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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 10

[이연] 매일을 헤엄치는 법 - 이연 그림 에세이

저자 : 이연 출판 : 푸른숲 출간 : 2022.07.20 . 내가 처음으로 그림을 '배워보고 싶다'고 느끼게 해 준 영상이었다. 나도 저런 식으로 종이 위에 선을 긋고, 색을 입히고, 내가 보는 것을 남들과 나눌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진심 어린 부러움을 느끼게 해 준 영상. 어린 시절부터 주위에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들의 손끝을 훔쳐 보며 생각했다. '나는 저건 안 될 거야.' 나의 위치는 그리는 자가 아니라 감상하는 자라고 생각했고, 그나마도 선과 면과 색보다는 활자의 세계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살아왔었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한다는 사실에 한 번도 괴로워한 적이 없었다. 잘 그리고 싶어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랬던 내게 그림이란 걸 그려보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선물한 것이..

[요아브 블룸]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저자 : 요아브 블룸 / 강동혁 원제 : The Guide to the Coming Days 출판 : 푸른숲 출간 : 2022.07.15  책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미리 떠들고 싶은 이야기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위스키는 숙성 년수를 표기하기 때문에 '년산'이 아니라 '년'으로 표기한다는 점.둘은 이 책은 영문판이 아직 없는 것 같은데, 역자는 히브리어를 번역한 것인가?! 둘 모두 번역에 관한 이야기인데, 첫 번째로 인한 아쉬움은 두 번째로 인한 놀라움으로 어느 정도 중화되었다. 음. 그래도 아쉽긴 하다. 위스키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럭저럭 좋아하는 편이라, 술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반짝반짝해진다.  을 읽을 때도 느꼈지만 '요아브 블룸'은 영성적인 지식을 ..

[신서경, 송비] 지구 멸망 일주일 전, 뭐 먹을까?

저자 : 신서경 / 송비 출판 : 푸른숲 출간 : 2021.03.03 전염병도, 거대 운석과의 충돌도 아니었다. 그저 고요하게 멈춰간 지구 내부 물질 순환으로, 오랜 기간 축적된 만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처럼 그렇게 멸망은 예고되었다. 내부의 순환이 멎으면 지구의 자기장도 사라지게 된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쏟아지는 태양으로부터의 방사선과 자외선 샤워를 피할 길이 없어진다는 것. 지구의 대기가 경계막으로부터 풀려나 흩어진다는 것. 그렇게 예고된 멸망까지는 앞으로 일주일. 하지만 죽을 걸 알면서도 당장 산 입에 거미줄을 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는데, 당신은 누구와 무엇을 먹을 계획인가? 엄청나게 암울한 상황인데도 묘하게 일상툰스러운 잔잔한 다정함이 있는 만화였다. 오래전부터..

[보선] 나의 비거니즘 만화

저자 : 보선 출판 : 푸른숲 출간 : 2020.01.30 읽던 책이 계속 눈에서 헛돌아 잠시 덮어두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간단하게 읽을 걸 찾아 셀렉트를 뒤적거리다가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작가의 말 중에 "비거니즘 Veganism이란 일종의 '삶의 태도'이며 이런 태도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우리는 비건 Vegan이라 합니다."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채식주의자들의 실천 단계의 하나로서의 '비건'이 아니라, 일종의 가치관으로 표현한 것이다. 저자는 또한 완벽할 필요도 없고, 하나의 정답을 찾으려 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각자가 자신의 삶과 가치관에 맞추어, 뭔가를 선택할 때 한 번 더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한 것이라고 토닥인다. 그저 자신의 가치관과 실제 행동 사이의 모순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 것,..

[엘리자베스 문] 어둠의 속도

저자 : 엘리자베스 문 / 정소연 원제 : Speed Of Dark 출판 : 푸른숲 출간 : 2021.10.27 어제의 '나'는 과연 오늘과 내일의 '나'일까? 자아의 연속성과 정상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고민하는 루는 낯설고 친숙하다. 자폐인이지만 자신만의 직업과 공간을 가지고 삶을 독립적으로 살아나가는 그는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가르는 경계와 차이에 관해 항상 생각한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작업을 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가 하지 못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그가 할 수 있다는 것을, 그가 한 사람의 성인이라는 것을 제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처음 독자로서 마주하는 루는 독특한 사고방식과 언어형식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의 세계는 익숙지 않은, 지나치게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해..

[엘리자베스 문] 잔류 인구

저자 : 엘리자베스 문 / 강선재 원제 : Remnant Population 출판 : 푸른숲 출간 : 2021.10.27 작년 가을쯤 구매했던 '겨울에 읽을' 책들을 어찌어찌 겨우내 읽고 있다. 는 표지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골랐던 걸로 기억하는데, 예상외로 취향이었다. 읽다가 눈물도 비추고 말았는데ㅋㅋ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이들과 평생을 살아오던 오필리아는 짐짝 취급을 받기 싫어 홀로 남기를 선택한다. 지금껏 그가 가꾸어 온 것들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들 사이에서 오롯이 홀로 지낼 수 있다면 정말 바랄 것이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자유를 위해 남은 시간들을 센다. 해방. 누가 뭐랄 수 없는 완전한 자신만의 시간. 그녀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웃고, 즐겨도 누구도 그것을..

[요아브 블룸] 우연 제작자들 - THE COINCIDENCE MAKERS

저자 : 요아브 블룸 / 강동혁 출판 : 푸른숲 출간 : 2020.10.22 도 그렇고, 최근 소설들을 보면 기성 구조를 잘 이용하는 것 같다. 신선하면서도 잘 짜인 세계관, 단단한 완결성, 어딘지 모를 울림 등 묘한 공통점들이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소설의 구조를 음악이나 건축물을 참고해서 설계한다고 작중 인물의 대사를 통해 말한 적이 있는데, 어떤 점에서는 기존의 틀을 현명하게 활용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시대의 동화들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은 책 속의 책 형태를 이용해 소설 내의 세계관과 규칙을 부연 설명하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흥미로워진다. 또다른 재미였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2급 우연 제작자들로, 어디서부터 오는지 알 수 없는 임무 봉투를 받으면 그 지시 사항을 준수해 '..

[최혜미] 서른다섯, 내 몸부터 챙깁시다

저자 : 최혜미 출판 : 푸른숲 출간 : 2019.10.30 새로 추가된 읽기 목록과 기존에 쌓아둔 책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다. 그냥 닥치는 대로 많이, 빠르게 읽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듯싶은데 나름대로 고민 중이다. 포기할 것은 포기해야 할지, 우선순위만 잘 지킨다면 병행이 가능할지 여전히 고민스럽다. 욕심이 많다. 떠나보낼 책들을 골라내다가 문득 책등이 눈에 들어와 꺼내 읽었다. 에디터에서 한의사로 전직했다는 저자 소개와 임신이라는 변화를 겪으며 보다 관심을 갖게 된 스스로의 몸 -여성의 몸- 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기존과는 거리가 있는 새로운 영역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을 보면 성과 여부와는 관계없이 존경스럽다. 이미 손에 쥔 것을 놓치지 않으면서 매끄럽게 새로..

[한국영화감독조합] 데뷔의 순간 - 영화감독 17인이 들려주는 나의 청춘분투기

저자 : 한국영화감독조합 출판 : 푸른숲 출간 : 2014.11.28 내가 샀을 법하지 않은 책이 발견되면 당황스럽다. 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유를 모르겠지만, 아마도 과 연결이 된 게 아닐까 싶다. 영화 아카데미와 도제, 예술과 상업의 경계. 그리고 내가 보는 것을 타인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열정 - 그리고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 가장 주된 감각은 시각적 자극이겠지만- 영상은 구도와 색채를 넘어서서 음악, 대사, 서사와 장면 배치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제각각의 심상을 남긴다. 감각은 공유될 수 없지만 매체는 공유될 수 있다. 17인의 감독들이 자신의 데뷔작과 영화 철학, 영화를 하게 된 계기에 대한 이야기들을 입담 좋게 풀어낸 글이다. '영화를 하기로 했으니 이번 인생은 망쳤다'라며 섣불리 ..

[뉴욕주민] 디 앤서 - 어느 월스트리트 트레이더의 다이어리

저자 : 뉴욕주민 출판 : 푸른숲 출간 : 2021.02.05 간단한 '뉴욕주민'의 약력이다. 민사고 - 펜실베니아 와튼스쿨 학사 조기졸업 - 맥킨지, JP모건 외 월스트리트 트레이더 - 예일 석사 - 헤지펀드 애널 - 트레이더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치열하게 살아온 삶이다. 그리고, 멋진 책이다. 발간되자마자 구매했으나 실제로 읽는 건 많이 늦었다. 아쉬움을 달래고자 책을 읽으며 지나간 궤적과 앞으로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봤다. 항상 적당히 살아온 나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딱 한 번 꽤 열심히 살았던 시기가 있다.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했던 중3 시기다. 평준화가 되었었지만 특목고는 별도의 자체 입시 전형이 있었다. 실적을 맞추기 위해 경시 성적도 챙겨야 했고, 요구하는 수준만큼의 선행학습을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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