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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심판

저자 : 베르나르 베르베르 / 전미연출판 : 열린책들출간 : 2020.08.30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장편을 많이 쓰는 작가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을 읽어보면 그에게 작품의 길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다. 이전에 그는 '글' 또한 하나의 건축물처럼 잘 설계된 구조에 따라 쓴다고 표현한 적이 있는데 또한 그런 구조적 탄탄함이 잘 느껴지는 글이다. 은 아나톨 피숑이라는 인물이 겪는 사후 세계에 관한 희곡이다. 수술대에서 심정지가 찾아온 순간부터 최종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게 되는 순간을 본인이 지켜보는 모습은 조금 으스스하면서도 흥미롭다. 환생을 선고받은 그가 '생' 자체보다는 '아나톨로서의 정체성'에 집착하는 모습에는 나도 모르게 자신을 겹쳐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결말은 ..

[나카무라 아스미코] 우츠보라 1-2 (완)

저자 : 나카무라 아스미코 / 최윤정출판 : 학산문화사출간 : 2011.02.15저자 : 나카무라 아스미코 / 최윤정출판 : 학산문화사출간 : 2014.05.21    나카무라 아스미코의 섬세한 선을 좋아한다. 일견 비례가 어긋나 보이는데도 매력적인 인체는 전매특허기도 하다.  이 작가의 진짜 강점은 화려해 보이는 그림체로 놀랄 정도로 미묘한 감정들을 건드린다는 점이다. 어딘가 어둡고 비틀린 감정부터 막 일어나는 풋풋한 설렘과 끝이 보이지 않는 담담한 절망까지. 의 '미조로기 슈운'은 수많은 이들을 닮아 있다. (일본에는 유독 정사(情死)에 얽힌 일화가 많은 느낌인데, 아무래도 다자이 오사무가 먼저 떠오른다.)그는 작가로서의 괴로움, 예민한 사람으로서의 괴로움, 남성으로서의 괴로움을 모두 담아낸다.심경을..

[하브 에커] 백만장자 시크릿 - 부를 끌어당기는 17가지 원칙을 알려주는 부자 매뉴얼

저자 : 하브 에커 / 나선숙 / 편기욱출판 : 알에이치코리아출간 : 2008.07.16        자기계발서와 영성도서가 그리 다르지 않은 이야기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삶의 목표가 '성공'이냐 '깨달음'이냐 정도의 차이일 뿐, 그 목표지점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방법은 대동소이하다.결국 질문은 언제나 같은 지점으로 돌아온다. "무엇을 원하는가?" 정말로 중요한 것은 얻는 방법이 아닌 얻고자 하는 것이라는 걸.'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라는 걸.주변에서 속삭이는 대로, 상황이 주어지는 대로 흘러가지 말고 원하는 것을 '주문'해야 한다는 걸. 내가 그것을 정말로 원하는지는 얻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가장 큰 장애물이 자기 자신이라는 점.스스로의 무의식적 믿음을 바꾸지 않는 한 표면적인 의..

[아고타 크리스토프] 문맹 - 자전적 이야기

저자 : 아고타 크리스토프 / 백수린출판 : 한겨레출판사출간 : 2018.05.09       모국어를 잃는다는 것. 그리고 낯선 언어를 다시 배운다는 것.  마음을 흐르는 이미지들은 언어로 표현하기 위해 고정시키는 순간 변질된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글을 쓴다는 건 그런 번역의 순간을 한 차례 더 거칠고 극렬하게 거쳐야만 한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한국어로 만나는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글은 김연수 작가의 표현처럼 '명징'하다. 글이 전해주는 울림은 표현형에만 달린 것이 아니다. 그것이 닿아있는 근원이 무엇인가가 더 큰 영향력을 미친다.  가볍고 깔끔한 장정의 책이다.길지 않기에 더욱 울림이 깊었던 책이기도 하다.  읽기 위주의 삶에서 쓰기로 넘어가야 할 지점인가-지금이 본격적으로 외국어를 공부하기에는..

[장샤오위안] 고양이의 서재 - 어느 중국 책벌레의 읽는 삶, 쓰는 삶, 만드는 삶

저자 : 장샤오위안 / 이경민출판 : 유유출간 : 2015.01.24        무척 행복하게 읽었다.  책벌레는 어디에나 있다. 전 세계, 전 시대에. 물론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때는 그때의 '책'이 있을 것이다.  여건만 허락한다면 평생 여유롭게 책만 읽으면서 살고 싶었다.표현이 과거형인 이유는 이제는 책 이외에도 관심이 가는 것들이 더 생겼기 때문으로...그렇다. 책'만' 읽고 살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그렇지만 책'을' 읽으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지금 나의 책방에 쌓여 있는 책은 간단히 눈대중으로만 잡아도 2만권쯤 된다. 수량도 수량이지만 제대로 정돈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난감한 모양새다. (본문 중 '타인에게 보여줄 수 없는 서재 꼴'에..

[미츠카즈 미하라] 독희 1-5 (완)

저자 : 미츠카즈 미하라 / 박보영출판 : 조은세상출간 : 2016.07.15       미츠카즈 미하라의 을 와 함께 인생작으로 생각했던 시기가 있다. 지금도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작품이다. 동 작가의 도 좋아하는데 번역 출간이 중단되어 아쉽다. 엠바밍이라는 매력적인 주제를 다루는 작품인데. 는 아주 어릴 때부터 독에 노출시켜 전신의 체액이 독이 되도록 만든 아이들의 이야기다. 서로를 안심하고 껴안을 수 있는 건 같은 독희 뿐.국가 정세에 따라 어딘가로 보내지지만 살아 돌아오는 건 극소수 뿐.살아있지만, '삶'을 살고있는 건 아니다. 이 작품 내에서의 '독(毒)'은 현실적인 독이기도 하지만 심리적인 독이기도 하다. 고독과 외로움, 갈망 같은 충족되지 못한 욕구들도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비..

[수키 노보그라츠, 엘라자베스 노보그라츠] Just Sit 일단 앉으면 - 숨쉬기보다 쉬운 명상 가이드북

저자 : 수키 노보그라츠 / 엘라자베스 노보그라츠 / 김훈출판 : 김영사출간 : 2018.10.19  요가를 쉬면서부터 명상을 게을리했던 것 같다. 여유가 없었다는 좋은 핑계가 있지만, 사실 '하지 않기'를 선택했다는 게 훨씬 정확하다.  명상은 일상의 다양함들 중 무엇에 집중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연습과도 같다. 지각되는 것들을 감각하되, 그중 자신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연습. 그것은 생각이 될 수도, 이미지가 될 수도, 소리가 될 수도 있다.  흔히들 감정이나 기분이 먼저라고 생각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머릿속에서 생각 -속삭이는 소리- 이 먼저 일어나고 감정이 뒤따르는 경우를 더 자주 볼 수 있다. 같은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일어나는 감정은 달라진다.  그리고 명상은 그런 머릿속의 ..

[윌 듀런트] 내가 왜 계속 살아야 합니까 - 퓰리처상 수상 작가가 묻고 세계의 지성 100인이 답하다

저자 : 윌 듀런트 / 신소희출판 : 유유출간 : 2020.01.14       몽테뉴의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 이전에, 윌 듀런트의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두어야 할 것 같다. 저자는 우연히 만난 한 젊은이와의 대화에서 이 화두를 떠올렸다고 한다. 자살을 생각한다는 그는 '당신이라면 왜 살아야 하는지 답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면 이대로 죽겠다'고 했다고 한다. 저자는 최선을 다해 답변했지만 그가 결과적으로 설득되었는지 알 수 없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이후 자신의 생각에 더해 수많은 유명인사들과 석학들의 서편 답변을 수록해 이 책을 펴낸다. '왜 삶을 유지하는가?' 책임져야 할 것들이 있어서, 태어났으니까, 누군가가 슬퍼할 테니까, 죽음의 순간/고통이 ..

[로버트 기요사키] 부자 아빠의 비즈니스 스쿨

저자 : 로버트 기요사키 / 안진환출판 : 민음인출간 : 2003.05.20       쌓인 책들을 뒤적거리다 보니 '부자 아빠' 시리즈가 무더기로 나왔다. 내가 첫 직장을 다닐 때 읽었던 게 였으니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난 시리즈인데, 그때만큼 돌풍은 아니지만 지금도 여전히 읽히고 있는 걸 보면 확실히 배울 점이 있는 것 같다. (지금은 세이노나 엠제이 드마코가 그 자리를 대체한 것 같기도 하다) 지금껏 몇 차례 '수입'과 '자산'에 대한 생각 정리를 할 기회가 찾아왔었다. 항상 지금이 가장 빠른 순간이라고는 하지만, 조금 더 일찍 깊게 관심을 가지지 못한 점이 아쉽다. 예전에 연금복권에 대해 상상해 봤던 적이 있다. 당시에는 막연히 한 번에 큰 금액으로 받으면 관리가 어려울 것 같으니까, 총액이 더 ..

[사카이 다츠오] 재밌어서 밤새 읽는 해부학 이야기

저자 : 사카이 다츠오 / 전지혜출판 : 더숲출간 : 2019.05.20       정말로 '밤새' 읽은 것은 맞는데, 내 경우에는 그 이유가 '재미있어서'는 아니었다. 단지 약간의 바보 같은 실수 때문이었다. 포기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안 읽을 것 같은 책들은 곧바로 처분 결정을 하는 중이다. 판매가 가능한 책은 판매하고, 매입불가가 뜨는 경우에는 모아두었다가 폐지로 배출하고 있다. (매입불가인 책들은 대부분 출간된 지 5년이 넘었기 때문에 기증도 불가능하다)  책을 쌓아둘 때 시간순대로 쌓아둔 게 아니기 때문에 (이사도 겪었고, 무너진 책들을 다시 쌓거나 옮기는 과정에서 골고루 뒤섞였다) 손 닿는 곳에 있는 책이 꼭 신간이지는 않다. 지금 주로 발굴(?)되고 있는 책들은 주로..

[이장욱] 에이프릴 마치의 사랑

저자 : 이장욱출판 : 문학동네출간 : 2019.10.30                  내 기억 상으로는 처음 만나는 작가다. , 눈길을 끄는 제목과 표지가 마음에 든다.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각각의 색감이 무척 다양했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건 와 표제작 . 애완 파충류도 좋아하는 편이라 도 좋았다.  자신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사랑과, 그것을 건네받은 사람의 입장에서 보는 사랑이란 얼마나 달라지는지.수많은 것들이 달랐음에도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랑이라고 믿게 되는 것은, 외로움 때문일지 자기 연민에서 출발한 자기 확신 때문일지.  약간 불편하지만 불쾌하지는 않을 지점을 절묘하게 건드리는 단편들이었다.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싶었던 글은 .내가 이해한 게 맞는지 자신이 없어지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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