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2

[카를로스 카스타네다] 자각몽, 또 다른 현실의 문 - 멕시코 주술사 돈 후앙이 안내하는 마법의 세계

일루젼 2022. 5. 16.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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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카를로스 카스타네다 / 추미란

원제 : The art of dreaming 
출판 : 정신세계사 
출간 : 2011.09.23 


       

아.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최근 읽었던 책들이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쯤, 완전히 다른 세계관을 접하게 되니 무척 신선했다. 이 책에서 돈 후앙이 말하는 '마법사'는 일종의 초월자에 가깝게 느껴졌지만, 그의 설명 속에 등장하는 비생물적 존재와 다른 세계에 관한 내용들은 기존의 영성 도서들에서 설명하던 세계관과 쉽게 매치되지 않았다. 

 

돈 후앙에 따르자면, 악마와의 계약을 통해 혼을 잃는 계약은 고대 마법사들과 비생물적 존재들의 관계와 유사한 듯 하다. 다만 이런 관점에서 살펴보게 되면 양파처럼 겹겹인 세계라는 표현이 있더라도 패러렐에 가깝게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진다. 몸을 가지고 계를 옮겨간다는 부분을 상승으로 받아들이게 되면, 대사나 가이드들에 관한 다른 이들의 설명이 비생물적 존재들의 세계와 연결이 되게 되는데, 아직까지는 이 연결에 대해서는 약간의 거부감이 있다.  

 

'거꾸로 선 나무'에 관해 상세한 설명을 들은 기분이었고, 반드시 고대 마법사들의 가르침대로 수행을 해야만 한다는 단서가 달려있으니 가능성은 무척 낮지만, 꿈 속에서 꿈을 깨고 잠드는 꿈을 꿔본 경험이 있어 더 몰입해서 읽게 되었던 것 같다. 꿈에서도 외부의 존재가 등장할 수 있다는 설명도 흥미로웠다. 

 

<피라네시>를 읽고 이어서 읽어서일까? 아주 재미난 한 편의 환상 소설을 읽은 느낌이다. 

다른 저서들을 더 읽어봐야겠지만 그의 가르침은 독특한 점들이 있다. 정말 신선하고 재미있게 읽었다.

 


   

- 나는 야키 Yaqui족(멕시코의 원주민 부족) 마법사 돈 후앙 마투스 don Juan Matus로부터 배운 것에 관해 20년 넘게 일련의 책을 써왔다. 그 책들에서 나는 돈 후앙이 가르친 마법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이해하는 마법과는 다르다는 점을 밝혔다. 마법 하면 보통 우리는 초자연적인 힘을 이용해 타인을 조종하거나 초자연적인 현상을 일으키는 주문, 의식 등을 통해 영혼을 불러내는 일을 연상한다. 하지만 돈 후앙에게 마법이란 우리의 주변 세계를 형성하는 거푸집 역할을 하는 인식(perception)의 본질에 관한 특별한 이론과 그 실질적인 적용 법의 기초를 닦는 행위였다. 돈 후앙의 요청대로 나는 그의 지식체계를 정통 인류학의 범주인 샤머니즘으로 정의 내리기를 피하고 그가 칭했던 대로 마법이라고 불러왔다. 하지만 심사숙고한 결과, 나는 그의 지식체계를 마법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렇지 않아도 매우 모호한 현상인 그의 가르침을 더 모호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돌이켜보건대, 돈 후앙이 내린 꿈수행의 가장 적절한 정의는 '영원에 이르는 문'이었다.  

 

- 또 한 번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꿈수행은 오직 경험으로만 알 수 있네. 꿈수행은 단순히 꿈을 꾸는 것이 아니야. 몽상도, 소망도, 상상도 아니야. 꿈수행을 통해 우리는 다른 세계들을 인식할 수 있다네. 그 다른 세계를 묘사하는 것은 물론 가능하지만 그 다른 세계를 인식하게 하는 그것(꿈수행)을 묘사하는 건 불가능하다네. 그래도 꿈수행이 그 다른 영역으로 향한 문을 어떻게 여는지는 느낄 수 있지. 꿈수행은 하나의 감각이라고 할 수 있어. 즉, 몸속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과정이고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알아차림이라고 할 수 있지." 

 

- 고대의 마법사들은 우주 만물의 실체를 '보는 것'에서 나아가, 에너지인 인간의 실체도 '보았다'. 돈 후앙에 따르면, 고대의 마법사들은 인간을 빛나는 커다란 알 모양으로 묘사하면서 '빛의 알'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돈 후앙은, "인간을 볼 때 마법사들은 커다란 빛의 형체가 마치 곧은 뿌리가 달린 것처럼 땅의 에너지에 깊은 이랑을 남기면서 떠다니는 모습을 본다네"라고 말했다. 돈 후앙은 인간의 에너지는 계속 변해간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자신을 포함한 그가 아는 모든 투시가(seer, 보는 자 - 옮긴이)들은 인간을 알 모양이라기보다는 공이나 심지어는 비석과도 같은 모양으로 보았다고 했다. 하지만 마법사들은 가끔씩 알 수 없는 이유로 알 모양의 에너지를 가진 사람을 '본다'. 돈 후앙은 알 모양 에너지를 가진 현대인은 고대인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 

 

- 돈 후앙은 우리를 가르치는 동안에 고대 마법사들이 발견한 것들 중에서도 그가 가장 결정적인 것으로 여기는 어떤 것을 거듭거듭 되풀이해서 논하고 설명했다. 돈 후앙은 그것을 빛의 공인 인간의 매우 중요한 특징이라고 했다. 그것은 강렬한 빛을 발하는 테니스 공만 한 둥근 점으로서, 오른쪽 견갑골 돌출 부위에서 뒤쪽으로 약 60센티미터 떨어진 곳의 빛의 공 표면에 영구히 자리 잡고 있다. 그가 그것을 처음 설명해줬을 때 내가 그 모습을 잘 상상하지 못하자 돈 후앙은, 빛의 공은 인체보다 훨씬 크고, 그 강렬한 빛의 점은 이 에너지 공의 일부로서 등에서 팔 길이만큼 떨어진 곳의 날개뼈 높이에 위치한다고 설명해주었다. 돈 후앙에 따르면 고대의 마법사들은 그것이 하는 역할을 보고 나서 그것에 조합점(assemblage point)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 "그 조합점이 하는 역할이 무엇인데요?" 내가 물었다. 
"인식하게 만들지." 그가 대답했다. "고대의 마법사들은 인간의 인식이 바로 그 지점에서 조합되는(assemble) 것을 '보았지'. 그리고 살아있는 존재에게는 모두 그런 강렬한 빛의 점이 있는 것을 보았고 그때부터 인식이란 것이 바로 그 지점에서 모종의 방식으로 일어나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던 거라네."
"고대의 마법사들이 대체 무엇을 보았길래 그 조합점에서 모든 인식 작용이 일어난다는 결론을 내렸을까요?" 내가 물었다.
돈 후앙은 첫째, 고대의 마법사들은 전체 빛의 공을 통과하는 우주의 무수한 발광 에너지 필라멘트 중에서 오직 소수의 필라멘트만이 그 조합점을 직접 통과하는 것을 '보았다'라고 대답했다. 물론 조합점은 전체 빛의 공에 비해 아주 작기 때문에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 돈 후앙은 주제를 바꿔, 한 세계를 인식하려면 반드시 에너지의 균일성과 응집성을 갖춰야만 한다는 점을 설명했다. 돈 후앙은 인류가 이 세계를 지금처럼 인식하는 것은 오직 인류 구성원 모두가 동일한 균일성과 응집성을 갖는 에너지를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자라면서 자동적으로 얻게 되는 에너지의 이 두 성질을 우리는 너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 우리가 아는 세계가 아닌 다른 세계들을 인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눈앞에 직면하기 전까지는 에너지의 그런 성질들이 지극히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고 했다. 다른 세계의 인식 가능성을 깨닫는 순간에 우리는 알게 된다. 그 세계를 전체적으로 일관성 있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균일성과 응집성을 가진 다른 종류의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 균일성과 응집성이란 게 무엇이냐고 물어보자 돈 후앙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지구 상의 모든 인간이 공이나 알 형상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인간의 에너지 형체가 균일성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인간의 에너지가 공이나 알의 형상을 스스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에너지에 응집성이 있다는 뜻이다. 공이나 알이 아닌 줄 형상의 에너지로 변한 고대 마법사들의 에너지는 새로운 종류의 균일성과 응집성을 지닌 에너지의 좋은 예이다. 그들의 에너지는 예외 없이 모두 줄 형상의 에너지로 변했고 일관성 있게 줄 형상으로 남아 있었다. 그 고대의 마법사들은 줄 형상의 에너지 차원이 갖는 균일성과 응집성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만이 인식할 수 있는 새로운 세계를 공유할 수 있었다.

 

- 그렇다면 기억해내는 일이란 곧 제2주의의 세계로 들어갔을 때 조합점이 위치했던 바로 그 지점에다 조합점을 다시 갖다 놓는 것을 뜻한다. 돈 후앙은 마법사들이 조합점을 각각의 특정한 위치들로 다시 옮겨놓음으로써 제2주의의 세계에서 일어났던 일을 모두 완전히 기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2주의의 세계에서 했던 모든 경험을 재생시킬 수 있다고 부연 설명해주었다. 마법사들은 이 기억해내는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평생을 바친다고도 했다. 돈 후앙은 제2주의의 세계에서 나에게 마법의 세계에 대한 매우 상세한 설명을 해주었다. 그 가르침이 내 일생 동안 고스란히 내 안에 남아있을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기억의 충실함에 대해 돈 후앙은 이렇게 말했다. "제2주의에서 뭔가를 배운다는 것은 아이 때 배우는 것과 같다네. 그렇게 배운 것은 일생 동안 남게 되지. 아주 어릴 때 배운 뭔가를 말할 때 그것을 자신의 제2의 천성이라고들 하지 않나?"

 

- "꿈수행에는 일곱 관문이 있다네." 그가 대답했다. "그리고 꿈 수행자들은 그 일곱 관문을 하나씩 하나씩 다 열어야 해. 자네는 그 첫 번째 관문에서 걸려 있는 거고. 꿈수행을 하고 싶다면 그 문을 반드시 열어야 한다네."

 

- 돈 후앙은 우주의 에너지 흐름에는 입구와 출구가 있고, 구체적으로 꿈수행의 경우에는 난관으로 경험되는 일곱 개의 입구가 있는데 마법사들은 그것을 꿈수행의 일곱 관문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첫 번째 관문은 반드시 통과해야 할 문턱인데, 깊은 잠에 빠지기 전에 느끼는 독특한 느낌을 잘 알아차리게 될 때 통과한 거라네." 그가 말했다. "기분 좋은 무거움 같은, 눈을 뜰 수 없게 만든느 느낌 말이야. 그 어둠과 무거움의 느낌 속에서 자신이 지금 막 잠에 빠져들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바로 그 순간이 첫 번째 관문에 도달한 거라네."

 

- "굉장히 위험하지! 꿈수행은 매우 신중하게 해야만 하네. 길을 잘못 들면 감당 못할 일이 벌어질 수도 있어. 꿈수행은 깨우침과 통제력을 얻는 과정이야. 꿈수행의 주의력을 체계적으로 계발해야 해. 꿈수행 주의력이 바로 제2주의의 세계로 향한 문이니까 말이야."

 

- "제2주의가 대양이라면 꿈수행 주의는 그 대양으로 흘러들어 가는 강이야. 제2주의는 온전한 하나의 세계를 알아차리기 위해서 필요하지. 그 세계들은 우리가 사는 세계만큼이나 온전해. 반면에 꿈수행 주의력은 꿈속의 대상들을 알아차리기 위해서 필요하다네."
돈 후앙은 꿈수행 주의력이야말로 마법사 세계 속에서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힘주어 강조했다. 그리고 꿈속에 등장하는 온갖 대상들 가운데는 에너지의 침입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외계의 힘에 의해 외부로부터 우리의 꿈속으로 침투된 에너지 말이다. 그것을 찾아내고 추적할 수 있게 되는 것이 마법이라는 것이다. 돈 후앙이 그 말을 매우 힘주어서 했기 때문에 나는 더 자세한 설명을 요청했다. 돈 후앙은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설명을 이어갔다. 
"꿈은 관문이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다른 세계들로 빠져드는 구멍이되기도 한다네. 그럴 경우 꿈은 양방 통행로가 돼. 그 구멍을 통해 우리의 의식이 다른 세계들로 빠져들고 반대로 그 다른 세계들도 우리의 꿈속으로 그들의 스파이를 보내지."

 

- "이제 원래의 주제로 돌아가지." 그가 말했다. "꿈속에서 꿈을 깨고 다시 다른 꿈을 꾸게 되면 자네는 꿈수행의 두 번째 관문에 도달한 걸세. 원하는 만큼 혹은 가능한 만큼 많은 꿈을 되지만, 적당한 통제력을 발휘해서 자네가 알고 있는 이 세상으로 깨어나지는 않도록 해야 한다네."
나는 공포에 가까운 충격을 느꼈다. "지금 절대 이 세상으로 돌아와서는 안 된다고 말하시는 겁니까?"
"아니! 그런 뜻이 아니었네. 하지만 자네가 방금 언급했으니 그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해야겠네. 고대의 마법사들이 그런 방법을 사용했지. 우리가 아는 이 세상으로는 절대 깨어나지 않는 것 말이야. 내 스승들 중 일부 마법사들도 그 방법을 썼어. 확실히 가능한 일이지만 나는 그 방법을 추천하지 않겠네. 내가 자네에게 바라는 것은 꿈수행을 마친 후에는 자연스럽게 깨어나되, 꿈수행을 하는 동안에는 다른 꿈속으로 깨어나라는 것이야.

 

-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마법사들은 그 방법을 순수한 이해라고 부르고 나는 그것을 지식과의 로맨스라고 부르네. 알고 발견해내고 놀라고 싶어 하는 욕구 말이네. 마법사들은 그 욕구를 이용하지." 
돈 후앙은 거기서 다시 조합점의 고정에 대한 설명으로 돌아갔다. 돈 후앙에 따르면 아이들의 조합점이 전율하듯 끊임없이 흔들리고 쉽게 옮겨지는 것을 '본' 고대의 마법사들은 조합점의 습관적인 위치는 태어나면서가 아니라 습관화에 의해 고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직 성인의 조합점만 한 곳에 고정되어 있는 것을 '본' 고대의 마법사들은 조합점의 특정 위치가 인식의 특정 방식을 조장한다고 추측했다. 그 인식의 특정 방식이 반복적으로 사용되면 하나의 감각정보 해석체계가 되는 것이다. 돈 후앙에 따르면 우리는 그 시스템에 소속되도록 타고났기 때문에 탄생의 순간부터 불가피하게 그 시스템의 요구에 순응하는 쪽으로 인식방식을 조종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일생 동안 그 시스템의 지배 아래 들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그런 시스템에 반기를 들고 에너지를 직접적으로 인식하면 마법사가 될 수 있을 거라던 고대 마법사들의 믿음은 전적으로 옳았다. 

 

- 돈 후앙은 조합점을 습관적인 지점 한 곳에 고정시키고 자물쇠를 채운 일을 인간 교육의 가장 위대한 성취라고 비꼬며 놀라움을 표했다. 왜냐하면 일단 그렇게 조합점을 한 곳에 가두어놓고 나면 사람의 인식을 유도하여 감각을 특정 방식으로 해석하게끔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우리는 감각 대신 시스템이 시키는 대로 인식하도록 유도될 수 있는 것이다. 돈 후앙은 모든 인간이 보편적인 인식능력을 공유하고 있는 것은 온 인류의 조합점이 같은 위치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임을 강조했다. 

 

- "내가 말해주는 것보다 자네가 스스로 알아내는 게 더 좋을 걸세. 자네에게는 그 방법을 발견할 더 알맞고 좋은 길이 있으니까." 돈 후앙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꿈수행 사자에게 물어보게. 비생물적 존재들은 거짓말을 할 수 없어. 자네도 알잖나?

 

- "잠자고 있는 어떤 사람을 응시하는 꿈을 꾸게 되면 꿈수행의 세 번째 관문에 도달한 것이네. 그리고 그 자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란 게 밝혀진다네." 돈 후앙이 말했다. 당시는 내 에너지가 매우 고양된 상태였기 때문에 돈 후앙이 더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곧장 꿈수행의 세 번째 과제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꿈수행을 시작하자마자 나는 상승된 에너지가 나의 꿈수행 주의의 초점을 옮겨놓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 "단순해, 나왈의 존재 자체가 조합점 위치의 변위 (shift)를 유도하기 때문이지." 돈 후앙이 말했다. 그러면서 돈 후앙은 박물관의 한 전시실로 나를 데려갔다. 그리고 그는 나의 그 질문이 마침 자신이 나에게 말해주려고 했던 것과 잘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조합점의 위치가 마법사들에게는 그들의 기록을 저장해놓는 납골당 같은 것이라고 말하려던 참이었거든." 돈 후앙이 말했다. "자네의 에너지 몸이 그런 내 마음을 느끼고 자네를 시켜 그 질문을 하게 해서 정말 기뻤다네. 에너지 몸의 인식능력은 무한해. 그게 어느 정도인지를 지금 보여주지.”
돈 후앙은 나에게 완전한 침묵 속으로 들어가라고 했다. 돈 후앙은 자신이 나와 함께 있는 것 자체로써 이미 나의 조합점이 변위 되었기 때문에 나는 이미 특별한 의식상태에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완전한 침묵 속으로 들어가면 그 전시실 안의 조각상들이 나로 하여금 전에는 인식할 수 없었던 것들을 보고 듣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덧붙이기를, 그 전시실에 있던 고고학적 유물들의 일부는 조합점의 변위를 유도하는 능력을 갖고 있으며 완전한 침묵의 상태에 도달하면 내가 실제로 그 조각상들을 만든 사람의 삶에 대한 이런저런 장면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매우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다음 돈 후앙은 내가 그때까지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기묘한 방식의 박물관 안내를 시작했다. 전시실 안을 걸어 다니면서 모든 큰 조각상들의 놀랍도록 세부적인 내용들을 설명하고 해석했다. 돈 후앙은 그 전시실 안에 있는 모든 고대의 유물들이 당시의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남겨둔 기록들이라고 했다. 그리고 마법사 돈 후앙은 그 기록들을 나에게 책을 읽듯 말해주었다.
"이곳의 모든 유물은 조합점을 변위 시킬 수 있게끔 고안된 것들이네." 그가 계속 말했다. "이것들 중 하나에 시선을 고정해보게나. 정신을 가다듬은 다음 자네의 조합점이 변위 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한 번 보게나."
"조합점이 변위 되었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죠?"
"조합점이 변위 되면 평소와 다르게 보고 느끼게 될 걸세."

 

- "삶을 되살펴보는 일은 결코 끝이 없다네. 그동안 아무리 잘해왔다고 해도 말이야." 돈 후앙이 말했다. "보통 사람들이 꿈을 의지대로 꾸지 못하는 이유는 삶을 되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이야. 그들의 삶은 추억, 희망, 두려움 등등의 온갖 감정들로 무겁게 짓눌려 있지. 그에 비해서 마법사들은 그런 무겁고 구속적인 감정들에서 훨씬 자유롭다네. 삶을 되살펴보았기 때문에 말이야. 지금 자네의 경우처럼 뭔가가 그들의 수행을 방해한다면 그들 안에 여전히 불분명한 것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거라네."
"삶을 되살펴보는 일은 너무 힘듭니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아니. 다른 방법은 없어. 되살펴보기와 꿈수행은 늘 함께 진행될 수밖에 없어. 삶을 토해낼수록 우리는 점점 더 가벼워진다네."

돈 후앙은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한 되살펴보기 방법을 말해줬다. 일단 가능한 모든 세부적인 것까지 다 기억해내는 것으로 인생의 모든 경험을 다 풀어내라고 했다. 돈 후앙은 삶을 되살펴보는 것이 꿈 수행자가 에너지를 재정의하고 재배치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되살펴보기는 우리 안에 갇혀 있던 에너지를 해방시키는 것이네. 그리고 그 해방된 에너지 없이는 꿈수행이 불가능하다네." 이것이 그의 확신에 찬 생각이었다. 

 

- "고대 마법사들의 일에 대한 나의 혐오감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라네. 나는 나왈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이 한 짓을 싫어하네. 그들은 비겁하게 비생물적 존재의 세계에서 피난처를 찾았네. 그들은 우리를 언제라도 갈기갈기 찢어놓을 것 같은 이 약육강식의 우주에서 우리 마법사들의 피난처는 비생물적 존재의 세계밖에 없다고 우겼지." 
"그들은 왜 그렇게 믿었나요?" 내가 물었다.
"왜냐하면 그게 사실이니까." 그가 말했다. "비생물적 존재들은 거짓말을 할 수 없으니까. 꿈수행 사자가 말한 광고성 멘트들은 모두 사실이라네. 그 세계는 우리에게 은신처를 제공해주고 우리의 의식을 거의 영원에 가깝게 연장해줄 수 있지."

- 나는 돈 후앙에게, 비생물적 존재의 세계가 아무리 대단한 것을 제공하겠다고 해도 나는 그곳에 살기를 전혀 원치 않았다고 단언했다. 돈 후앙은 내 말에 매우 기뻐하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자네는 그 세계에 대한 내 마지막 말을 들을 준비가 됐군. 아마도 내가 한 말 중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말이 될 걸세." 돈 후앙이 말했다. 그리고 돈 후앙은 웃어 보이려고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돈 후앙은 내 눈빛을 살폈다. 아마도 내가 그 마지막 말을 들을 준비가 됐는지, 혹은 자신이 방금 한 말을 이해했는지를 알아보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침묵했다.

 

    

 

더보기

 

- "세상이 유형有形물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물질주의적인 확신 말이네. 우리가 세상을 물질적인 것으로 인식하게끔 만들기 위해서 모든 사람이 너무나 진지하게, 열심히 애쓰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 확신을 사회의 밑바탕이라고 한다네."
"그렇다면 우리는 세상을 어떻게 인식해야 하나요?"

"모든 것은 에너지라네. 온 우주가 에너지야. 존재하는 것은 모두 에너지임을 명백하게 확신하는 것이 사회 밑바탕의 새로운 인식이 되어야 할 걸세. 그리고 사람들이 에너지를 에너지로 인식할 수 있도록 이끌려면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걸세. 그러고 나면 우리는 그 둘 중에서 맘대로 선택을 할 수 있는 선택권을 가지게 되지."

"사람들을 그렇게 훈련시키는 것이 가능합니까?" 내가 물었다. 돈 후앙은 가능하다고 했고, 바로 그것이 그가 나와 다른 견습생들에게 하고 있는 일이라고 했다. 돈 후앙은 첫째, 우리가 어떤 틀에 끼워 맞추기 위해 자신의 인식을 가공하고 있음을 깨닫게 함으로써, 둘째, 에너지를 직접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길로 우리를 열심히 인도함으로써, 우리에게 새로운 인식의 방법을 가르쳤다. 돈 후앙은 자신의 방식도 사실은 사회가 우리로 하여금 이 일상 세계를 지금처럼 인식하게끔 만드는 데에 사용한 방식과 매우 비슷하다고 했다. 

- 돈 후앙은 우리가 사회적인 틀에 끼워 맞추기 위해서 인식을 가공하는 함정에 빠져 있고, 그 함정은 우리가 그 틀을 선대로부터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 힘을 상실한다고 보았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세상을 견고한 물질로 인식하는 것은 우리 선조들에게는 생존을 위해 절박하게 요구되는 일이었던 게 틀림없네." 돈 후앙이 말했다. "수십 세기를 그렇게 인식해왔으니 지금의 우리도 세상이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을 수밖에."
"저는 세상을 그렇게 말고는 달리 인식할 수가 없을 것 같은데요." 내가 항변했다. "의심할 것도 없이 세상은 물질의 세계입니다. 가서 한번 부딪혀 보기만 하면 증명이 되지요."
"물론 물질의 세계지. 거기에 논쟁의 여지가 없다네."
"그럼 지금까지의 말씀은 무슨 뜻입니까?"
"나는 이 세계가 무엇보다도 우선, 에너지의 세계라고 말하는 거라네. 그런 다음에 비로소, 그건 또한 물질의 세계라고 말할 수 있는 거지. 이 세계가 에너지의 세계라는 전제로부터 시작하지 않으면 에너지를 직접 감지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할 걸세. 그리고 자네가 방금 지적한 대로, 너무나 명백한 물질의 견고함에 부딪혀서 더 나아갈 수가 없게 된단 말일세."

- "만물의 실체를 인식하면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보고, 그 세계를 더 흥미진진하고 더 세련된 언어로 이해하고 구분하고 묘사할 수 있게 될 걸세." 돈 후앙의 주장이었다. 그가 넌지시 언급한 더 세련된 언어란 그가 선배들로부터 배운 것들을 뜻했다. 그것은 마법세계의 진실에 부합하는 언어이다. 그 마법세계의 진실이란 이성적 기반이 부재하며 우리네 일상 세계의 사실들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지만, 만물의 실체를 '보고' 그 에너지를 직접 인식하는 마법사들에게는 자명한 진실이다. 그런 마법사들에게 마법의 가장 의미 깊은 행위는 당연히 만물의 실체를 '보는' 것이다. 돈 후앙은 만물의 실체를 처음 '본' 고대의 마법사들이 그 실체를 아주 잘 묘사했다고 했다. 그들은 만물의 실체는 무한공간을 향해 상상 가능한 모든 방향으로 뻗어가는 빛의 실과도 같다고 말했다. 인간의 마음은 이해할 수 없는, 스스로를 자각하는(conscious of themselves) 빛의 필라멘트 말이다. 

-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꿈수행의 첫 번째 관문에 대해 말하고 있으니, 꿈수행의 목적은 자네가 잠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자네의 에너지 몸이 알아차리게 하겠다고 의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네. 하지만 잠드는 것을 알아차리라고 스스로를 몰아붙이지는 말게나. 자네의 에너지 몸이 그렇게 하도록 놔두기만 해. 의도한다는 것은 바람 없이 바라는 것이고 함이 없이 하는 것이야." 돈 후앙이 계속 말했다. "의도하기를 하나의 도전과제로 받아들이게. 조용한 결심으로써, 아무 생각 없이, 자네가 에너지 몸에 도달했으며 자네가 꿈 수행자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확신시키게나. 그렇게 하면 잠에 빠져들 때 그것을 자동적으로 알아차리는 때가 올 걸세."

-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물론 내가 그 말을 소화시킬 시간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마법사들은 그 외계 에너지의 흐름을 알고 있다네. 그래서 그것들을 알아차리고 꿈속의 정상적인 대상들로부터 가려내려고 애쓰지."
"왜 가려내야 하는 건가요?"
"그것들은 다른 영역에서 왔기 때문이야. 그것들의 근원을 추적해갈 수도 있는데 그럼 그것들은 완전히 수수께끼에 싸인 곳으로 우리를 이끄는 안내자의 역할을 하지. 마법사들은 그런 수수께끼의 영역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공포에 떤다네."
"마법사들은 그것들을 보통의 대상들로부터 어떻게 가려내나요?"
"꿈수행 주의력을 훈련하고 통제하는 것으로 가능하다네. 어느 순간 우리의 꿈수행 주의가 다른 대상들 가운데서 그것들을 발견하고 그것들에 주의를 집중한다네. 그러면 꿈이 송두리째 와해되고 오직 그 외계의 에너지만 남게 되지."
돈 후앙은 그 주제에 대해 더 이상 설명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내 꿈수행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결론적으로 내가 꾼 고향에 대한 그 선명한 꿈을 진정한 의미에서 나의 첫 번째 꿈수행으로 봐야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 말은 곧 내가 꿈수행 첫 번째 관문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 다른 때 다른 주제를 토론하던 중에 한 번은 돈 후앙이 갑자기 이 주제를 다시 끌어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꿈속에서 해야 할 일을 다시 한번 말해주겠네. 먼저 한 대상을 출발점으로 선택해서 응시해야 하네. 그런 다음에 시선을 다른 대상들로 옮겨가게. 응시는 잠깐 동안만 하는 거야. 가능한 한 많은 대상을 집중하고 응시하게나. 잠깐 동안만 응시하면 그 대상의 모습이 다른 것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해둬. 그렇게 가능한 모든 대상을 응시했다면 다시 처음에 응시했던 대상으로 돌아가게." 

"첫 번째 관문의 통과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잠에 빠져드는 것을 알아채기 시작하는 것, 혹은 자네가 한 것처럼 매우 선명한 꿈을 꾸는 것으로 꿈수행 첫 번째 관문에 도달한다네. 일단 도달하고 나면 꿈속 모든 대상의 모습을 유지시킬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으로 그 관문을 통과해야 하네."

 

- 돈 후앙은 자기 중심성이 마법사 최대의 적이고 또한 인류의 천적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에너지 대부분은 이 자기 중심성을 지키는 데에 소모된다는 것이 돈 후앙의 주장이었다. 남들 앞에 스스로를 드러내는 일, 자신이 남의 부러움을 사는지, 호감을 받는지, 인정을 받는지 따위의 걱정에 끊임없이 노심초사하는 우리 자신을 돌아본다면 그것은 너무나 옳은 말이다. 돈 후앙의 말에 따르면 그런 자기 중심성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게 되면 두 가지의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첫째, 자신이 대단하다는 망상을 힘들게 유지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게 된다. 둘째, 장엄한 우주의 진면목을 일견 할 수 있는 제2주의의 세계로 들어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충분히 갖게 된다. 

- 내가 꿈속에서 원하는 대상에 흔들림 없이 주의를 집중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2년이 걸렸다. 하지만 그 후로는 그 일이 너무나 쉬워져서, 마치 처음부터 그런 능력을 타고났던 것처럼 느껴졌다. 가장 오싹했던 것은 그런 능력이 없는 나 자신을 상상할 수가 없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조차도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던지는 기억할 수 있었다. 그리고 꿈의 내용을 면밀히 살피는 능력은 걷는 능력처럼 우리 존재의 자연스러운 요구조건의 결과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오로지 한 가지 방식, 즉 두 발로만 걷도록 육체적으로 조건화되어 있지만 그 걷는 방법을 터득하려면 대단한 노력을 쏟아야만 한다. 

 

- "안전판이라뇨?"
"꿈수행의 진정한 목표는 에너지 몸을 완벽하게 만드는 것임을 자네 스스로 깨닫게 될 걸세. 꿈수행 주의력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통제력을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완벽한 에너지 몸이라네. 에너지 몸이 완벽하게 되면 언제든 필요할 때 꿈수행 주의력의 기능을 멈출 수 있어. 그게 바로 꿈 수행자들이 갖고 있는 안전판이라네. 그런 안전판을 갖고 있으면 아무리 깊이 빠져들어 있더라도 꿈수행 주의력이 기능을 멈추면 수면으로 다시 올라올 수밖에 없는 거지."
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꿈수행의 새 과제에 임했다. 하지만 이번 과제의 목표는 더 파악하기 어려웠고 수행 과정의 험난함도 확실히 한 수 위였다. 첫 번째 과제에 직면했을 때와 똑같이 이번에도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해온 모든 훈련도 이번 과제에는 별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고, 그 때문에 의기소침해졌다. 나는 수없이 실패를 거듭한 끝에 결국 포기해버렸다. 그리고 단순히 꿈속의 모든 대상에 꿈수행 주의를 고정시키던 이전의 훈련을 계속하는 일에 안주해버렸다. 그렇게 나의 한계를 인정한 것이 일종의 추진력으로 작용했는지, 꿈속의 대상들을 일견 하는 일만큼은 훨씬 더 능숙해졌다. 

 

- "자네는 꿈수행의 두 번째 관문에 도달한 걸세." 내 얘기를 다 들은 돈 후앙이 말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거기를 통과하는 걸세.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야. 최고로 절제된 노력이 필요해."
그런데 나는 정확히 말해 꿈속에서 꿈을 꾼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돈 후앙이 내준 과제를 완수했다고 확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돈 후앙에게 그것은 임의적인 판정이 아니냐고 물었다. "이건 나의 실수야." 그가 말했다. "자네에겐 꿈속에서 꿈을 깨야 한다고 말했지만 내가 그 말로 의미했던 것은 일정한 질서와 정확도를 가지고 꿈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뜻이었네. 바로 자네가 해낸 것처럼 말이야. 첫 번째 관문에서 자네는 자네 손만 보려고 많은 시간을 낭비했었네. 그런데 이번엔 내가 요구한 것, 즉 꿈속에서 꿈을 깨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바로 문제를 풀어버린 거야."
돈 후앙은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그 하나가 꿈속에서 꿈을 깨는 일을 능숙하게 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꿈을 꾸는 꿈을 꾸다가 꿈에서 깨는 꿈을 자유자재로 꾸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정확히 내가 했던 것처럼 꿈속의 물건들을 이용해 다른 꿈을 유발하는 것이다.

 

- 즉, 꿈속의 어떤 대상이 그 형상을 바꿀 때까지 응시하는 것이다. 그렇게 형상이 변할 때 그 대상은 윙윙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나를 다른 꿈속으로 끌어당겼다. 하지만 이 세 가지 꿈 중에 어떤 꿈을 꿀지를 미리 마음먹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리고 내 꿈수행은 늘 꿈수행 주의력을 소진한 후에 깨어나거나 어둡고 깊은 혼수상태에 빠지는 것으로 끝이 났다. 수행은 큰 굴곡 없이 계속됐다. 유일한 문제라면 점점 자주 경험하기 시작한 공포나 불편감이라는 별난 방해 요소였다. 나는 그것이 나의 끔찍한 식습관이나 당시 돈 후앙이 훈련의 일환으로 넉넉히 주었던 환각 유발 식물들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무시해버렸다. 하지만 그런 기분이 너무 강해지자 돈 후앙의 조언을 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네는 지금 마법 체계가 말하는 가장 위험한 국면에 들어섰네." 돈 후앙이 말했다. "이건 공포 그 자체고 악몽이 분명하네. 왜 이런 가능성을 미리 말해주지 않았냐고 물으면 자네가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던 이성을 존중해서 그런 것이라고 웃어넘겨버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결코 그럴 수가 없네. 이건 모든 마법사들이 겪어내야 하는 일이야. 내가 걱정하는 건 바로 여기서 자네가 십중팔구 자신이 이성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리란 거지."
돈 후앙은 매우 엄숙하게 다음 설명을 이어갔다. 그에 따르면, 전적으로 에너지 현상인 생명과 의식이 반드시 생물만이 지니는 특징은 아니라는 것이다. 마법사들은 이 땅에서 두 종류의 의식적 존재들이 돌아다니는 것을 '본다'. 바로 '생물'과 '비생물'이 그것이다.  

 

- "비생물적 존재들을 잘 다루는 비결은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네. 처음부터 아예 그래야만 해. 그들에게 보내는 자네의 의도는 반드시 힘과 초연함이어야 하네. 그 의도 속에다 '나는 널 두려워하지 않아. 날 만나러 와. 환영이야. 안 오면 보고 싶을 거야'라는 메시지를 집어넣어야 하네. 이런 메시지를 받으면 그들은 굉장한 호기심을 느끼고 반드시 오게 될 걸세."
"그들은 왜 날 찾아오고, 나는 또 왜 그들을 찾아야만 하나요?"
"좋든 싫든 꿈 수행자는 꿈수행 중에 다른 존재들과 친분을 쌓고자 하게끔 되어 있네. 자네에게는 무척 놀라운 사실일 수도 있겠지만, 꿈 수행자들은 자동적으로 다른 존재들의 무리를 찾게끔 되어 있다네. 이 경우엔 그것이 비생물적 존재들과의 관계인 거지. 꿈 수행자들은 그런 관계를 열심히 찾아다닌다네."

 

- "자네는 비생물적 존재들 사이에서 서로 돕는 관계가 아닌 서로 괴롭히며 의존하는 관계의 친구를 갖게 될 걸세." 돈 후앙이 말했다. "정말로 조심해야 하네. 물 같은 느낌의 비생물적 존재는 더 극단적인 성질이 있다네. 고대의 마법사들은 물 같은 느낌의 비생물적 존재가 더 사랑이 많고 모방 능력도 많고 어쩌면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고 믿었다네. 다른 것들보다 더 심각하고 냉정하면서도 자기 과시가 심한, 불과 같은 느낌의 비생물적 존재와는 반대야."

 

- 나는 이상하게 기분이 상해서, 이 주제는 너무 억지스러워서 그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돈 후앙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다시 웃으며 말했다. "비생물적 존재를 다루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자네처럼 하는 것이야. 그들의 존재를 부인하되 정기적으로 그들을 방문하고 그 모든 것이 꿈일 뿐이고 꿈속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고수하는 것 말이야. 그렇게 하면 휘둘리지 않는다네." 

 

- "이런 이야기는 하기 싫었네만 이제 때가 된 것 같아. 꿈속의 대상들을 보라고 잔소리를 해대는 자네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었지? 그건 바로 비생물적 존재의 목소리였다네.
나는 돈 후앙이 아예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화를 주체할 수 없어 그에게 소리까지 질렀다. 돈 후앙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그렇다면 나의 그 기이한 꿈들에 관한 이야기나 좀 해보라고 했다.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어떤 대상에 이끌려 하나의 꿈에서 빠져나올 때 돈 후앙이 시킨 대로 다른 꿈을 꾸는 대신 가끔 꿈의 분위기가 완전히 일변하는 것을 느끼면서 전혀 알 수 없는 차원의 공간에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했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때까지 누구에게도 그 기이한 꿈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다.  

 - 돈 후앙에 따르면 당시는 교회가 신대륙 원주민들의 이교도적인 종교행위를 매우 조직적으로 잔인하게 처벌하던 시기였다. 때문에 노인의 위협은 가볍게 넘길 것이 아니었다. 나왈 세바스티안과 그의 집단은 사실 목숨이 걸린 위험에 처한 것이었다. 세바스티안은 원주민 노인에게 어떻게 그에게 에너지를 줄 수 있는지 물었다. 노인은 나왈들은 수행을 통해 특별한 에너지를 몸에 저장하고 있고 자신은 세바스티안의 그 특별한 에너지를 그의 에너지 센터, 즉 배꼽으로부터 고통 없이 꺼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답례로 세바스티안은 성당에서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고 또 어떤 힘의 선물(a gift of power)'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 돈 후앙은 그 노인의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었다고 했다. 노인은 고대의 마법사들 중에서도 '죽음을 무시한 자(death defier)'로 알려진 마법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연히 노인은 자신만이 아는 방법으로 조합점 조작을 계속해오는 식으로 그때까지 살아왔던 것이다. 돈 후앙은 세바스티안과 노인 사이의 그런 거래가 그 후 세바스티안의 뒤를 이었던 여섯 명의 나왈들이 지켜야 했던 죽음을 무시한 자와의 계약의 바탕이 되었다고 했다. 죽음을 무시한 자는 자신의 약속을 지켰다. 세바스티안의 뒤를 이은 다른 여섯 명으로부터도 에너지를 받아내는 대신 '힘'을 선물했다. 세바스티안은 그 힘을 어쩔 수 없이 받았다. 구석에 몰려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를 이은 다른 나왈들은 그 '힘'을 기쁘게 받았고 그런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 돈 후앙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 죽음을 무시한 자는 '차용인'으로(에너지를 빌려갔다는 뜻에서 - 옮긴이) 알려지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이야기를 끝맺었다. 그리고 돈 후앙이 덧붙인 말에 따르면, 2백 년 넘게 돈 후앙으로까지 이어지는 세바스티안 계보의 나왈들은 그런 계약적 구속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공생관계를 형성해왔고, 그것이 그들 계보 마법사들의 수행과정과 그 최종 목적을 바꾸어놓았다고 한다. 

 

- 돈 후앙은 놀랍다는 듯 혹은 안타깝다는 듯 머리를 저었다. 그는 주변을 손가락질하여 가리키며 말했다. "저 밖에 있는 인지 불가능하고 알려지지 않은 뭔가를 마주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조잡한 거짓말 따위로 시간을 낭비하는 짓은 하지 않게 되네. 시시한 거짓말 따위는 저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야." 
"저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뭔데요, 돈 후앙?"

그의 대답, 그 악의 없는 듯한 한 문장이 그가 세상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것을 묘사했을 때 느꼈을 공포보다 훨씬 더 무시무시했다. 
"뭔가 완전히 비인격적인 것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네." 그가 대답했다.

 

- 그 몇 달 후, 내 꿈수행은 기이한 전환점을 맞이했다. 돈 후앙에게 물어보려던 질문들의 답을 꿈속에서 듣기 시작한 것이다. 더욱 묘하고 놀라운 것은 그런 일이 깨어 있을 때도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어느 날 책상에 앉아 있던 중에 비생물적 존재의 실재 여부에 대한, 발설한 적 없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었다. 그즈음 나는 꿈속에서 비생물적 존재들을 여러 번 '보았기' 때문에 그들이 실재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었다. 소노란 사막에서 현실과 꿈의 중간쯤 되는 의식상태에서 그들 중 한 명을 몸으로 부딪혀보기까지 했다는 사실도 상기했다. 그리고 내 정신의 산물이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기묘한 세계가 보이는 기이한 꿈을 주기적으로 꾸었다. 나는 돈 후앙에게 간결하고 정확한 질문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마음속으로 질문을 완성해가던 중이었다. 

'비생물적 존재들을 인간처럼 실재하는 존재로 받아들인다면 이 물리적 우주에서 그들이 존재하는 영역은 어디인가?'

그러자 비생물적 존재와 엎치락뒤치락하던 날 들었던 바로 그 기묘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한 남자의 목소리가 내 질문에 대답했다. "그 영역은 조합점의 특정한 위치에 존재해." 그것이 말했다. "너의 세계가 조합점의 일상적인 위치에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야."

- 돈 후앙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이런 일은 마법사의 삶에서 매우 흔한 일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둬야 해." 그가 말했다. "자네는 미쳐가는 게 아니야. 자네는 단순히 꿈수행 사자使者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뿐이라네. 꿈수행의 첫 번째 혹은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한 꿈 수행자들은 에너지 세계의 문턱에 도달하게 되고, 그러면 뭔가를 보거나 듣기 시작한다네. 주로 동일한 목소리 하나를 듣지. 마법사들은 그 목소리를 꿈수행 사자라고 부른다네." 

- "꿈수행 사자는 의식이 있는 외계 에너지라네. 꿈 수행자에게 뭔가를 말해줘서 도우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 외계 에너지지. 이 사자들의 문제는, 제대로 된 마법사라면 이미 다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일만을 말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라네."

  

- "꿈수행 사자는 비생물적 존재의 영역에서 온 하나의 힘이라고 해두세, 그게 바로 꿈 수행자들이 사자들을 만나야 하는 이유이지."
"그렇다면 돈 후앙, 모든 꿈 수행자들이 사자들을 보거나 그들의 말을 듣는다는 겁니까?"
"모두가 사자의 목소리를 듣지. 아주 소수만이 사자를 보거나 느낀다네."
"왜 그런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아니, 게다가 난 사자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 나는 비생물적 존재에 관심을 두면서 고대 마법사들의 발자취를 따라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네. 그리고 따라가지 않기로 결정했지. 내 스승 나왈 줄리안이 내가 그 일을 거부하기로 결심하는 것을 도와주셨네. 그 결정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어."
"저도 비생물적 존재들을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돈 후앙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에 비생물적 존재의 영역 전체가 항상 뭔가를 가르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도 비생물적 존재가 우리보다 더 깊은 의식을 소유하고 있어서 우리를 자신들의 날개 밑에서 보호해줘야 한다고 느끼는 것 같다는 것이다.
"나는 그들의 제자가 되어야 할 필요성을 전혀 못 느꼈어." 그가 덧붙였다. "너무 많은 대가를 요구하니까 말이야."
"대가라니요?"
"우리의 삶, 우리의 에너지, 그들에 대한 우리의 숭배, 다시 말해 우리의 자유를 요구하지."
"무엇을 가르쳐주길래요?"
"그들의 세계와 관련된 것들을 가르친다네. 우리도 능력이 된다면 마찬가지로 우리의 세계에 관련된 것을 그들에게 가르치지. 하지만 저들은 우리의 저급한 자아를 우리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판단하는 척도로 삼는다네. 그리고 그에 따라 우리를 가르치지. 그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일이야!"
"위험한지 잘 모르겠는데요."

"만일 누군가가 두려움, 욕망, 질투심 등등 온갖 감정들로 가득한 자네의 저급한 자아를 척도로 삼고는 그 끔찍한 존재 상태를 실현시켜줄 것들을 가르쳐준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되리라고 생각하나?

 

- "고대 마법사들의 문제는, 그들이 여러 가지 멋진 것들을 배우긴 했지만 미숙한 자아의 바탕 위에서 그렇게 했다는 점이네." 돈 후앙이 계속 말했다. "비생물적 존재들은 고대 마법사들의 협조자가 되어서 용의주도한 본보기를 통해 마법사들에게 마법을 가르쳤지. 이 협조자들은 고대 마법사들의 미숙한 바탕은 그대로 버려둔 채, 보여주는 시범만을 단계별로 고스란히 답습하게 했던 거야."
"비생물적 존재와의 그런 관계가 현재에도 존재하나요?"
"그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할 수는 없어.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단지 나는 그런 관계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네. 그 존재들과 엮이면 우리는 사용 가능한 모든 에너지를 소모해버려서 자유 추구권을 뺏기게 되네. 그 협조자들이 보여주는 시범을 제대로 따라 하기 위해서 고대의 마법사들은 비생물적 존재의 세계에서 평생을 보내야만 했다네. 그런 오랜 여행을 마치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양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지."

- 돈 후앙은 꿈수행이 이 세상을 안다는 우리의 느낌을 무너뜨림으로써 다른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유연성을 길러준다고 덧붙였다. 돈 후앙은 꿈수행이란 불가사의한 차원으로의 여행이라고 했다. 그 여행은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인식하게 만든 후 조합점을 인간의 영역 밖으로 도약하게 해서 인식할 수 없는 것마저 인식하게 만든다. 
"또다시 마법사의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를 이야기하게 됐구만.” 그가 말했다. '바로 조합점의 위치 말이야. 고대 마법사들에게 내려진 재앙이자 인류의 옆구리에 박힌 가시 같은 주제이지."

"왜 그렇게 말씀하시나요, 돈 후앙?"
"인류와 고대 마법사들 모두가 조합점 위치의 제물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네. 인류는 조합점의 존재를 모르기 때문에 조합점의 습관적 위치로부터 생겨나는 부산물을 궁극적이고 유일한 것이라고 생각하도록 조건화되어버렸지. 고대의 마법사들은 조합점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았지만 그것을 조작한다는 유혹에 빠져버렸고. 자네는 이 두 함정 모두를 피해야 하네." 돈 후앙은 계속해서 말했다. "자네가 조합점의 존재를 모르는 척하며 인류의 편을 든다면 나로서는 매우 밉살스럽겠지. 하지만 자네가 고대 마법사들의 편이 되어서 냉소를 지으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조합점을 조작한다면 그건 한층 더 음험하고 교활한 짓일세."

 

- 돈 후앙은 나에게 두 가지 선택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인류의 이성을 따르다가 곤경에 봉착하는 것이다. 그 곤경이란, 경험은 다른 세계들이 존재한다고 말하고 이성은 그 세계들이 존재하지 않고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하는 상황이다. 다른 하나는 고대 마법사들의 생각을 따르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자동적으로 다른 세계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고, 탐욕 하나만으로도 그런 세계들을 창조하는 조합점의 위치를 붙들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결과 나는 또 다른 종류의 곤경에 봉착하게 된다. 바로 권력과 보상의 유혹에 이끌려 환상 같은 영역으로 물리적으로 이동해가야만 한다는 문제가 그것이다. 

 

- 나는 정신이 멍해져서 도저히 그의 논리를 따라갈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곧 그의 논리를 따라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미 그의 말에 완전히 동의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내가 왜 그의 말에 동의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 동의는 사실 아련한 느낌 같은 것이었다. 옛날에 잃어버렸지만 이제 천천히 다시 나를 찾아오고 있는 모종의 확신 같기도 했다. 

 

- 다시 꿈수행을 시작하자 그런 혼란들은 사라졌지만 새로운 문제가 생겨났다. 몇 달 동안 날마다 꿈수행 사자의 목소리를 듣다 보니 어느 날부터는 사자의 목소리가 더 이상 놀랍지도 불쾌하지도 않게 되었다. 사자는 내게 자연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덕분에 사자가 말한 것을 믿고 너무 많은 실수를 저질러본 후에야 나도 사자의 말을 무시하는 돈 후앙의 심정을 거의 이해하게 되었다. 심리분석가라면 당시의 내 대인관계 역학에서 가능한 모든 경우를 고려하면서 꿈수행 사자라는 존재를 해석하는 데에 하루쯤은 신나게 소비할 수 있었을 것이다.  

 

- 꿈수행 사자에 대한 돈 후앙의 견해는 일관적이었다. 그에게 사자는 인격체가 아니라 비생물적 존재의 영역으로부터 오는 어떤 지속적인 힘이었다. 따라서 모든 꿈 수행자들이 비슷한 경험을 한다. 그리고, 그 사자의 말을 적절한 충고로 받아들이는 꿈 수행자는 구제불능의 바보다. 내가 바로 그 바보였다. 나로서는 그처럼 비범한 일을 직접 겪고도 무감하게 남아 있을 수가 없었다. 내가 주의를 보내는 사물이나 사람에 관한 알려지지 않은 일들을 세 가지 언어로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말해주는 목소리 말이다. 유일한 결점이라면, 물론 나에게는 전혀 문제도 아니었지만, 목소리가 시간차를 두고 반응해왔다는 점이었다. 즉 사자가 그 어떤 사람과 사건에 대해 말을 해올 때 나는 이미 그 사람과 사건에 내가 관심을 뒀던 사실조차 완전히 잊어버린 상태였던 것이다. 

 

- "그게 왜 그렇게 걱정할 일인가요, 돈 후앙?" 
"자네에게 꿈수행은 너무 쉬운 일이야. 그래서 그건 조심하지 않으면 저주로 바뀔 걸세. 그건 '알려지지 않은 인간의 세계'로 데리고 가게든. 말했듯이 현대의 마법사는 '알려지지 않은 비인간의 세계'를 추구한다네."
"알려지지 않은 비인간의 세계라니요?"
"인간으로 존재하는 것으로부터 해방되는 것 말일세. 인간이라는 무리 밖의 상상할 수 없는 세계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것을 인식할 수 있다네. 이것이 바로 현대의 마법사들이 고대 마법사들의 길로부터 벗어나서 들어서는 샛길이라네. 현대의 마법사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인간 세계 밖에 있는 것들이야. 그리고 인간 세계 밖에 있는 것은 오로지 새의 세계도, 오로지 동물의 세계도, 오로지 알려지지 않은 인간의 세계도 아니라 모든 것을 포괄하는 온전한 세계라네. 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것과 같은 그런 세계, 무한한 영역들을 포괄하고 있는 온전한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는 거야."
"그 세계들은 어디에 있나요, 돈 후앙? 조합점의 각각 다른 위치에 있나요?"
"맞아. 조합점의 각각 다른 위치에 있다네. 하지만 마법사들이 조합점의 '변위'가 아닌 '이동'을 통해서 다다르는 위치 말이야. 그런 세계로 들어가는 것은 오직 현대의 마법사들만이 하는 형태의 꿈수행이라네. 고대의 마법사들은 이 일을 멀리했지. 이 일이 매우 초연한 태도와 자기 중심성의 절대적인 부재를 요구하기 때문이네. 고대의 마법사들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이었지."

- "왜 그런가요, 돈 후앙?" 
"내 생각에 힘의 균형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 같아. 보통 사람들은 그 맹공격에 대항해 스스로를 보호할 놀랍도록 강력한 방벽에 둘러싸여 있네. 자아에 대한 걱정 같은 것이 그 방벽에 속하지. 방벽이 강할수록 공격도 강해지지 않겠나. 반대로 방벽이 별로 없는 꿈 수행자들은 약간의 스파이들만 만나게 되지. 어쩌면 꿈 수행자의 꿈은 이 스파이들의 존재를 확실히 알아차리게 하기 위해서 내용이 그렇게 이치에 맞게 돌아가는 것인지도 몰라."
돈 후앙은 나에게, 다시 주의를 집중해서 내가 꾼 그 꿈의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모두 기억해내 보라고 했다. 심지어 이미 이야기했던 것을 다시 되풀이해서 말하게까지 했다.
"헷갈리는군요." 내가 말했다. "당신은 내 꿈수행에 대해 아무것도 듣고 싶어 하지 않으시더니 지금은 또 듣고 싶어 하시네요. 그런 모순을 설명해줄 어떤 원칙이 있나요?"
"당연히 이 모든 일에 원칙이 있네." 그가 말했다. "아마 자네도 언젠가는 다른 꿈 수행자에게 나와 똑같은 짓을 하고 있을걸. 꿈속의 어떤 대상들은 영(spirit)과 연관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네. 다른 것들은 우리의 집착하기 좋아하는 인격과 관련된 것들이기 때문에 전혀 중요하지 않아. 자네가 처음으로 찾아낸 스파이는 항상 존재할 것이네. 어떤 형태로든 말이야. 심지어는 이리듐으로 나타날지도 몰라. 그나저나 이리듐이 뭔지는 아는가?"
"정확히는 모릅니다." 나는 솔직히 말했다.
"거봐, 이렇다니까!"
   

- "나무가 갖는 의식, 목적과 비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나무와 비생물적 존재들의 내부 속도는 우리의 것보다 무한대에 가깝게 느리게 때문에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네."
"무슨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나요, 돈 후앙?"
"나무와 비생물적 존재들은 둘 다 우리보다 오래 사네. 그들은 제자리에 머물게끔 타고났어. 그래서 스스로 움직이지는 않지만 자기 주변의 모든 것을 움직이게 하지."
"비생물적 존재들도 나무처럼 한 자리에 고정되어 있다는 말입니까, 돈 후앙?"
"물론이지. 자네가 꿈수행 중에 보는 밝거나 어두운 막대기들은 그들의 투사물이라네. 자네가 꿈수행 사자의 목소리라고 듣는 것도 그들의 투사물이라네. 스파이들도 마찬가지야."
어떤 불가해한 이유로 나는 그 말에 압도당했다.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했다. 나는 돈 후앙에게 그렇다면 나무도 그와 같은 투사물을 가지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렇다네." 돈 후앙이 대답했다. "하지만 나무의 투사물은 비생물적 존재들의 투사물보다도 더 비우호적이라네. 꿈 수행자들은 그런 투사물을 결코 찾지 않지. 나무와 굉장히 깊이 교감하는 사람이라면 예외겠지만 그런 상태에 도달하기는 매우 어려워. 자네도 알다시피 이제 지구 상에 우리 편은 없다네." 돈 후앙은 쓸쓸히 웃어 보인 후 말했다. "이유는 뻔하지만."
"당신에겐 그럴지 몰라도 저에겐 뻔하지 않은데요, 돈 후앙?"
"인간은 너무 파괴적이야. 우리는 지구 상에 살아 있는 모든 존재를 적으로 만들었어. 그게 우리 편이 없는 이유라네."

 

- 사자는 목소리의 강도를 조절한 후 말했다. "너는 지금 어떤 비생물적 존재의 내부에 있어. 터널 하나를 선택하면 그 속에서 살 수도 있어." 사자는 잠시 뜸을 들인 후 덧붙였다. "네가 원한다면 말이야."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말을 하면 내가 의미한 것과 정반대의 뜻으로 해석될 것만 같아서 두려웠다.
"좋은 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아." 사자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원하는 수만큼의 터널에서 살 수 있어. 그리고 그 각각의 터널이 너에게 뭔가 새로운 것들을 가르쳐줄 거야. 고대의 마법사들은 그렇게 살면서 놀라운 것들을 배웠지."

 

- 사자가 가르치는 자의 목소리일 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유혹적인 판매원의 목소리이기도 하다는 것을 스스로 발견했다. 그 목소리는 시간과 상황이 허락할 때마다 그 세계의 장점을 입이 닳도록 말했다. 하지만 사자는 꿈수행에 관한 매우 소중한 사실들도 가르쳐주었다. 그것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나는 왜 고대의 마법사들이 (추상적 수행이 아닌) 구체적 수행을 선호했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 한 번은 사자가 이런 말을 했다. "완벽한 꿈수행을 하고 싶다면 제일 먼저 내면의 독백부터 멈춰야 해. 손가락 사이에 2-3인치 정도 긴 수정 결정 혹은 부드럽고 가는 하천 자갈을 끼우고 있는 것이 내면의 독백을 가장 쉽게 멈추는 방법이야. 손가락을 조금 구부려 수정 결정이나 자갈이 손가락을 압박하게 해." 
사자는 손가락만큼 길고 도톰한 크기라면 금속 조각도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양손 손가락 사이에 그런 얇은 물건을 최소한 세 개 끼우고 손이 거의 아플 정도로 압박을 가해야 한다. 그러면 그 압박이 내면의 독백을 멈추게 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했다. 사자는 수정 결정을 제일 선호했는데 그것이 효과가 가장 좋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다른 것들도 쓸 만하다고 했다. 


- "완전한 침묵의 순간에 잠이 든다면 꿈수행의 완벽한 시작을 보장받는 것이나 다름없어. 또 그때는 꿈수행 주의력도 예외 없이 강해지지." 또 한 번은 사자가 "꿈 수행자는 금반지를 껴야 해. 약간 꽉 끼는 게 더 좋고"라고도 했다.

 

- 사자는 금반지가 꿈수행으로부터 일상 세계로 다시 떠올라오거나 일상 의식으로부터 비생물적 존재의 영역으로 가라앉는 데 다리 역할을 해준다고 설명했다.
"그 다리가 어떻게 작용하지?" 내가 물었다. 나는 뭐가 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손가락과 반지의 접촉이 다리를 만들어." 사자가 대답했다. "꿈 수행자가 반지를 끼고 나의 세계로 들어오면 그 반지가 내 세계의 에너지를 끌어들이고 그 끌어들인 에너지를 유지하지. 그리고 필요할 때는 반지가 그 에너지를 꿈 수행자의 손가락으로 풀어놓고, 그 에너지가 그 꿈 수행자를 다시 이 세계로 데려오는 거야. 반지가 손가락에 가하는 압력도 꿈 수행자가 그의 세계로 돌아가도록 보장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지. 반지가 익숙한 느낌을 지속적으로 상기시켜주니까 말이야."

 

- 또 다른 꿈수행 중에 사자는 피부가 일상 세계의 모드에서 비생물 세계의 모드로, 혹은 그 반대로 에너지의 흐름을 바꾸는 데 딱 안성맞춤인 조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피부를 차갑게 유지하고 색소나 오일 등을 바르지 말 것을 조언했다. 사자는 또 꿈 수행자는 꽉 맞는 허리띠나 머리띠, 목걸이 등을 착용하기를 권했다. 피부의 에너지 교환 중심점으로서 작용할 압박 지점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말이다. 사자의 말에 따르면 피부는 자동적으로 에너지를 차단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피부가 에너지 차단뿐만 아니라 한 모드로부터 다른 모드로 에너지 교환까지 하게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지 꿈수행 중에 그것을 원한다고 큰 소리로 말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 어느 날 사자의 목소리가 나에게 멋진 보너스를 하나 선사했다. 사자는 꿈수행 주의가 날카롭고 정확해지게 하려면 그것을 입천장 뒤쪽으로부터 가져와야만 한다고 했다.  

- "똑같은 짓을 고대의 마법사들에게도 한 거야. 그들이 특별하고 유일한 존재인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지. 게다가 고대의 마법사들에게는 더 사악한 느낌까지 줬어. 바로 권력을 가졌다는 느낌이었지. 누군가를 타락시키는 데는 권력과 특별한 느낌을 주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도 없다네. 그러니 조심하게!"
"그런 위험을 당신은 어떻게 피했나요. 돈 후앙?"
"나는 그 세계에 몇 번 가본 후 다시는 가지 않았지."
돈 후앙은 마법사의 눈으로 보면 우주는 약육강식적인 곳이어서, 마법사는 일상적인 마법 활동 속에서 다른 어떤 사람들보다도 더 깊이 이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식은 커지고자 하는 강박적인 본성을 가지고 있고 죽느냐 사느냐 하는 싸움만이 의식이 커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다.
"마법사의 의식은 꿈수행을 할 때 성장한다네." 돈 후앙이 계속 말했다. "그리고 그것이 커지는 순간 외부의 무엇인가가 그 성장을 인식한다네. 그것을 알아차리고 그 의식을 얻고자 애쓰는 거지. 비생물적 존재들이 바로 그 새롭고 향상된 의식을 얻고자 애쓰는 자들이라네. 꿈 수행자들은 영원히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해. 약육강식의 우주로 모험 길을 나서는 그 순간부터 이미 먹잇감이 되어 있으니까 말이야."
"저는 어떻게 해야 안전할까요, 돈 후앙?"
“매 순간 긴장을 늦추지 말게! 다른 사람 혹은 다른 것들이 자네에 대해 뭔가를 결정하도록 놔두지 말아. 자네가 가고 싶을 때만 비생물적 존재의 세계로 가게."

 

- "왜냐하면 두 번째 관문은 꿈 수행자가 외계 에너지 스파이들을 가려내고 그들을 따라갈 수 있을 때 도달하고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지." 
"그럼 애초부터 꿈을 바꾸는 일은 왜 시키셨나요?"
"꿈속에서 또 다른 꿈을 꾸는 것 혹은 꿈을 바꾸는 일은 외계의 에너지 스파이를 가려내고 그 스파이를 따라가기 위한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 고대의 마법사들이 고안해낸 훈련법이란 말일세."
돈 후앙은 스파이를 따라가는 것은 대단한 성취여서 꿈 수행자가 그런 일을 할 수 있게 될 때 두 번째 관문이 활짝 열리며 꿈 수행자는 그 관문 뒤에 있는 우주와 접촉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그 우주는 항상 그곳에 있지만 우리는 에너지와 용기가 부족해 그곳에 가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또 꿈수행의 두 번째 관문은 비생물적 존재의 세계로 향하는 문이며 꿈수행은 그 문을 여는 열쇠라고도 했다. 
"꿈을 바꾸는 고대의 훈련법을 통하지 않고 꿈 수행자가 직접 스파이를 찾아낼 수는 없나요?" 내가 물었다.
"아니! 그럴 수는 없네." 그가 대답했다. "훈련법은 필수적이네.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은 훈련법이 그것 하나뿐이냐는 것이지. 다른 훈련법을 통해서 그렇게 할 수도 있을까?"
돈 후앙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실제로 내가 그 질문에 답하기를 기대하는 것 같았다. "고대의 마법사들이 고안해낸 것만큼 완전한 훈련법을 생각해내기는 너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단호하고 권위적인 말투로 그렇게 대답했다.

 

- 돈 후앙은 나에게 그동안 해온 꿈수행 과정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모두 자세히 설명해보라고 했다. 나는 어린 여자아이를 본 것과, 그 일이 감정적으로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밝혔다. 그에 대한 돈 후앙의 반응은 냉담했다. 그는 그 사건을, 비생물적 존재들이 나의 판타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한바탕 법석쯤으로 간주하고 무시해버리라고 충고했다. 꿈수행을 지나치게 중요시하면 고대의 마법사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꿈수행은 끝 모르는 탐닉의 원천이 된다고 말했다. 

 

- "어떻게 자네가 이 모든 일을 이해할 수 있겠나. 자네에게는 지금 침대에서 일어날 정도의 에너지도 없잖은가?" 돈 후앙이 응수했다.
나는 나 자신이 스스로 이성적으로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확신은 들지만 뭔가가 내 기억의 뚜껑을 꽉 닫아놓고 있다고 돈 후앙에게 털어놓았다.
"에너지 부족이 그 뚜껑을 닫고 있는 거라네." 돈 후앙이 말했다. "에너지가 충분해지면 기억도 완전히 돌아올 걸세."
"원한다면 뭐든 기억할 수 있다는 뜻입니까?"
"꼭 그렇지는 않네. 아무리 원하더라도 자네의 에너지 수준이 자네가 알고 있는 것의 의미에 걸맞을 만큼 높지 않으면 그것과는 영원히 이별해야 할 거야. 그럼 자네는 그것을 절대 알 수 없게 되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돈 후앙?"
"에너지는 축적되는 경향이 있으니 자네가 흠잡을 데 없이 전사의 길을 제대로 간다면 기억력이 되살아나는 순간이 올 걸세."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자기 연민에 빠지거나, 아니면 나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놓았다.

 

- "그 일을 은밀하다고 생각하진 말게나. 자네는 분명히 알고 있어, 비생물적 존재들은 영원히 의식과 에너지를 찾아다닌다는 것 말이야. 자네가 그 둘을 모두 제공할 수 있다면 저들이 어떻게 할 것 같은가? 길 건너에서 멀뚱히 감탄만 하고 있겠나?" 
나는 돈 후앙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런 확신을 그리 오래 유지할 수는 없었다. 알 듯 말 듯하다가 끝내 알 수 없었다.

 

- 그 몇 년 전, 돈 후앙은 당시 내가 만나고 있던 사람들부터 시작해서 살면서 내가 만난 사람들을 모두 적어보도록 시킨 적이 있다. 돈 후앙의 도움을 받아서, 나는 내가 만난 사람들을 내가 일한 직장, 내가 공부한 학교 등 활동범위별로 나눠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적어 내려갔다. 그런 다음 돈 후앙은 그 목록 맨 윗줄의 사람부터 맨 아랫줄의 사람까지 한 명도 빼놓지 않고 기억을 되살려 그들과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상기하게 했다. 돈 후앙의 설명에 따르면 어떤 사건을 되살펴보는 것은 되살펴볼 만한 모든 것들을 마음속에서 배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배열이란 그 사건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짜 맞추는 것을 뜻한다. 주변 환경의 물리적 세부사항을 회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그 사건의 경험을 나와 함께 공유했던 사람들을 기억한 후 당시의 나와 나의 느낌을 살펴보는 일로 이어가는 것이다.  

 

- 돈 후앙에 따르면 되살펴보기는 율동적이고 자연스러운 호흡과 함께해야 한다. 머리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천천히 부드럽게 움직일 때는 숨을 길게 내쉰다. 그리고 머리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천천히 부드럽게 움직일 때는 숨을 길게 들이쉰다. 돈 후앙은 머리를 그렇게 양쪽으로 움직이는 행위를 '부채질하기'라고 불렀다. 마음이 그렇게 인생의 사건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보는 동안 몸은 마음이 집중하고 있는 것들을 계속 부채질해서 날려 보내는 것이다. 돈 후앙에 따르면 '되살펴보기'를 고안한 고대의 마법사들은 호흡을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마술적인 행위로 보았고 따라서 호흡을 마술의 도구로 이용했다고 한다. 즉 되살펴보는 동안 불가피하게 마음속으로 들어오게 되는 외계의 에너지는 날숨으로 내보내고 돌이켜보는 동안 마법사 자신이 잃어버린 에너지는 들숨으로 되찾는 것이다. 나는 나의 학문적 훈련의 배경 때문에 '되살펴보기'를 일종의 인생 분석 과정쯤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돈 후앙은 되살펴보기란 지적인 심리분석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돈 후앙에 따르면 '되살펴보기'는 마법사들이 조합점이 미세하나마 꾸준히 옮겨지게끔 하기 위해 고안해낸 일종의 전략이었다.   

 

- "때론 제가 제정신이 아닌가 봅니다." 내가 말했다. "때론 제가 하는 일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네. 비생물적 존재들이 여전히 자네를 끌어당기고 있는 것이지. 자네는 마치 낚싯줄 끝에 달린 물고기와 같아." 돈 후앙이 말했다. "그들은 자네를 계속 만나기 위해서 수시로 자네에게 가짜 미끼를 던지고 있어. 자네의 꿈이 꼭 나흘을 주기로 반복되는 것이 그 증거라네. 하지만 그들은 자네에게 에너지 몸을 움직이는 방법은 가르쳐주지 않았어." 
"왜 그랬다고 생각하십니까?"
"자네가 자신들의 도움 없이도 에너지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면 자네가 자신들의 손아귀에서 완전히 벗어날 것임을 알기 때문이야. 어쨌든 자네가 저들에게서 자유롭다고 믿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네. 자네는 아직 완전히 자유롭지 못해. 저들은 여전히 자네의 의식을 손에 넣으려고 노리고 있다네."
나는 등줄기가 차가워짐을 느꼈다. 돈 후앙이 내 몸의 아픈 부분을 만져주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말씀해 주세요, 돈 후앙. 그럼 그대로 하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빈틈을 보여서는 안 되네. 이 말은 열 번도 넘게 했네. 내 말은 자네의 결정을 목숨 걸고 사수하라는 뜻이야. 그리고 그 결정을 실현하는 데 최선 이상의 노력을 들이라는 말이기도 하고.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생각 없이 함부로 인생을 건 도박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 "자네는 더딘 편이 아니야. 에너지 몸을 움직이는 법을 배우는 데만 일생을 보내는 마법사들도 많거든. 내가 그만 가르치려고 한 것은 내게 시간이 없기 때문이었네. 꿈수행보다도 자네의 에너지를 이용해서 더 급하게 가르쳐야 할 것들이 있거든."
"그럼 이제 제가 에너지 몸 움직이는 법을 알아냈으니 다음에는 뭘 해야 하나요, 돈 후앙?"
"계속 움직이게나. 에너지 몸 움직이는 일이 자네에게 새로운 영역을 열어줄 걸세. 엄청난 탐험의 영역이지."
돈 후앙은 다시금 꿈의 진위를 증명할 방법을 찾아내라고 했다. 그 말이 두 번째라서 그런지 이번에는 별로 이상하게 들리지 않았다.
"자네도 알다시피 스파이를 따라 이동하는 것이 꿈수행 두 번째 관문의 가장 힘든 과제였네." 돈 후앙이 설명했다. "그건 아주 어려운 과제였지. 하지만 에너지 몸을 단련하고 움직이는 것만큼 어려운 과제는 아니었어. 자네는 자네만의 방법으로 자네가 잠자고 있는 자신을 실제로 보고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자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꿈을 꾸고 있는지를 확실히 알아낼 수 있어야 하네. 자네 앞에 엄청난 탐험의 세계가 새롭게 펼쳐질지 말지는 자네가 정말 잠자고 있는 자신을 보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다네."

 

- "그건 의미 없는 질문이네.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말이야. 마법사의 눈으로 볼 때 우주는 여러 겹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의 에너지 몸은 그 껍질들을 가로질러 다닐 수 있다네. 고대의 마법사들이 오늘날까지도 존재하고 있는 곳이 어딘지 아나? 우주의 다른 층, 양파의 또 다른 껍질 속에 있지."
"저로서는 꿈속에서 실질적인, 진짜 여행을 했었다는 생각 자체가 이해하기도, 받아들이기도 매우 힘듭니다, 돈 후앙."
"우리는 이 문제를 신물 나도록 얘기해왔네. 나는 자네가 에너지 몸의 여행은 오로지 조합점의 위치에 달린 일이라는 것을 이해했다고 확신했는데."
"이야기는 많이 해주셨죠. 저도 그 말의 의미를 계속 곰곰이 숙고해왔고요. 하지만 여행이 조합점의 위치 안에서 벌어지는 것이라는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자네는 냉소적인 것이 문제야. 나도 꼭 자네 같았지. 냉소적인 사람은 우주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네. 그리고 냉소적인 사람은 자신이 항상 옳다고 생각하지."
나는 돈 후앙의 말뜻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하지만 내가 그런 냉소주의에 대항해서 얼마나 열심히 싸워왔는지를 상기시켜주었다.
"바보 같이 들리겠지만, 자네 성향을 바꿔줄 일을 하나 제안하겠네." 돈 후앙이 말했다. "자신에게 끊임없이 '조합점의 수수께끼가 마법의 핵심이다'라고 말하게나. 이 말을 충분히 오랫동안 반복해서 자신에게 말한다면 뭔가 보이지 않는 힘이 다가와서 자네 안에서 적절한 변화를 일으켜줄 걸세."

농담의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가 매우 진지하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그 문장을 쉬지 않고 되뇌어야만 한다고 돈 후앙이 너무나 완강하게 강조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그것이 돈 후앙의 고집스러운 성격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냉소적인 태도를 버리게나." 돈 후앙이 쏘아붙였다. "이 문장을 정말 열심히 반복해야 해."

- "조합점의 수수께끼야말로 마법의 모든 것이다." 돈 후앙은 나를 보지도 않고 계속 말했다. "아니면 '마법세계의 모든 것은 조합점의 조작에 달려 있다'도 괜찮겠네. 자네는 이 점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그것을 되풀이해서 말해야만 하네."

 

- "자네는 꿈속에서 '에너지 보기' 연습을 하게 될 걸세. 에너지 몸을 스스로 움직이는 것으로써 세 번째 관문의 훈련은 완수되었네. 이제 자네는 진짜 과제를 수행하게 될 걸세. 바로 에너지 몸으로써 에너지를 '보는' 거야. 자네는 이전에도 에너지를 '보았어'." 돈 후앙이 계속 말했다. "사실은 아주 많이 봤지. 하지만 그것들은 다 어쩌다가 요행수로 '본' 것이야. 하지만 이제부턴 의도적으로 에너지를 보게 될 걸세. 꿈 수행자들은 경험을 통해 한 가지 법칙을 깨닫게 된다네. 에너지 몸이 완성되고 나면 꿈 수행자들은 일상 세게에서 무엇을 보든 그것의 에너지를 '볼' 수 있게 되네. 그래서 꿈속에서 에너지를 '보면' 그것이 현실 세계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 그것이 아무리 꿈처럼 왜곡되어 보이더라도 상관없이 말이야. 그리고 에너지를 '보지' 못한다면 꿈 수행자들은 자신이 보는 것이 실재하는 세계가 아니고 그냥 보통의 꿈임을 알아차리는 거지."

 

- 그리고 돈 후앙은 나에게 꿈수행의 또 다른 정의를 내려주었다. 꿈수행이란 '에너지를 발하고 있는 대상을 담고 있는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돈 후앙은 어리둥절해하는 내 모습에 웃으면서 더 골치 아픈 정의를 하나 더 내려주었다. 꿈수행이란 '꿈(dreamlike state)' 속에서 에너지를 발하는 대상들을 알아차릴 수 있게 해주는 조합점의 위치를 찾겠노라는 의도를 일으키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 돈 후앙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자네는 아직 캐럴과 한 번도 꿈수행을 같이 해보지 않았지 않나? 그녀와 함께 하는 것이 굉장한 선물임을 곧 알게 될 걸세. 여자 마법사들에게는 예비과정 따위는 필요치 않아. 그들은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그 세계로 갈 수 있어. 그들에게는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오는 스파이가 있다네." 

 

- "일반적으로 여자들은 비생물적 존재의 세계를 잘 다루는 소질을 타고난다네. 그런 의미에서 여자마법사들은 물론 다 뛰어나지만 캐럴 티그스는 나왈로서 굉장한 에너지를 갖고 있어서 내가 아는 다른 어떤 여자들보다도 더 뛰어나다네."

나는 돈 후앙이 매우 심각한 모순을 범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비생물적 존재들은 여자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이제는 거기에 완전히 반대되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나는 반대되는 말을 하는 것이 아니야." 내가 그의 모순을 지적하자 돈 후앙이 말했다. "나는 비생물적 존재들이 여자들을 노리지는 않는다고 말했네. 남자들만을 노리지. 하지만 비생물적 존재들 자체가 여성적이고 우주 전체가 대부분 여성적이라고도 말해주지 않았나. 그러니 자네가 스스로 판단해보게."

내가 스스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자 돈 후앙이 다시 설명해주었다. 그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여자 마법사들은 의식이 더 깨어 있는 데다 여자라서 언제든지 마음대로 비생물적 존재의 세계를 들락거릴 수 있다는 것이다.

 

- "저들이 우리를 그곳에 가둬두려 했다는 건가요?" 캐럴이 물었다.
"자네들이 그 오두막을 나갔다면 지금쯤 그 세계를 정처 없이 헤매고 있을 거야." 돈 후앙이 말했다.
돈 후앙은 우리가 육신을 가지고 (with all our physlicality) 그 세계에 들어갔기 때문에 비생물적 존재들이 미리 정해놓은 위치에 조합점이 단단히 고정됐고, 그 결과 안개 같은 것이 생겨나서 우리가 원래 있던 이 세계에 대한 기억을 희미해지게 만들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대의 마법사들의 경우에는, 그렇게 조합점이 고정되고 나면 조합점을 원래 습관적으로 있던 위치로 되돌릴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게나." 그가 힘주어 말했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일상 세계에서도 정확히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야. 우리는 여기에 있어. 그런데 그게 우리의 조합점이 너무나 단단히 고정돼버리는 바람에 우리가 원래 어디서 왔는지, 여기로 오려고 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를 까맣게 잊어버린 것일 수도 있단 말일세." 
돈 후앙은 우리가 경험했던 여행에 대해 더 말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우리가 더 불편해하거나 심지어 공포에 빠질까 봐 그랬던 것 같다. 그는 우리에게 늦었지만 점심을 먹자고 했다. 프란시스코 마데로 Francisco Madero 거리에서 몇 구역 아래에 있는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6시쯤이었다. 캐럴과 나는 열여덟 시간 정도를 잠들어 있었다. 물론 우리가 정말 잠들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 "자네도 알다시피 현대의 마법사들에게는 에너지를 직접 인식하는 과제는 개인적으로 해내야 할 문제라네." 돈 후앙이 말했다. "우리는 자기 절제 훈련을 통해 조합점을 움직이지. 반면에 고대의 마법사들에게 조합점의 위치 이동은 타인, 곧 스승에게 복종한 결과였지. 그 스승은 어둠의 작업을 통해 조합점을 옮기는 능력을 얻었고 그 능력을 제자들에게 힘의 선물로 주었지. 우리보다 더 큰 에너지를 가진 사람은 우리에게 무슨 짓이든지 할 수가 있다네." 돈 후앙이 계속 말했다. "예를 들어 나왈 줄리안은 나를 그가 원하는 무엇으로든지 바꿀 수 있었네. 나를 악마로 만들 수도 성자로 만들 수도 있었어. 하지만 그는 온전한 나왈이었기 때문에 내가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도록 내버려 두었지. 고대의 마법사들은 그렇게 흠 없는 나왈이 아니었어. 그들은 끊임없이 타인을 조종하고 지배하려고 애썼고 그 결과 어둠과 공포에 찬 상황이 발생해서 그것이 또 스승으로부터 제자에게로 전해졌지."
돈 후앙이 일어서서 주변을 주의 깊게 둘러보았다. "자네도 보다시피 이 도시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네." 돈 후앙이 계속 말했다. "하지만 이 도시는 우리 계보의 전사들에게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곳이지. 바로 이곳에 우리 존재의 근원과, 우리가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의 근원이 있거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해가고 있기 때문에 나는 자네에게 이 도시의 바로 여기에서 전수해줄 몇 가지 개념과 해줄 이야기가 있고 소개해줄 존재들도 있다네. 나의 스승이 나에게 해줬던 것과 똑같이 말이야."

 

- "오늘 밤 자네가 배울 그 문제의 앞부분이란 다름 아니라 인간의 성이라는 것이 최종적인 어떤 상태가 아니라 조합점의 위치를 옮긴다는 특정한 행위의 결과라는 사실이라네." 돈 후앙이 말했다. "그리고 그 행위는 당연히 의지와 훈련의 결과겠지. 이런 주제를 좋아한 사람들이 바로 고대의 마법사들이었기 때문에 그들만이 유일하게 이 문제를 해명해줄 수 있는 거라네."

 

- "돈 후앙, 성당 안의 저 여인이 정말 확실히 차용인 맞나요?" 나는 돈 후앙이 실수를 했거나 못된 장난을 한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주, 아주 확실하네." 그가 말했다. "내가 그 차용인을 못 알아볼 정도로 멍청하다고 하더라도 내 에너지 몸은 절대 잘못 보는 법이 없으니까."
"그 차용인이 다른 종류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말입니까, 돈 후앙?"

"아니. 다른 종류는 아니지만 에너지의 성질이 보통 사람들과는 완전히 다르다네."
"돈 후앙, 저 여인이 차용인이란 것을 절대적으로 확신합니까?" 기묘한 공포와 혐오감을 느낀 내가 재차 캐물었다.
"그 여인은 차용인이야!" 모든 의심을 거부하는 목소리로 돈 후앙이 말했다.
우리는 침묵했다. 나는 말할 수 없는 공포의 한가운데서 다음 할 일을 기다렸다.

- "남자가 되거나 여자가 된다는 건 조합점이 어디에 어떻게 위치해있느냐의 문제일 뿐이라는 건 이미 말했었네." 돈 후앙이 말했다. "남자나 여자로 태어나는 것 말이야. 투시가들은 여자의 경우 조합점의 빛나는 부분이 밖을 향하고 있고 남자의 경우는 안을 향하고 있는 것을 본다네. 차용인은 자신의 알과 같은 에너지 형체가 조개처럼 자신을 향해 말려들게 만들면서 조합점을 꼬아 돌림으로써 조합점의 방향을 바꿔놓았지."

 

- "귀로 듣기를 그만두면 소리가 들릴 거예요." 여인이 말했다. "꿈수행 주의를 써서 들어봐요."
언제나 내게 필요한 것은 그녀의 암시뿐인 것 같았다. 돌연 웅성대는 기도 소리가 사방에서 밀려왔다. 나는 즉시 그 소리에 압도당했다. 그것은 내가 들어본 어떤 소리보다도 아름다웠다. 흥분해서 그런 발견을 말하려 했는데 그녀가 보이지 않았다. 둘러보니 그녀는 정문에 거의 다다라 있었다. 그곳에서 나를 돌아보며 따라오라는 신호를 보냈다. 나는 주랑 현관에서 그녀를 따라잡았다. 거리에 불빛은 없었다. 달빛뿐이었다. 성당의 정면도 달라 보였다. 아직 미완성 상태였다. 사각의 석회암 덩어리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성당 주변에 다른 건물들은 보이지 않았다. 달빛 아래의 광경들이 섬뜩했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내가 물었다.

"아무 데도 안 가요." 그녀가 대답했다. "그저 좀 넓고 사람들이 없는 곳을 찾아서 나왔어요. 여기서는 이야기를 맘대로 할 수도 있고요."
여인은 반 정도 조각된 쪼개진 석회암 위에 앉자고 했다. "제2주의의 세계에는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보물이 무진장해요." 그녀가 말을 시작했다. "꿈 수행자가 몸을 누이는 처음 자세가 가장 중요해요. 그곳에 고대 마법사들의 비밀이 담겨 있지요. 내가 태어났던 시기에도 그들은 이미 고대의 마법사였어요. 내가 방금 말한 비밀을 한 번 생각해봐요."

 

- "음, 저는 잠자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겠어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일어섰다. 그리고 자리를 바꿨다. 이번에는 내 오른쪽에 앉아 내 오른쪽 귀에다 대고, 자신이 아는 바에 의하면 사실 몸을 누이는 자세야말로 지극히 중요하다고 속삭였다. 그리고 극도로 정교하면서 동시에 매우 간단한 연습 하나를 해서 시험해볼 것을 권했다.
"무릎을 약간 구부리고 오른쪽으로 누워서 꿈수행을 시작하세요." 그녀가 말했다. "꼭 그 자세를 유지한 채 잠이 들어야 해요. 그런 다음 꿈수행에 들어가서는 당신이 정확하게 똑같은 자세로 누워서 다시 잠에 드는 꿈을 꿔야 해요."
"그럼 어떻게 되는데요?" 내가 물었다.

"그렇게 하면 조합점이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게 돼요. 그러니까 두 번째 잠이 든 순간 조합점이 있었던 위치에 그대로 머물게 된다는 뜻이에요."

 

- "그런 훈련을 하면 결과적으로 어떻게 됩니까?"

"온전한 인식을 얻게 되죠. 제가 온전한 인식이라는 선물을 준다고 당신 스승들이 이미 말해줬을 텐데요?"
"네. 하지만 전 아직 온전한 인식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모르는 것 같아요." 거짓말이었다.
그녀는 내 말을 무시하고 자신이 말한 쌍둥이 자세 유지하기 연습은 오른쪽, 왼쪽, 똑바로, 엎드려 눕는 것, 이렇게 네 가지 방식으로 변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번 꿈수행을 할 때는 꿈수행을 시작할 때의 자세와 같은 자세로 다시 한번 잠드는 꿈을 꾸는 연습을 해보라고 했다. 

 

- 의도 투사 기술 연마의 다음 단계는 그 물건의 꿈을 꾸고 그 꿈속에서 자신의 인식의 관점으로부터 그 물건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구현해내는 것이었다. 이런 행위가, 그녀에 따르면, 온전한 인식으로 향하는 첫 번째 단계라고 한다. 마법사들은 간단한 물건에서 시작해 점점 더 복잡한 물건으로 나아갔다. 마지막 목표는 그들 모두가 함께 하나의 완전한 세계를 심상화하고, 그 세계에 대한 꿈을 꿈으로써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를 재창조하여 그곳에서 살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우리 계보의 마법사들이 그런 일을 할 수 있게 됐을 때," 그녀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들은 그들의 의도, 곧 그들의 꿈속으로 누구든 쉽게 끌어들일 수 있었어요. 지금도 제가 당신을 그런 식으로 끌어온 거예요. 그리고 당신 이전의 모든 나왈들도 그렇게 만났고요."
여인은 킥킥거리며 웃었다. "내 말을 믿는 게 좋을 거예요." 내가 믿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이 도시의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꿈을 꾸며 사라졌어요. 바로 그 때문에 제가 이 성당과 이 마을이 제2주의의 세계에서 쌍둥이 자세 의도하기의 불가사의한 결과라고 말한 거예요."
"이 도시 인구 전체가 그런 꿈을 꾸며 사라졌다니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죠?" 내가 물었다.
"그들은 심상화를 했고 꿈속에서 그 심상화한 장면을 재창조했어요." 그녀가 대답했다. "당신은 그들과 달리 심상화를 해본 적이 없으니까 당신이 제 꿈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매우 위험해요."
그리고 그녀는 네 번째 관문을 통과해서 다른 사람의 의도 속에서만 존재하는 곳으로 여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 꿈속의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그 개인에게 속한 것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그래도 여전히 가고 싶나요?" 그녀가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여인은 쌍둥이 자세에 대해 더 말해주었다. 그녀 설명을 요약하면 이렇다. 예를 들어 내가 고향 꿈을 꾸는데 그 꿈이 오른쪽으로 누운 상태로 시작됐고 그 꿈속에서 다시 오른쪽으로 누워 잠이 들 경우 그 꿈속의 고향에서 아주 쉽게 머물 수 있다. 그 두 번째 꿈은 단순한 꿈이 아니라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생생한 꿈이 되는 것이다. 여인은 나도 꿈수행을 하면서 매우 생생한 꿈을 셀 수도 없이 많이 꾼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가 우연한 요행이었던 것이 틀림없다고 했다. 쌍둥이 자세의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꿈을 지배할 수 있는 절대적인 힘을 얻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왜 그런지는 묻지 마세요." 그녀가 덧붙였다. "그냥 그러니까요, 다른 모든 것들처럼."

- 그녀는 너무나 우스워서 길을 갈 수도 없는 듯했다. 나는 그저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웃음을 진정한 후 다시 완벽한 평정을 되찾은 그녀는 공손하게, 그녀를 포함해서 그녀의 꿈속에서 보고 싶은 것이 있을 때는 그냥 새끼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나는 왼손 새끼손가락으로 집 하나를 가리켰다. 그 집에는 에너지가 없었다. 그냥 보통 꿈속의 대상들과 같았다. 나는 내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가리켜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나를 가리켜봐요." 그녀가 말했다. "새끼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이 꿈 수행자들이 '보기' 위해서 사용하는 방식이 맞는지를 확인해봐야 할 것 아니에요?"
그녀의 말은 너무나 타당했다. 그리고 그것은 맞는 방식이었다. 내가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키는 순간 그녀는 에너지 덩어리로 변했다. 그것은 매우 특별한 에너지 덩어리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녀의 에너지 형체는 정확히 돈 후앙이 묘사한 대로 긴 분할선을 따라 안쪽으로 말려든 거대한 조개 같았다.
"이 꿈속에서 에너지를 발하는 존재는 저뿐이에요." 그녀가 말했다. "그러니 모든 것을 그냥 바라보는 것이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일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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