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가 흐르는 이야기/Book(~2017)

[다카노 가즈아키] 13계단

일루젼 2012. 12. 1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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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계단 - 6점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황금가지

384쪽 | 220*140mm | ISBN(13) : 9788982738654

2005-12-24

 

 

제노사이드와 그레이브 디거 이후, 약 4개월 여만에 만난 다카노 가즈아키.

데뷔작이라는 것을 다 읽고 나서야 -미야베 미유키의 덧붙임글을 읽고서야- 알게 되었다.

 

이 작가는 사회 문제와 법의 맹점에 상당히 관심이 많은 작가인 듯 하다. 데뷔작부터 이런 글을 썼다니....

 

사실 나는 일본 추리를 그리 즐기는 편은 아닌데, 그렇다고 싫어하지도 않는 딱 그 정도의 독자다.

하지만 가즈아키의 글은 모두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인공 유산에 대해 쓴 K.N.의 비극은 왜 번역되지 않는 거지? 절판 상태인 유령 인명구조대도 읽어보고 싶다.)

 

날카로운 눈, 그러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 -최소한 그러려고 노력하는 자세, 그리고 꼭 한 번은 숨을 들이키게 만드는 반전.

탄탄한 편인 구성과 정보.

 

그런데 왜 별점은 평이한가하면, 그 모든 것이 잘 어우러진 것이 가즈아키의 색깔이자 단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소설을 추리 소설이라 불러야할지, 고발 소설이라 불러야할지 잘 모르겠다. 대부분의 추리 소설이 그 트릭의 특성 때문에 법의 맹점이나 사회 부조리를 꼬집고 있긴 하지만 가즈아키의 것처럼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글은 많지 않다.

 

'사형은 살인인가?'

'살인자는 사형에 처해도 되는가?'

'그렇다면 사형 집행인은 살인자인가?'

'옳지 않은 사형이 집행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고 사형을 금한다면 유가족은 어찌 되는가?'

 

에 대해 단 하나의 답을 제시, 강요하는 것이 아닌- 말 그대로 묵직한 질문을 던져놓는 글이었다.

 

그런데도 추리는 추리,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마무리 짓는 과정이 무척 즐겁고 흥미진진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아쉬웠다.

이 글이 데뷔작이었음을 감안하더라도 나는 그것이 오히려 하나의 굴레가 되지 않나 싶다. 대중 소설로 그치는 것이 아쉬우면서도, 오히려 매우 잘 쓰인 대중 소설이며, 그렇기에 나를 포함한 다수에게 읽혀 이런 질문을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뭐랄까.

'좋으면서도 좋지 않다'고 할까.

 

 

13 계단.

단두대나 교수대의 계단은 13개였다고 한다. 그렇기에 13이라는 숫자는 불길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잘 읽었다.

 

 

 

[발췌]

 

# 공소권을 독점한다는 강대한 권력을 쥔 검철관은 동시에 형 집행까지 마무리 지어야 할 책무가 있다. 특히 극형까지 가게 되면 엄정한 심사를 해야 하며, 그가 작성 중인 사형 집행 기안서는 앞으로 4개 부서, 13명의 관료 결재를 받을 예정이었다.

 13명.

 그 숫자에 눈살을 찌푸린 검사는, 사형 판결 선고 이후 집행까지 절차가 몇이나 되는지를 세어 보았다. 13가지였다.

 13계단.

 교수대의 대명사를 떠올리며 파견 검사는 얄궂은 감개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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