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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12

[이승우] 지상의 노래

저자 : 이승우출판 : 민음사출간 : 2020.05.19         처음 제목을 보고 기대했던 내용과는 달랐다. 하지만 다시금 곱씹어보면 이 책은 '지상에서 펼쳐지는 천상의 노래' 그 자체이기도 했다. 잊혀졌던 수도원의 벽서, '켈스의 서'에 비견될 만한 필사본... 그 고아한 천상의 노래가 지상으로 울려 퍼지면 박중위와 후, 후의 누나의 이야기가 된다. 어느 한 사람만의 개인적인 노래가 아니다. 그 시대, 수많은 이들의 삶들이 함께 노래해 온 합창이다.우리의 사촌, 이웃, 아는 지인 중 누군가는 이 노래를 부르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읽었다.               - 천산 수도원의 벽서(壁書)는 우연한 경로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 벽서에 의지가 있다면 결코 그렇게 알려지길 원하지 않았을 ..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저자 : 밀란 쿤데라 / 이재룡 출판 : 민음사출간 : 2011.11.25        소장하고 있다는 건 확실한데,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서 결국 전자책으로 다시 읽었다. 밀란 쿤데라의 이 지독히 어렵게 느껴졌던 때가 있었다. 12-3년 전이었을 텐데- 아마 내 삶의 많은 부분이 경직되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고, 아직 삶의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지금 다시 읽는다면 어떨지 궁금하지만, 당분간은 계획이 없다.  (이하 참존가)은 밀란 쿤데라의 자전적 경험이 짙게 녹아든 글이다. 체코에서 프랑스로 망명할 수밖에 없었던, 그래서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글을 써야만 했던 그는 작품 속 '나'라는 자전적 캐릭터로 등장한다. 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이 작품은 전지적 작가 시점이기..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

저자 : 장강명출판 : 민음사출간 : 2015.05.08       얏호. 벽을 죄 가리고 있던 책탑 한 줄을 없앴다. 오랜만에 만나는 말간 벽지가 반가웠다. 등뒤도 양옆도 돌아보지 않는다. 줄어들었다는 사실만이 중요하다.  도 제목은 오래전부터 들어왔는데 지금에서야 읽어보게 되었다. 아마 앞으로 남길 리뷰 거의 절대다수에서 '지금에서야'라는 말이 나올 텐데, 쭉 이어서 읽어보시는 분들보다는 매번 하나씩 검색해서 보시는 분들이 더 많으시리라 믿을 뿐이다. 그래도 타이밍이 마침 공교롭다고는 생각한다. 장건재 감독 고아성 주연으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8월 개봉 예정이라고. 기대도 크지만, 우려도 크다. '계나'가 말하고 싶었던 젊은이들의 혼란과 방황, 그 안에서 체감하는 입장 차이 같은 것들보다는 욜..

[조해진] 단순한 진심

저자 : 조해진출판 : 민음사출간 : 2019.07.05       몇 번이나 되풀이해 이제는 외워버릴 정도지만. 나는 오늘도 늘상 해오던 이야기를 늙은이의 넋두리처럼 풀어놓으려 한다. 언제, 왜 샀는지 모를 책들이 방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두세 가지 정도의 정형화된 반응을 보인다. 어떤 책들인지 알려달라고 하거나,왜 그랬는지를 묻거나,믿지 않거나.  자신의 경험 안에서 상상할 수 없는 것을 마주친 이들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와 자신이 이해할 수 있도록 가공해서 받아들일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그때 미처 볼 수 없는 것까지도 그대로 포용하고자 노력하는 이들만이 세계를 확장해 가는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확장 자체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아니다. 이..

[김세희] 가만한 나날

저자 : 김세희 출판 : 민음사출간 : 2019.02.15       순문학과 대중소설의 구분은 어느 지점에서 갈라지는 걸까. 저자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강력한 메시지나 선명한 한 장면이 있으면 순문학인 걸까? 혹은, 딱히 의미를 알 수 없는 여상함과 자기(瓷器)의 표면 같은 매끄러움이 있으면? 뭐라 딱 잘라 구분 지을 수 없음에도 그 특유의 분위기가 난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평이한 일상을 보여주고 있는데도 8mm 필름에 담긴 독립 영화 같은 향이 난다. 글쎄, 이런 것을 예술성이라고 불러야 하는가-는 또 다른 문제겠지만, 적어도 한 걸음 떨어져서 관찰하고 있는 정도의 독특한 일상감이라고는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순문학이 불러일으키는 모든 것은 바로 그 거리감에서 잉태된다. 다음 전개를 위한 ..

23.06.29

문득 생각해보니 나의 유년기를 함께 했던 와 나의 수험기를 함께 했던 나의 취업기를 함께 했던 나름대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생애의 많은 시기를 이영도 작가님께 빚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묵화는 잘 알지 못하지만 백성민 화백님의 힘있는 먹선이 아름답고 멋지다. 원체 '하늘을 나는 고래'를 좋아하는데 하늘치가 고래를 닮은 것에 혼자 벅찼다. (내가 상상했던 하늘치는 숭어나 날치를 더 닮았었지만) 감사합니다.

[엘리자베스 길버트] 모든 것의 이름으로

저자 : 엘리자베스 길버트 / 변용란 원제 : The Signature of All Things 출판 : 민음사 출간 : 2022.10.14 아름다운 연대기였다. 한 사람의 일생을 '읽은' 게 아니라 '체험'한 것 같은 느낌. 860 페이지가 넘는 책장들을 넘길 때마다, 매 순간 '생生'으로 존재했던 앨마 휘태커에게 사랑과 존경을 담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삶은 언제나 그 순간으로 완결되지 않는 긴 흐름으로 존재했다. 해서 그녀의 삶은 모든 장마다 완결되었고, 동시에 미완으로 이어졌다. 아이로서의 그녀, 자매로서의 그녀, 딸, 아내, 선태학자, 이방인으로서의 그녀는 모두 제각각 같은 인물이면서 다른 인물이었다. '사실'은 결코 '진실'이 될 수 없으며 '진실'이란 언제나 조각으로서만 존재한다. 저자가 다..

[도스토옙스키] 지하로부터의 수기

저자 : 도스토옙스키 / 김연경 출판 : 민음사 출간 : 2010.02.26 도스토옙스키의 는 현학적이고 긴 호흡의 독백 위주로 이루어져 있다. 주인공 -그에게는 이름이 없다- 은 대체로 그의 내부에서 이어지는 끊임없는 생각들을 기록해나간다. 그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가상의 대화와 논박들은 의식의 흐름을 보여주는 듯이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사실은 무척 정제된 문장들이다. 작가가 주인공의 생각을 빌어 주장하고 싶은 바는 다음과 같다. '스스로에게 해로운 행위를 하는 자는 무엇이 진정한 이익인지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라는 가정은 잘못 되었다. 인간은 모든 것을 욕망할 수 있다. 그것이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일일지라도, 그것을 알면서도 파괴 자체를 욕망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 불합리성이야말로 진정한..

[이탈로 칼비노] 세계의 환상소설

저자 : 이탈로 칼비노 / 이현경 원제 : Racconti fantastici dell'ottocento 출판 : 민음사 출간 : 2010.05.20 플래시백이 심한 한 주였다. 기시감보다는 플래시백이 적절한 표현이다. 이 책은 이탈로 칼비노가 엄선해 엮은 19세기-20세기 초의 환상소설 선집이다. 보르헤스가 '바벨의 도서관' 선집을 남겼던 것처럼 그도 전 세계의 환상소설들을 다루어보고 싶었던 듯한데, 칼비노가 처음에는 극사실적인 네오리얼리즘 작가였음을 생각해보면 이는 매우 흥미로운 선택이다. 아마도 이 즈음부터 오히려 환상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즉 일종의 거리감을 통해서 현실을 바라보아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칼비노에 따르면 이러하다. "환상이란 독자가 텍스트의 감동..

[윌리엄 서머셋 모옴/서머싯 몸] 케이크와 맥주

저자 : 윌리엄 서머셋 모옴 / 서머싯 몸 / 서머셋 몸 / 황소연 원제 : Cakes and Ale 출판 : 민음사 출간 : 2021.09.10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저자다. 최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의 비중이 늘어난 듯 보이는 건 '문화의 날'의 영향이다. 처음 시행된 이후로 상당히 많은 혜택을 받고 있어 고맙게 생각하는 제도인데,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는 도서관에서 대출 권수를 2배로 늘려준다. (그 외에도 문화예술 공연 및 각종 전시, 영화 등 다양한 할인 혜택이 있다.) 해서 평소보다 여유롭게 읽어보고 싶었던 책들을 더 집어올 수 있었는데 그 영향이다. 보편과 통념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무엇이 '사회적 상식'인가? 한 세대도 유지되지 못할 명성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천재가 되는 가장 확실한 ..

[이탈로 칼비노] 존재하지 않는 기사

저자 : 이탈로 칼비노 / 이현경 원제 : Il cavaliere inesistente 출판 : 민음사 출간 : 2010.11.26 , , 는 '우리들의 선조' 3부작이다. 발표 순서대로라면 가장 마지막인 작품이지만, 작품 내 시간으로 본다면 제일 앞에 위치하게 될 . 더렵혀지지 않는 순수이성 '아질울포'와 자신이 누구인지 인식하기도 어려운 본능과 감각의 '구르둘루', 그리고 아직은 젊고 어설프지만 그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나가는 '랭보'가 있다. '아질울포'를 동경하지만 '랭보'를 선택하게 되는 이상 '브라다만테', 자신의 모든 것을 부정함으로써 존재를 정의하려 하였으나 그것이 실존을 넘어설 수는 없음을 깨닫게 되는 '토리스먼드'. 토리스먼드가 상징하는 인습과 규범, 윤리의 세계는 현실 속에 순수한 ..

[윤고은] 밤의 여행자들

저자 : 윤고은 출판 : 민음사 출간 : 2013.10.11 현실적이다. 이 책을 과연 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놀라움과 충격보다는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부터 든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현대의 도시는 타자와의 분리가 극도로 진행된 사회이다. 보기 싫은 것들은 차단해 버릴 수 있고, 원하는 것들은 대부분 살아있는 사람과 단 한 마디도 나누지 않고도 내가 지정한 공간에 놓여지게 할 수 있다. '나'로만 이루어진 삶 속에서는 조금이라도 나와 다른 것들을 철저히 사물로 분리시켜 버릴 수 있다. 이런 토양 위에서 재난은 시한성을 가진 체험 상품이 된다. '나'라는 주체와는 분리되어 있기에 철저하게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로만 남을 뿐이다. '내'가 그 지옥도에 속할 수 있다는 것은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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