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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7

23.06.29

문득 생각해보니 나의 유년기를 함께 했던 와 나의 수험기를 함께 했던 나의 취업기를 함께 했던 나름대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생애의 많은 시기를 이영도 작가님께 빚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묵화는 잘 알지 못하지만 백성민 화백님의 힘있는 먹선이 아름답고 멋지다. 원체 '하늘을 나는 고래'를 좋아하는데 하늘치가 고래를 닮은 것에 혼자 벅찼다. (내가 상상했던 하늘치는 숭어나 날치를 더 닮았었지만) 감사합니다.

[엘리자베스 길버트] 모든 것의 이름으로

저자 : 엘리자베스 길버트 / 변용란 원제 : The Signature of All Things 출판 : 민음사 출간 : 2022.10.14 아름다운 연대기였다. 한 사람의 일생을 '읽은' 게 아니라 '체험'한 것 같은 느낌. 860 페이지가 넘는 책장들을 넘길 때마다, 매 순간 '생生'으로 존재했던 앨마 휘태커에게 사랑과 존경을 담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삶은 언제나 그 순간으로 완결되지 않는 긴 흐름으로 존재했다. 해서 그녀의 삶은 모든 장마다 완결되었고, 동시에 미완으로 이어졌다. 아이로서의 그녀, 자매로서의 그녀, 딸, 아내, 선태학자, 이방인으로서의 그녀는 모두 제각각 같은 인물이면서 다른 인물이었다. '사실'은 결코 '진실'이 될 수 없으며 '진실'이란 언제나 조각으로서만 존재한다. 저자가 다..

[도스토옙스키] 지하로부터의 수기

저자 : 도스토옙스키 / 김연경 출판 : 민음사 출간 : 2010.02.26 도스토옙스키의 는 현학적이고 긴 호흡의 독백 위주로 이루어져 있다. 주인공 -그에게는 이름이 없다- 은 대체로 그의 내부에서 이어지는 끊임없는 생각들을 기록해나간다. 그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가상의 대화와 논박들은 의식의 흐름을 보여주는 듯이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사실은 무척 정제된 문장들이다. 작가가 주인공의 생각을 빌어 주장하고 싶은 바는 다음과 같다. '스스로에게 해로운 행위를 하는 자는 무엇이 진정한 이익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라는 가정은 잘못 되었다. 인간은 모든 것을 욕망할 수 있다. 그것이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일일지라도, 그것을 알면서도 파괴 자체를 욕망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불합리성이야말로 진정한..

[이탈로 칼비노] 세계의 환상소설

저자 : 이탈로 칼비노 / 이현경 원제 : Racconti fantastici dell'ottocento 출판 : 민음사 출간 : 2010.05.20 플래시백이 심한 한 주였다. 기시감보다는 플래시백이 적절한 표현이다. 이 책은 이탈로 칼비노가 엄선해 엮은 19세기-20세기 초의 환상소설 선집이다. 보르헤스가 '바벨의 도서관' 선집을 남겼던 것처럼 그도 전 세계의 환상소설들을 다루어보고 싶었던 듯한데, 칼비노가 처음에는 극사실적인 네오리얼리즘 작가였음을 생각해보면 이는 매우 흥미로운 선택이다. 아마도 이 즈음부터 오히려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즉 일종의 거리감을 통해서 현실을 바라보아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칼비노에 따르면 이러하다. "환상이란 독자가 텍스트의 감동..

[윌리엄 서머셋 모옴/서머싯 몸] 케이크와 맥주

저자 : 윌리엄 서머셋 모옴 / 서머싯 몸 / 서머셋 몸 / 황소연 원제 : Cakes and Ale 출판 : 민음사 출간 : 2021.09.10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저자다. 최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비중이 늘어난 듯 보이는 건 '문화의 날'의 영향이다. 처음 시행된 이후로 상당히 많은 혜택을 받고 있어 고맙게 생각하는 제도인데,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는 도서관에서 대출 권수를 2배로 늘려준다. (그 외에도 문화예술 공연 및 각종 전시, 영화 등 다양한 할인 혜택이 있다.) 해서 평소보다 여유롭게 읽어보고 싶었던 책들을 더 집어올 수 있었는데 그 영향이다. 보편과 통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무엇이 '사회적 상식'인가? 한 세대도 유지되지 못할 명성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천재가 되는 가장 확실한 ..

[이탈로 칼비노] 존재하지 않는 기사

저자 : 이탈로 칼비노 / 이현경 원제 : Il cavaliere inesistente 출판 : 민음사 출간 : 2010.11.26 , , 는 '우리들의 선조' 3부작이다. 발표 순서대로라면 가장 마지막인 작품이지만, 작품 내 시간으로 본다면 제일 앞에 위치하게 될 . 더렵혀지지 않는 순수이성 '아질울포'와 자신이 누구인지 인식하기도 어려운 본능과 감각의 '구르둘루', 그리고 아직은 젊고 어설프지만 그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나가는 '랭보'가 있다. '아질울포'를 동경하지만 '랭보'를 선택하게 되는 이상 '브라다만테', 자신의 모든 것을 부정함으로써 존재를 정의하려 하였으나 그것이 실존을 넘어설 수는 없음을 깨닫게 되는 '토리스먼드'. 토리스먼드가 상징하는 인습과 규범, 윤리의 세계는 현실 속에 순수한 ..

[윤고은] 밤의 여행자들

저자 : 윤고은 출판 : 민음사 출간 : 2013.10.11 현실적이다. 이 책을 과연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놀라움과 충격보다는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부터 든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현대의 도시는 타자와의 분리가 극도로 진행된 사회이다. 보기 싫은 것들은 차단해 버릴 수 있고, 원하는 것들은 대부분 살아있는 사람과 단 한 마디도 나누지 않고도 내가 지정한 공간에 놓여지게 할 수 있다. '나'로만 이루어진 삶 속에서는 조금이라도 나와 다른 것들을 철저히 사물로 분리시켜 버릴 수 있다. 이런 토양 위에서 재난은 시한성을 가진 체험 상품이 된다. '나'라는 주체와는 분리되어 있기에 철저하게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로만 남을 뿐이다. '내'가 그 지옥도에 속할 수 있다는 것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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