자하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이며, 시간이 흘러야만 비로소 그 퍼즐의 조각을 맞추게 된다. 

 

- 그러나 주가는 투자자 개개인의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는 상관하지 않는다. 이런 과정이 몇 번 반복되다 보면 결국 계좌는 0원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단타로 빨리빨리 돈을 벌고 싶다'는 동기로는 절대로 전업 트레이더의 고된 훈련의 과정을 견뎌낼 수가 없게 된다. 전업 트레이더가 되기 위한 또 하나의 조언은 '한 번에 한 명의 롤 모델만 따라가라'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나를 롤 모델로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일단 나를 따라오는 사이에는 다른 롤 모델의 방법이나 그들의 생각법, 심지어 본인 자신의 판단도 완전히 배제해야만 한다. 나는 시장에서 단기매매의 퍼포먼스를 대중들에게 보여주었고, 누군가는 나를 보면서 전업투자자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들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아는 만큼, 내가 가진 책임감이 막중하다. 그래서 단기매매를 진정으로 원하고 빠른 자산의 증식을 원한다면 제발 내 방식을 그대로 믿고 따라왔으면 한다.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투자법은 소음일 뿐이다. 자신만의 생각이 다시 나의 매매 방식과 섞이고,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모르는 습관이 들면 내가 알려주는 것과 전혀 다른 매매의 방식이 돼버린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다면 그 무엇보다 이게 제일 중요하다. 

 

- 내가 알려주는 많은 방법을 습득한 후에는 나를 넘어서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 나를 따라올 필요가 없다. 그러나 돈깡을 마스터하기 전까지는 다른 롤 모델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이 좋으며, 자신의 판단에 따라 다른 롤 모델의 방법을 습득하고 싶다면, 반대로 나의 이야기를 완전히 배제시키는 것이 좋다. 또, 자신의 애매한 정체성을 견뎌내야 한다는 점도 매우 중요하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정체성이 하나의 에너지가 되고, 특히 한국인들은 특정 집단에 소속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는 A 기업의 팀장이며, 믿을 만한 상사와 내가 책임져야 할 후배들이 있어.' 혹은 '나는 예술가로서 하루하루 창조적인 일을 하고 있어.'라는 자기 정체성과 집단 소속감이 완전히 사라진 생활에서 때로 자신감을 잃을 수가 있다.

 

- 한번 생각해보자. 어떤 사람이 아침에 일어나 오후 3시까지 마냥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침대에 누워있거나 책을 보거나, 산책을 할 수도 있다. 저녁밥을 먹을 것이며 친구를 만나거나, 혹은 집에서 혼술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한 달 내내, 일 년 내내 똑같은 생활이 반복된다. 사람들은 이 모습을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는 보통 이런 생활을 하는 사람을 '백수'라고 부른다. '젊은 놈이 알바도 하지 않는다'며 비난을 받을 것은 뻔한 일이다.  

 

- 과연 이것을 보고 우리는 기뻐해야 할까, 슬퍼해야 할까. 내가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오기를 기대라도 해야 하는 것일까? 지금의 추세가 더 이어질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바라야 하는 상황, 재난이 커질수록 내가 버는 돈도 많지만, 그것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늘어난다는 역설. 언급했듯이, 이런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을 이해는 하지만, 나는 앞으로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독자 여러분이 투자를 할 때도 이런 상황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으면 한다. 

 

- 25살. 마치 돈 버는 기계처럼 살고 있을 때 여의도의 어느 트레이딩 팀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 유능한 개발자와 수학자에 가까운 투자자들과 함께 투자 시스템에 대해 연구하고 주식 관련 일을 했었다. 트레이딩 자체는 내가 더 익숙했지만, 그들은 적지 않은 인생 경험을 통해 삶을 관통하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생태찌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있을 때였다. 문득, 팀장님이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가 트레이딩이라는 것을 하면서 이 사회에 어떤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까?"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얼음이 되고 말았다. 그전까지만 해도 나의 세계관에 '사회', '선한 영향력' 같은 단어들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트레이딩 5년 차로 완전히 물이 오른 투자의 기법을 익히며 이미 10억 원이라는 적지 않은 수익을 실현한 사람이었을 뿐이었다. 주식에 관한 모든 것에는 스스로 '이만하면 박사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정작 나는 이 사회에서는 거의 유리된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나에게 '사회', '선한 영향력'이라는 단어들은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가슴에는 없던 말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날 밤부터 길고 긴 고민이 시작됐다. 나의 직업인 전업 트레이더에 대한 회의가 들 정도였다. 정말 내가 트레이더로 살아가면서 이 사회에 어떤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는 한 건가? 어쩌면 이미 깊은 무의식 나의 속에서 '내가 트레이더로만 살아갈 수는 없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총알도 목표물이 있어야 '적중'하듯이, 팀장님의 한마디는 내 삶에 대한 의구심에 적중하고 말았다. 

 

- 팀장님의 한마디가 내 직업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 내고 창업까지 할 수 있게 했다면, 외국의 작은 마을에서 만난 한 권의 책은 삶의 새로운 목표에 대해 고민하게 해 주었다. 오스트리아의 인스부르크라는 마을, 오래되고 낡아 보이는 서점이 있어 호기심반, 혹은 한글로 된 책은 없을까 하는 기대 반으로 들어갔다. 한글로 된 책은 없었지만, 우연히 집어 든 영어로 된 책의 목차에서 의미심장한 문구를 발견했다.
'국민들의 심미적 수준이 도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생태찌개 음식점에서 받았던 그 신선한 충격의 해외 버전'이라고 할까? 주식밖에 모르던 나에게 국민들의 심미적 수준'이라니. 거기에 '도시경제'라니.  

 

- 힘들게 이 시대를 이겨나가는 청년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내 가난하고 힘들었던 생활의 고백도 그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여겼다. 나는 트레이더로 살지만, 트레이더로만 살고 싶지는 않다. 내가 40대, 50대의 아저씨가 되었을 때, 나는 지금의 세월을 자랑스럽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내가 청춘일 때는 말이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과 소통하면서 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주려고 최선을 다했어. 나, 그렇게 이기적으로 살지는 않았지?"
나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투자를 했지만, 돈에만 파묻히고 싶지 않았다. 지금의 많은 투자자들도 결국에는 '돈'이 목적이 되어 투자를 시작하겠지만, 어느 순간에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통해 보다 많은 독자들이 지식을 갈고닦고 정보로 무장을 하며, 감정을 조절하는 훌륭한 투자자로 발전하기를 빈다. 30대의 내 인생도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다. 내가 걸어왔던 길을 이제 많은 투자자들과 나눌 것이며, 나와 그들이 또 다른 삶의 단계로 진입하기를 원한다.
우리가 다시 이 출발선에 선 것을 함께 자축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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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블로 피카소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훌륭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이 말은 주식시장에서 승자가 되는 원리이기도 하다.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나 같은 개미들이 특정 종목에 몰릴 때이다. 기관과 외국인이 주식을 사고팔 때 증시는 출렁거린다. 바로 그것이 원동력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들의 생각을 완전히 훔쳐야 한다. 그냥 따라 하면 어색할 뿐이고, 그 생각들을 내 것으로 훔쳐버리면 그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은 곧 나의 사고 회로를 그들의 사고 회로와 똑같이 만드는 작업이다. 내가 성공한 트레이더들과 똑같이 생각한다면, 나도 성공한 트레이더가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내가 다른 개미라면? 기관투자자라면? 외국인이라면...?"
수개월 동안 나는 사라졌고 온전히 그들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몇 개월간 엎치락뒤치락하던 계좌는 그렇게 차분하게 안정되기 시작했다. 1년이 지나자 나는 비로소 성장할 수 있었고 한 달 목표 수익률 30퍼센트를 돌파해 어떤 경우에는 200퍼센트를 넘나들기도 했다. 21살의 겨울, 나의 계좌는 1억 원으로 차올랐고, 그 해의 겨울은 유난히도 따뜻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 거래 결과는 대부분 좋지 않았다. 대체로 나는 기복 없이 투자하는 편인데, 여행을 다니면서 거래를 하다 보니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 없었다. 시차 적응도 완전하지 않아 낮에도 피곤했고 저녁까지 그 피곤이 이어졌다. 한국과의 시차로 인해 새벽에 거래를 할 때에는 집중력이 깨져서 포지션이 물린 상태에서 지쳐 쓰러져 자기도 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여행을 하면서는 절대 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기도 했지만, 어쨌든 여행도, 투자도 모두 망쳤다. 그 이후로 여행지에서는 거래를 하지 않았다. 

- 주식시장에 참여한다는 것은 어쩌면 일생일대의 격전에 휘말리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생을 늘 격전 치르듯이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주식 앱과 모니터에서 눈을 돌리면 더 큰 세상이 있다. 이러한 여유가 초보자에게는 사치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처음부터 너무 주식에만 몰입한다면, 결국 그것으로 인한 정신적인 폐해도 커질 수밖에 없다. 너무 급하게 마음 갖지 말자. 주식시장은 5년 뒤에도 있을 것이고, 10년 뒤에도 있을 것이다. 주식을 내 삶에 들여놓지만, 그것과도 적당하게 거리를 둘 수 있는 여유로움, 오로지 돈이 내 인생을 좌우하게 놔두지는 않겠다는 용기를 가질 때 우리는 좀 더 넓은 시야를 갖춘 투자자가 될 수 있다. 

 

- 어떻게 보면 주식이란 매우 간단한 원리에 의해서 돈을 버는 방법이기도 하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판다."
주식투자에 관한 수많은 조언과 법칙은 바로 이 간단한 원리를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단순히 한 회사의 매출이 높은가 낮은가, 혹은 전망이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보다는 훨씬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가진 배후의 지식이 있어야만, 보다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 주식을 전혀 해보지 않았거나, 혹은 지금 막 시작해 여러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보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주식공부는 한편으로 쉽게 생각되기도 하지만, 깊게 파면 팔수록 더욱 어려운 내용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처음에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지금부터 내가 말하려는 주식을 공부하는 법은 온전히 내가 처음 주식을 시작했을 때의 방법이며, 그때를 되돌아보면서 다시 재정립한 것이다. 나의 공부법이 최선일 수는 없지만, 최소한 돈깡의 시작처럼 공부한다면 실패하는 공부법은 아니라고 확신한다. 평생 주식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기업 가치를 파악하고 좋은 가격에 장기간 투자하는 가치투자를 할 것인지, 아니면 매일 수익을 내는 트레이딩을 할 것인지부터 결정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트레이더가 되기 결심했으면, 최소한 2년 정도는 온전히 몰입해야 한다. 다만 이때에는 희생해야 할 것도 많기 때문에 정말로 주식으로 내 삶을 바꾸려는 간절함과 투지가 있어야만 한다. 

 

- 이렇게 자신의 주식투자 스타일을 결정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을 사보게 된다. 물론 일목요연하게 길잡이를 해주기 때문에 장점은 있지만, 나의 경우에는 책에 의지하기보다는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에서 찾은 수많은 정보들이 더 유용했다. 장기투자자라면 <벤저민 그레이엄의 증권분석>이라는 책을 권한다. 주식에 대한 올바른 태도와 관점, 마인드를 기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어느 정도 주식을 한 사람, 즉 입문한 지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된 사람이라면 <어느 주식투자자의 회상>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좋다. 미국의 전설적인 투자자 제시 리버모어의 일대기이다.   

 

- 주식공부에 있어서 용어의 파악은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기본을 볼 수 있어야 내가 투자하는 종목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카카오 주식만 연구할 것이 아니라, 지금 IT업계의 흐름까지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화학, 화장품, 유통, 콘텐츠 등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정하고 업종 분석에 들어가야 한다. 나 같은 경우, 주식을 하기 전부터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자동차 업종을 분석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자신의 직업과 관련성이 있거나 관심 분야에 맞춰 정하면 된다. 그 산업이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는지,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의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어떤 주기로 산업이 로테이션되는지, 해당 업종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무엇이고, 가장 흔들리지 않는 신뢰의 요소는 무엇인지를 낱낱이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반드시 필요한 공부가 바로 뉴스에 관한 것이다. 대부분의 주식투자들이 뉴스에 의존해 경제나 업종의 흐름을 판단하고, 이슈에 대해서도 나름의 예측을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매우 중요한 것은 단순히 뉴스를 읽는 리더 reader가 되지 말고 싱커 thinker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액면 그대로 뉴스를 믿어서는 안 되고 반드시 생각이 동반되어야 한다. 해당 뉴스가 단순히 그 회사에서 뿌린 보도자료를 그대로 쓴 것인지, 혹은 정보의 출처가 정말 신뢰할 만한 관계자에 의한 것인지를 함께 생각해야만 한다.  

 

- 녹화된 매매일지를 반복해서 돌려 보는 것은 주식을 할 때 본능에 휩싸인 나의 모습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당시의 판단이 어떻게 변해갔는지, 무엇을 위해 클릭하는지를 알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이런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상당히 괴로운 일이기도 하다. 꼭 주식이 아니더라도 내가 어떤 상황에서 했던 행동들을 CCTV로 돌려본다고 생각해보라. 친구들과 취하도록 술을 마시면서 하는 나의 행동, 혹은 누군가와 말싸움을 할 때의 나의 모습을 흥미롭게 되돌려 보고 싶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정말로 인내심을 가지고 자신이 그때 했던 행동을 되돌려보고 반성하고 성찰할 수 있다면 어떨까? 아마도 그다음 술자리에서 조심할 것이며, 누군가와 말싸움을 할 때에는 훨씬 자신을 잘 절제하면서 싸움이 아닌 대화로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 녹화된 매매일지를 되돌려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흥분을 잠재우고, 극도의 긴장 상황에서도 두뇌가 풀가동되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 섣부른 진입과 청산을 방어해내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자신이 실패한 원인 그 자체를 찾아내는 일이다. 실수를 두 번 다시 하지 않기 위해 내 실패를 인정하고, 그 원인을 찾아 제거해야 한다. 물론 여기에서 또 한 번의 괴로움이 생긴다. 손실된 계좌를 다시 봐야 하고, 투자금을 잃었을 당시의 쓰라린 경험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괴로울수록 얻는 것이 많고, 원인을 찾아낼수록 자신의 매매기법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다.  

 

- 내가 주식으로 돈을 벌기 시작하자, 내 주변 사람들도 주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20대 초반에 또래의 아이들은 상상도 못 할 1억 원이 넘는 돈이 있었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늘 반에서 1등을 했던 고등학교 친구도 그랬다. 좋은 대학에 가서 그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나를 부러워했다. 어느 날 친구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돈깡아, 나 주식 좀 가르쳐주지 않을래? 내가 학교 공부했던 방식이라면 주식공부도 금방 할 수 있지 않겠어?"
공부와 돈은 다른 영역이지만, 그 친구는 공부에서 성공했으니, 돈에 대한 성공도 바랄 수 있겠다 싶었다. 거기다가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학습 능력이 뛰어나고 인내심이 강하고 목표를 성취하고자 하는 열망도 높아야 가능한 일이다. 주식에서도 이런 능력은 필수다. 그래서 그 친구는 주식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애초에 갖추고 있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자, 그러면 여기 모니터 앞에 앉아 봐. 그럼 오늘부터 내가 한수 알려주지!"
겨우 돈을 벌기 시작한 나였지만, 마치 고수라도 되는 양 하수 한 명을 키워보기로 했다. 친구는 이해력은 매우 빨랐다. 마치 수학 문제를 풀 듯 빠르게 차트를 읽고 분석했으며, 과학 문제를 풀 듯 척척 원리를 적용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친구에게 전에 없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에 화를 내거나 흥분하는 모습을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주식을 할 때만큼은 유독 흥분을 하거나 화를 내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거기다가 분명 손절해야 할 타이밍인데 손절하지 못했고, 분명 최고점 직전인 어깨에서 팔라고 했건만, 그 친구는 어깨너머 한참을 기다리곤 했다. 거기다가 처음에는 2~3개의 종목에만 집중하라고 했더니 자꾸만 10개 정도의 종목에 집중력 없는 분산투자를 하고 있었다. 
"야, 너 왜 내가 시키는 대로 안 하냐? 하수가 자꾸 그렇게 자기 마음대로 하면... 그게 되겠냐?"
하지만 친구는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어, 그래? 나는 그냥 정석대로 하는 거 같은데..."
그때 나는 알게 됐다. 에드 세이코타의 명언, "주식시장에서는 누구나 원하는 것을 얻는다"라는 말의 진짜 의미를. 

- 상식적으로 보자면 술은 취하기 위해 마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좋은 분위기에서 즐겁게 웃고 떠들 수 있고, 스트레스도 풀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이가 그렇지는 않다. 어떤 이는 누군가에게 시비를 걸 용기를 얻기 위해 마시기도 하고, 또 다른 이는 준비된 울음을 터뜨리기 위해 마시기도 한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모든 주식투자자들이 '돈'을 원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어떤 이들은 돈이 아닌 흥분감을 원하거나, 매수와 매도 사이에서 발생하는 극도의 스릴감을 원할 뿐이다. 그들에게 주식은 투자가 아닌 그저 도박에 불과하다. 투자원칙을 지키는 사람은 돈을 얻지만, 주식을 도박으로 대하는 사람은 돈 대신 흥분감을 얻는다. 

 

- 주식투자란 본질적으로 '내 예측이 맞느냐, 맞지 않느냐'의 게임이다. '쌀 때 사서 비싸게 판다'는 주식의 대전제 뒤에는 바로 수십 가지의 변수를 뚫어내는 예측의 영역이 존재한다. 주가가 오르거나 내리는 것에 대한 예측, 어디까지 갈 것인가에 대한 예측, 그리고 어디에서 꺾일 것인가에 대한 예측이 맞아야만 승리하는 것이 주식투자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나의 예측이 맞는지를 테스트해야 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확실한 논리의 전개법을 찾아내야만 한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결국 고수와 하수를 결정하게 된다. 이 예측은 바로 '매매 시나리오'라는 것으로 구체화된다. 단 한 줄의 뉴스로 오늘 뜰 수 있는 종목을 찾아낼 수 있는 예리함을 갖추고 오늘 왜 그 주식이 오를 것인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짤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말로 내 생각대로 주식이 오를 때, 이 매매 시나리오가 완성된다. 이러한 경험을 수도 없이 반복해야 하고, 만약 실패한다면 그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이 과정은 나의 생각과 '시장의 움직임을 끊임없이 일치시키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이것의 일치도가 점점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우리의 계좌는 우상향으로 존재를 증명할 것이다.
 

- 그래서 나는 자신만의 매매 시나리오로 실패한 사람이, 우연하게 돈을 번 사람보다 훨씬 더 가능성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전자는 계속해서 매매 시나리오를 보강하면서 자신만의 확고한 방법을 만들 수 있지만, 후자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매매 시나리오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 지금으로부터 52주 전, 그러니까 딱 1년 전 주가를 살펴서 오늘의 주가보다 높다면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는 '상승 우위'가 있는 것이고 반대로 오늘의 주가보다 낮다면 더 떨어질 수 있는 '하락 우위'가 있는 것이다. 언뜻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유력한 잣대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마저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다. "상승 우위가 있다"라고 반드시 '상승한다'는 것은 아니고, "하락 우위가 있다"고 '하락한다'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것은 그저 통계에서 추출된 '가능성의 가능성'일 뿐, 결코 현실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패턴과 지표라는 심리적 우위 요소가 무력화된 다음으로 의지하게 된 것이 있으니 소위 '전문가의 전망'이다. 온갖 방송의 출연진과 전문가라고 하는 유튜버들의 조언에 홀릭하다 보면, 주식이라는 밀림에서 길이 뻥뻥 뚫리고, 밝은 세상이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소위 '주린이'들의 입장에서는 전체 주식시장의 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는 있다. 그런데 중요한 점은 정말로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일 뿐이라는 점과, 설사 그 소수의 말을 완전히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성공을 개척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결국 주식이란, '자신의 기질에 맞는 값과 기준을 찾아가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 경험상, 첫 번째 매수가 생각했던 결과를 내지 못했다면, 두 번째 세 번째의 매수가 잘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렇다고 늘 '첫 번째 매수가 완벽해야 해'라는 생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나의 시나리오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물타기를 하더라도 그것이 회복될 가능성을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빠르게 손절매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돈을 잃는 훈련'의 목표는 돈을 잃는 것 자체가 아니다. 첫 번째 매수의 실패를 100퍼센트 수용하고 인정하는 것, 지금 손절매를 해야 더 큰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원칙을 철저하게 믿는 것이다. 그리고 반복된 경험을 통해 흔들리지 않는 플랫한 감정을 마치 굳은살처럼 내 마음에 새기자는 의미이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물타기는 투자의 자세가 아니라 도박의 자세라는 점이다. 투자와 도박의 차이는 근거가 지배하느냐, 확률이 지배하느냐다. '더 많이 매수해서 평균 단가를 낮추겠다'는 발상은 주가 예측에 대한 근거가 사라지고 확률만을 높이려는 사고방식일 뿐이다. 물타기를 하려는 그 순간, 우리는 '도박'이 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만 한다. 
 

-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는 위험하고 실패의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지 않다. 주식으로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내가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내가 걸어온 가능성의 길을 다른 사람들은 걸을 수 없을 거야'와 같은 건방진 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신 놀라운 성공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치러야 할 희생도 많다고 말하고 싶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여서, 뒤돌아보면 잃은 것도 적지 않았다.

 

- 이것은 주식투자자에게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인데, 역시 쉽지가 않다. "힘들수록 웃는 사람이 일류다"라는 셰익스피어의 명언도 있지만, 괴롭고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말을 들어 봤자 힘이 나지도, 감정이 순간적으로 신선해지지도 않는다. 사람이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제대로 느끼고 표현하지 못한다면, 그것도 정상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셰익스피어의 명언은 '힘들지만 억지로 웃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일류인 사람만이 '힘들어도 웃을 수 있다'는 말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아직 그러한 경지에 이르기에는 부족하고 왜소한 지경에 불과하다. 주식투자자의 생활, 혹은 그보다 더 격하게 주식에 몸을 담는 전업 트레이드의 길을 선택했다면, 새롭게 받아들여야 할 것들도 같이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가족과 멀어짐, 시장이 끝났을 때 밀려드는 좌절감과 외로움, 돈을 번다고 그게 행복으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고민으로 이어지는 그 이상하면서도 애매한 상황까지 말이다. 

- 더불어 투자와 삶의 밸런스를 잘 지키기 위한 노력도 반드시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투자는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한 수단이지, 투자에서 반드시 성공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투자라는 것은 삶을 지속해나가는 동안 반려자처럼 관심과 애정으로 장기간 함께 하는 것이어야 한다. 단기간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으면 원치 않는 결과를 봤을 때 더 큰 실망감과 배반을 느낄 수 있다. 많은 에너지를 진작에 쏟아 버렸기에, 포기하게 되기 마련이다. 투자에 집중하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을 잘 구분 지어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 역시 투자자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다. 

 

- 주식을 아주 간단하게 요약해본다면 '어떤 종목이 오를 것인지를 맞추는 게임'이다. 어떻게 보면 매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주식을 해보지 않았으면서 주식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체로 살면서 자신만의 성과를 이뤄왔으며, 세상을 대하는 자신만의 방법, 철학, 신념이 존재하고 그것을 통해 성공의 경험을 쌓아온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주식에서도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방법이 먹힐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매우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집단군'이다. 기업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심지어 언론에 의해 부풀려진 부분까지 정확하게 짚어내는 실력을 갖췄다. 실제 투자를 할 때 기업의 펀더멘털을 판단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성장 가능성, 실적, 기술력, 재무 상태 등을 감안해 얼마나 안정적이고, 가치 있는 기업인지를 따지는 것에도 매우 능하다. 그런 점에서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그들은 투자를 위한 매우 훌륭한 기본기를 갖췄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접근하면 투자에서 다 성공할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절대 그렇지가 않다. 실제 주식시장에서는 '펀더멘털이 강한 기업'과 '투자했을 때 돈을 버는 기업'은 전혀 딴판인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주식시장은 때로 펀더멘털보다 더 강한 센티먼트에 의해 움직이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센티먼트(센티멘티) Sentiment는 펀더멘털 반대의 개념으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아닌, 투자자들의 직관적이고 감정적인 분위기에 주목하는 투자 방법이다. 

 

- 예를 들어 스마트 머니가 현대차의 주가를 예측한다고 해보자. 그들은 수출지표 데이터, 중고차 판매지수, 글로벌 지사의 딜러 마진 추이 등의 지표를 활용하여 5~6개월 전에 미래를 예측하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매매를 준비한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다음 분기가 다가오는 시점, 즉 겨우 1~2개월 전에야 비로소 다음 분기 실적을 예측하고 그때 행동으로 움직이게 된다. 여기에서 지라시의 역설이 발생한다. 이미 스마트 머니가 활동하면서 주가를 특정하게 움직여 가고 있는데, 지라시는 그 사실 자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며, 결과적으로 잘못된 투자 정보를 주게 된다. 결국 이런 정보에 의존해 투자를 하게 되면 실패에 이르고 만다. 

 

- 내가 가치투자에 실패했다고 해서 가치투자가 가진 위대한 장점이 부인될 리는 없다. 그러나 내가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은 '가치투자라고 해서 반드시 수익을 얻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이다. 미래에셋 대우에 6년간이나 돈이 잠겨 있을 동안 기회비용은 완전히 날아가 버렸고, 유상증자라는 악재는 포트폴리오를 망가뜨렸다. 가치투자는 짧은 시간의 트레이딩에 의한 위험성은 벗어날 수 있지만, 기업의 장기적인 활동에서 만나게 되는 유상증자라는 또 다른 악재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물론 유상증자라고 해서 모두 다 악재라고만 판단하기는 힘들다. 새로운 비전과 전망, 더 큰 매출을 위한 자금이 필요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업황을 비롯해 해당 종목 전반이 침체기인 상황에 주가도 낮은데 갑작스레 밝은 미래 전략이 나오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빠른 매매를 해야 하는 트레이딩이 싫다면 분명 가치투자로 눈을 돌려야 한다. 그러나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묻어두면 오르겠지'라는 생각은 장기투자자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뿐더러, 그 또한 '운'을 바라는 옳지 못한 투자의 예시밖에 되지 않는다.

 

- 커피 한 잔과 빵 몇 봉지를 사이에 두고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 투자란 바로 이런 사람이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우리가 먹고 있는 빵 한 봉지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어떤 기업이 존재하는지, 그 기업이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지를 줄줄 꿰고 있었고, 그 기업들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지를 마치 사법시험 공부한 사람처럼 막힘없이 쏟아냈다. 거기에 우리나라에 커피를 마시는 문화가 언제부터 생겼는지, 그리고 이러한 문화의 흐름이 우리의 미래 투자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까지 일목요연하게 말해주었다. 방대한 시장을 바라보는 그의 관점과 정확한 방향성에 나는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와의 만남을 끝내고 다시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나는 늘 다짐하곤 했다. "방대한 지식을 단기간에 쌓아 올리기는 어렵겠지만, 나도 저렇게 노력하면 저분처럼 좋은 시야를 가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주식투자를 전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곧 우리가 살아가는 이 자본주의 사회를 깊고, 철저하게 이해한다는 것을 말한다. 그 넓은 스펙트럼의 지식을 꿰고 엮어서 자신만의 통찰과 관점으로 승화시켜야만 한다. 이것은 단순히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를 넘어 하루하루 대한민국의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까지 꿰뚫는 일이기도 하다.

- 트레이더의 꿈을 이루고 싶다면, 우선 자신의 멘토를 설정하고, 그를 닮기 위해 방대한 양의 공부를 소화하는 것이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상상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돈도 많이 벌고, 즐기는 시간도 많이 가지고 싶다는 이유에서, 혹은 사회적으로 주식을 통해 인정받고자 하는 목적으로 투자를 한다면 차라리 인생의 방향을 다르게 잡는 것이 낫다고 본다. 인생을 즐기는 것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다. 성공과는 거리가 먼 사고방식이기 때문에 결국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나는 가끔 친구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 "워라벨이나 욜로를 좇으면서 성공을 이야기하는 것은 자기 분야에 몰입해서 시간을 쏟아붓는 누군가에 대한 모욕이다." 자신이 지금 얼마나 힘든 길을 걸어가려는 것인지를 반드시 깨닫고 시작해야만 한다.

 

- 자신의 성격도 매우 중요한 조건의 하나이다. 나의 유튜브 계정에서 MBTI에 대한 내용을 다룬 적이 있다. 물론 '돈깡의 MBTI가 주식에 최적화된 성격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돈깡의 MBTI는 주식투자에 적합한 성향 중의 하나이다'라고 볼 수는 있을 것이다. MBTI를 통한 내 성격 유형은 '논리적인 사색가'였으며 '연구되지 않은 삶은 의미가 없다'는 문장으로 나를 설명할 수 있다. 내 삶의 가치관을 딱 잘라서 이처럼 잘 정리해주는 것도 없었다. 내 성격 유형의 특징을 살펴보면, 우선 감정에 크게 동요되지 않는다. 되돌아보면 이것은 주식투자에서 매우 중요한 덕목인데, 호전적이거나 투기적이지 않은 나름의 차분한 성격이 논리적인 사색에 다소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감정에 동요되지 않는다는 점이 일상생활에서는 곧 게으름이 된다. 바꿔 말해 나는 '미루기 끝판왕'이기도 하다. 책 읽기를 정말 좋아해서 몇 년째 책 제목만 수십 권을 적어놓았지만, 단 몇 권밖에 읽지를 못했다. 

- 대인 관계에 있어서는 자발적인 아웃사이더 기질이 강하다. 그것이 선천적인 것인지, 혹은 후천적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집단에 어울려 휩쓸리는 모습을 무척 싫어한다. 한 번은 현직 판사님이 쓰신 <개인주의자 선언>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정말로 동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우리 사회의 '집단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주요 내용이었다. 주식도 결국 혼자서 해내야 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고독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좀 더 적합할 수 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이야기의 전개 과정보다 사건의 해결방안에 더 관심을 많이 둔다. 이런 성향은 '논리적인 사색'이 적용된 결과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성격에 대해 누군가는 너무 진지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부분은 오해를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추론하는 것은 딱 주식에 한정되어 있을 뿐, 그 이외의 일상에까지 적용시키고 싶지는 않다. 사실 나 같은 성격은 단점도 많다.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이라는 진단도 있고, 이론 중심이라 실행력이 떨어진다고도 한다. 

 

- 가끔은 누군가로부터 가슴을 관통하는 한마디를 들을 때가 있다. 또 우연한 기회에 습관적으로 형성하고 있던 고정관념을 와르르 무너뜨리는 책을 만날 때도 있다. 내가 그랬다. 돈 버는 것에만 몰두하던 나는 한 때 누군가의 한마디에 의해 내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 생길 정도로 깊은 고민을 하며 잠을 설쳤던 적이 있다. 유럽 여행에서 만난 한 권의 책은 내 인생의 새로운 목표의 방향성을 제시해주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것을 실천하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나의 두 번째 창업, '콤파다'의 시작이다. '사물이나 일의 속내를 알려고 자세히 찾아보고 따지다'는 의미를 지닌 순우리말 곰파다를 변형해서 만들었다. 주식투자를 함에 있어서 자세히 찾아보고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이다. 
 
- 그런데 그것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탓이 아니다. 증권회사들은 돈으로 투자를 하고, 고객의 돈으로 상품을 만들고, 거기에 고객의 거래에 따른 수수료까지 받는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 내는 리포트라면 당연히 고객들이 이해하기 쉬워야 하는 게 아닐까? 나는 그 부분에 대해 늘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이 되지 않으니 어려움을 느낀 투자자들은 그저 '대박'을 노릴 수밖에 없다. '알고 컴퍼니'는 이렇게 출발하게 됐다. 나는 보수적인 금융권의 권위를 벗기고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정보에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기를 목표로 한다. 그래서 모든 투자자들이 제대로 좀 알고 투자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최소 증권사 리포트만이라도 읽기 쉽게 만들어 놓는다면 나는 그것이 우리나라 주식 산업에 큰 변화의 기점이 되리라 확신한다. 누구든, 주식 앱을 내려받는 사람이라면이 알고 앱도 필수적으로 내려받아야 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누구든 노력 여하에 따라 고수로 등극할 수 있고, 자유롭게 객관적인 정보에 대해 토론하고 자신의 투자 방향을 잡아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내가 투자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앞에서도 수없이 언급했듯이 나는 해답을 '녹화된 매매일지'에서 찾았다. 그 어떤 노력도 없이 주식시장에서 클릭 몇 번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극한으로 몰린 상황에서도 올바른 판단력을 잃지 않으려면 매매일지라는 오답노트를 통해서 실수를 줄여나가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가장 추천하는 것은 하루 동안의 거래를 전부 녹화하여 돌려보는 것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매매 구분', '매수 일자', '체결 단가, ‘체결수량', '매매 비용', 매매 이유' 등을 반드시 기록하여 돌아보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 매매일지를 작성할 때는 다음 세 가지의 내용을 반드시 포함하여 작성한다. 


첫 번째는 주식을 매수한 이유이다. 왜 이 주식을 사기로 결정했고, 무엇을 기대하고 샀는지 아이디어 발상 과정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곧바로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에 언제 살지, 얼마에 살지, 얼마 이상에는 매수하지 않을지, 예상한 흐름과 다른 흐름을 보일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포함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 어떤 주식을 얼마에 사고팔았는지를 기록한다. 거래한 주식들을 정리하여 얼마에 사고팔았는지 적고, 매수 전에 짰던 계획과 일치했는지, 계획과 다른 주식들이 등장했다면 왜 그 가격에 사고팔았는지를 작성한다. 

세 번째, 잘못한 점을 연구한다. 애초 계획했던 거래와 일치하지 않은 점을 찾고, 상황이 어긋난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나의 실수인지, 예상한 흐름과 다른 전개 때문인지, 흐름이 달랐다면 왜 그러한 흐름이 나왔는지 고찰한다. 손실을 본 거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손실이 났던 거래라도 미리 세워둔 규칙을 어기지 않았다면 좋은 거래라고 평가해야 한다. 그러나 원칙에 없는 거래였는데 순간적인 판단으로 매수해서 수익을 냈다면, 그 거래에 가치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 원칙과 규율에서 벗어난 거래는 대단한 수익을 올렸을지라도 가치가 없다.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매매일지를 작성하는 이유는 마치 가계부처럼 숫자를 적어 자산의 입출금을 기록하기 위함이 아니다. 거래에서 잘한 점과 잘못된 점을 인지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기 위함이다. 매매일지를 쓰는 '행위 자체'에 가치를 부여한다면 작성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 매매일지를 통해 이렇게 반복적으로 훈련하면서 잘못한 점은 지우고, 잘한 부분은 강화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손실과 수익은 중요하지 않다. 스스로 정한 규칙 안에서 훈련을 통해 감정을 배제하고 빠르고 정확한 판단으로 거래를 하기 위한 과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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