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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21

[산호] 장례식 케이크 전문점 연옥당 1

저자 : 산호출판 : 문학동네출간 : 2021.12.20                   텀블러에 크게 얼린 구슬 얼음을 넣고, 우유와 냉침 코나 커피를 따른다.반쯤 마신 다음 애플시나몬 시럽을 넣어 달달하게 마무리한다. 단 걸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도 한 번씩 달콤한 맛이 끌리는 때가 있다.기억을 더듬어보면 대체로 늦가을이나 초겨울,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 즈음이었던 것 같다. 조금씩 차가워지는 공기를 달달함이나 따뜻함으로 달래고 싶었던 걸까. 버터 향 가득한 달달함이 끌리는 시기다. 아직 한낮은 땀이 나기도 하는 지금은, 사실 예년보다 좀 이른 편이다. 하지만 이것도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다. 작년에 사두고 까먹었던 수제 시럽을 냉장고 안에서 찾아냈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차이티 라떼를 마시고 싶..

[야마카와 나오키, 아사키 마사시] 마이 홈 히어로 1

저자 : 야마카와 나오키 / 아사키 마사시 / 김진아 출판 : 문학동네출간 : 2022.08.31        티핑 포인트라고 할까, 한 끗 차이로 생각과 감정이 급격히 변하는 순간이 있다. '잠시 이성을 잃었다'거나 '빡쳤다' 등으로 표현하기도 하는 그런 순간.  사람마다 이 지점에 도달하는 속도와 빠져나오는 속도는 다를 것이다. 어떤 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소화하는가는 제각각이니까.다른 사람으로는 살아보지 못했으므로 -관찰하거나 경험했다고 해서 타인의 그 순간을 온전히 '안다'고 할 수는 없으니-, 내 경우만 놓고 보자면 나는 콘트라스트가 높은 편이다. 이 과정이 매끄러운 그라데이션으로 진행되는 사람들은 자유롭고 다양한 표현 방식을 선택할 수 있고,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받아들이는 부담이 덜할 ..

[이종산] 커스터머

저자 : 이종산출판 : 문학동네출간 : 2017.11.03                 이렇게 자연스럽게 '퀴어'를 다룰 수 있을까?게다가 '커스텀'이라는 설정을 통해 염색과 네일아트, 태닝 같은 가볍고 대중적인 변화부터 피어싱이나 타투, 신체 변형 같은 보다 적극적인 변화까지 다양한 영역을 하나로 묶어 냈다.  자신과 '다르기' 때문에 싫어하고 배척하는 것은 정말 인간의 본능일까?기준을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으로 잡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반응은 아닐까?그들에게서 보는 것은 정말 '다름'일까? 해외에서 민감한 주제인 '인종차별'에 대해 생각해 봤던 적이 있다. 자기도 모르게 느껴지는 감정을 법으로 부정하거나 금지할 수는 없는 게 아닐까 하고.그리고 당시의 내 결론은 이러했다. 자신 안에서 일..

[최민우] 힘내는 맛

저자 : 최민우출판 : 문학동네출간 : 2024.04.24              '힘이 나는 맛'이 아닌 '힘내는 맛'. 이 제목 안에 담긴 오묘함이야말로 각각의 단편을 꿰뚫는 진리다.  본질에서 약간 비켜선 닮음.당위라는 이름 뒤에 숨은 강요. 살아가기 위해 겪어야만 하는, 혹은 한다고 믿는 지난한 고통. 익숙하다면 익숙한 표리다. 그런데도 최민우의 글은 불편하지 않다.괴로운 부분을 적나라하게 헤집어 드러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일까.은은하게 비치는 천으로 한 겹 덮어둔 것 같은, 그래서 무언가가 있음을 짐작할 수는 있지만 폭력적이라 느껴지지는 않는 폭로.약간은 신비하게까지 느껴지는 드러냄.그야말로 이다. 전체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신선하다고 느꼈던 건 .가장 강렬한 울림이 있었던 건 .  조금..

[보후밀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

저자 : 보후밀 흐라발 / 이창실출판 : 문학동네출간 : 2016.07.08       은 체코 작가인 보후밀 흐라발의 작품이다. 원제와 번역제 사이에 약간의 어감 차가 존재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시끄러운 고독'이 마음에 든다. 모순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 표현은 주인공 한탸의 모습 그대로다. 타인에게 보이지 않는 그 내부의 수많은 생각들, 끊임없이 흐르는 생각들의 시끄러움. 동시에 그만이 볼 수 있는 책들의 시끄러움이기도 하다.  한탸는 지하로 쏟아져 들어오는 폐지들을 압축해 내보내는 일을 한다. 폐지라고는 하지만 종이만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시든 꽃, 부러진 면도날, 어린아이의 관.  그런 사이로 온전한 책이 함께 흘러들어오는 일이 있다. 한탸는 책을 발견하면 소중히 집어 들고 살펴본다. 가장 아..

[이장욱]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저자 : 이장욱출판 : 문학동네출간 : 2019.10.30                  내 기억 상으로는 처음 만나는 작가다. , 눈길을 끄는 제목과 표지가 마음에 든다.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각각의 색감이 무척 다양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건 와 표제작 . 애완 파충류도 좋아하는 편이라 도 좋았다.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사랑과, 그것을 건네받은 사람의 입장에서 보는 사랑이란 얼마나 달라지는지.수많은 것들이 달랐음에도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랑이라고 믿게 되는 것은, 외로움 때문일지 자기 연민에서 출발한 자기 확신 때문일지.  약간 불편하지만 불쾌하지는 않을 지점을 절묘하게 건드리는 단편들이었다.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싶었던 글은 .내가 이해한 게 맞는지 자신이 없어지는 글이었다...

[이가라시 다이스케] 해수의 아이 1-5 (완)

저자 : 이가라시 다이스케 / 김완출판 : 문학동네 출간 : 2020.09.15저자 : 이가라시 다이스케 / 김완 출판 : 문학동네 출간 : 2020.09.15 저자 : 이가라시 다이스케 / 김완 출판 : 문학동네 출간 : 2020.09.15 저자 : 이가라시 다이스케 / 김완 출판 : 문학동네 출간 : 2020.09.15  저자 : 이가라시 다이스케 / 김완 출판 : 문학동네 출간 : 2020.09.15  정보라의 를 읽고, 이어서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와 스즈키 코지의 을 읽었다. 계획했던 순서는 아니었기에 '세포/DNA에 새겨진 기억'이라는 공통된 주제가 무척 강렬하게 다가왔다.  무속에서는 흔히 '업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업보, 공덕, 혹은 카르마.당사자들은 자신이 ..

[대니얼 트루소니] 천사학 1-2

저자 : 대니얼 트루소니 / 남명성출판 : 문학동네출간 : 2013.11.15    저자 : 대니얼 트루소니 / 남명성출판 : 문학동네출간 : 2013.11.15           작년 '문화가 있는 날', 도서관 서가를 훑다가 발견해 읽어본 책이다.후속작인 는 번역 출간 예정이었으나 취소된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도 등이 재출간되는 등 인기를 끌자 비슷한 분위기의 소설을 찾아 출간했던 것이 아닐까 싶은데, 줄거리나 내용 자체는 딱히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매력 있는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많이 생각났는데, 그런 류의 천사와 인간 소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와 영지주의 설정을 상당 부분 차용했다는 점일 것이다. 여타의 작품에서 천사들이 대체로 선한 진영으로 묘사되었다면 에서는 중립 혹은 그 반..

[오스카 와일드] 심연으로부터 - 감히 그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사랑을 위해

저자 : 오스카 와일드 / 박명숙원제 : De Profundis출판 : 문학동네출간 : 2015.05.02      불현듯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가지지 못한 것보다 가지고 있는 것이 많을지도 모른다는 걸 느낄 때, 그리고 사실은 소유하고 있는 것들조차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느낄 때. 나는 감사함과 함께 부끄러움을 감각한다.  욕망은 너무나도 손쉽게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명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저것'만 가지면 모든 게 좋아질 것만 같다. 이전까지는 한 번도 해낸 적 없던 일들을 척척 해낼 수 있을 것만 같고, 해결책을 찾지 못한 문제들도 모두 매끄럽게 풀려나갈 것만 같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 '저것'을 얻지 못하면 다른 이들에..

[구병모] 단 하나의 문장

저자 : 구병모 출판 : 문학동네 출간 : 2018.11.10 이 책을 읽은 지 근 한 달 정도가 지났다. 발췌문을 정리하며 생각한 것은 무언가를 접한 직후와 시일이 지난 후 감흥이 변해가는 과정에 관한 것이었다. 발효와 부패를 나누는 기준은 오직 '인간의 이익'일뿐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라는 진리 만이 영원하다던가. 인간의 기억은 날카로웠던 문장과 그 순간 진동했던 감정들을 쉬이 잊는다. 그러면서도 -놀랍게도- 짤막한 한두 문장 혹은 한두 단어를 접하는 순간 그 전체가 즉시 되살아나기도 하는 것이다. 은 이전까지 내가 읽었던 -몇 편 되지 않는- 구병모 작가의 작품들과는 다소 결이 달랐다. 어쩌면 저자가 발표한 모든 소설들 중 가장 자기 개인을 담아낸 작품이 아닐까 감히 추측해 본다. 다작을 한다 ..

[루리] 긴긴밤 - 제21회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대상

저자 : 루리 출판 : 문학동네 출간 : 2021.02.03 한 번 읽어봐야지 봐야지 하다 이제야 읽게 되었다. 친구네 딸에게 선물할까 싶어 잠시 알아보다 말았던 터라 평이 좋다는 정도 외에 다른 사전 정보는 없었는데, 색감이 예쁜 표지를 보고 혹시 만화가 아닐까도 생각했다. 그리고 펼친 첫 장. 밤하늘 위에 하얀 글씨로 새겨진 첫 문장이 눈부시다. "나에게는 이름이 없다. 하지만 나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은 한 권의 아름다운 이야기다. 누군가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고, 각자의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심사평에서 언급되었던 바처럼 "이 이야기를 '동화'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아이가 있다면 꼭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노든이 앙가부에게, 치쿠가 노든에게, 그리고..

[강화길] 화이트 호스

저자 : 강화길 출판 : 문학동네 출간 : 2020.06.12 책더미 한 켠을 조심스레 허물었다. 지나간 것들은 떠나보낼 시기가 되었다고 느껴지는 것은, 행성 역행이 끝났다거나 음력 설이 되었다거나 하는 이유만은 아닌 것 같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잠시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나를 휘감고 있던 것들이 '툭'하고 떨어져 나간 것만 같은 기분. 그래서,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내가 맞는지 스스로가 낯설어지는 기분. '강화길'이라는 작가를 처음 만났다. 그리고 낯선 매력에 빠져들었다. 이 작가는 이전까지 내가 반해왔던 작가들과는 결이 다른 스타일인데, 이런 느낌의 소설은 무척 드물다고 감히 표현하고 싶다. 잘 짜여진 미스터리나, 묘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환상 소설이 아니다. 보다 현실적이고, 잔인할 정..

[심채경]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저자 : 심채경 출판 : 문학동네 출간 : 2021.02.22 춥다. 가능만 하다면 바로 월동에 들어갔을 날씨인데, 영하의 눈발을 헤치며 꾸역꾸역 출퇴근을 행하느라 아주 고역이다. (수많은 출퇴근러들에게 위로와 안부의 인사를 건네본다.) 원래 동일 조건에서 절대 온도가 내려가면 입자의 활동은 저해되는데, 꼭 그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굉장히 '느려진' 느낌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책을 읽는다거나, 그림을 그린다거나, 논다거나, 먹는다거나 모든 활동들이 평소의 몇 배는 걸리는 것 같다. 마치 물 속에서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인데, 그리 싫지 않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심채경 저자의 는 21년도에 구매해두었던 책이었다. 차일피일 미루다 올 겨울, 눈이 내리는 날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에 읽기 시작했는데 최초의..

[김홍중] 은둔기계

저자 : 김홍중 출판 : 문학동네 출간 : 2020.11.20 가벼운 마음으로 들었다가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읽었다. 철학을 접한다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 생각을 다듬는 칼을 얻는 것이며 자신을 마주할 수 있도록 거울을 닦을 천을 얻는 것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글은 저자가 말한 대로 '쉽게 읽히지 않는 문장'들이다. 한 문장씩 끊어서 눈 앞에 걸어두고 한참을 곱씹어야 했다. 그런데도 좋았다. 특히 현시대에서 역사를 밀어낸 향유자로서의 주체를 설명하며 어째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를 설명하려 했던 부분과, 모든 선험은 후험적으로만 인식될 수 있다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이는 유행가를 통해 작품이 시간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를 고찰했던 부분과, 그러므로 작품은 반영론적으로 해석되어야만 한다..

[정문정] 더 좋은 곳으로 가자 - 능력에 요령을 더하면 멋지게 갈 수 있다

저자 : 정문정 출판 : 문학동네 출간 : 2021.03.10 읽는 동안 아픈 문장이 너무 많아 쉬어가면서 읽을 수밖에 없었다. '행복한 가정들은 모두 비슷하게 행복하지만,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불행하다.'라는 의 첫 문장처럼 불행은 모두 제각각이라 그 크기와 성격을 비교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경험해보지 않은 고통은 상상일 뿐이라, 누구나 자신의 경험이 가장 괴롭고 아플 수밖에 없다. 어린 시절,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는데 왜 모른다는 이유로 디메리트를 받아야 하는지 분노했었다. 출발선상이 다르니까 어쩔 수 없는 게 아닌지, 태어나자마자 보육시설에 가둬놓고 키우지 않는 한 '똑같이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비교'하는 게 가능한 일인지 절망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도 서울이나 경기권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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