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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가 흐르는 이야기 1002

[닐 게이먼] 그레이브야드 북 - 2009 뉴베리 상 수상작

저자 : 닐 게이먼 출판 : 에프(f) 출간 : 2016.01.25 이 책은 읽기에 따라 허무맹랑한 상상의 세계를 다룬 청소년 문학으로도, 동시에 누구나 겪었던 어린 시절의 환상과 향수를 다룬 성인 문학으로도 분류할 수 있다. 의 뉴베리 상 수상과 관련한 논란은, -작가가 닐 게이먼이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아마도 작품 자체로 보았을 때도 '주인공이 청소년이면 아동 문학인가?'라는 큰 의문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에 생겼을 것이다. 저자가 이와 관련해 밝힌 소견이 작가 후기와 수상 소감문에 담겨 있으니 꼭 놓치지 말고 읽어보시길.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백미는 작가의 수상 소감문이라 생각한다. 좋은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이 존재하는가? 소설이란 누군가를 위해 쓰여지는가? 독자인가, 작가인가, 혹..

[신카이 마코토] 스즈메의 문단속

저자 : 신카이 마코토 / 민경욱 출판 : 하빌리스 출간 : 2023.02.07 작년, 공기가 한창 뜨거울 무렵에 을 보고 또 읽었었다. 이 책에 대해서는 끝까지 리뷰를 쓰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한두 계절이 지나고 해가 바뀐 지금,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게 되었다.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애니메이션이었으니 본 이야기의 내용이나 인물에 관해서는 달리 크게 덧붙일 내용은 없을 듯하다. 그보다는 다소 개인적인 단상들을 남겨보려 한다. 확인된 설정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주목했던 부분은 다이진과 요석에 관한 것이었다. 오래된 요석이 인격화 -또는 신격화- 한 것인지, 신념을 담은 인간 그 자체가 요석이 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몇 세대에 걸쳐 변화해 가는 인간의 삶과 인식에 맞추어 요석의 위치 또한 변해왔..

[김경리] 요가의 언어 - 걱정과 고민을 툭, 오늘도 나마스떼

저자 : 김경리 출판 : 위즈덤하우스 출간 : 2019.09.20 지난 연말, 요가를 시작했다. 제대로 배워 보고 싶은 마음 반, 스스로를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 반이었다. 확인하고 싶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내가 제대로 해나가고 있다면 내 몸으로 표현하지 못할 리 없다', '만약 잘 되지 않는다면 그와 연결된 부분을 깊게 살펴보고 싶다'는. 이전에도 몇 차례 언급한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나에게는 다소 중증의 '시작병'이 있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뭔가를 시작하기에 앞서 과하게 정보를 찾아보며 미루는 증상이다. 처음 배울 때 잡힌 틀을 깨는 것을 어려워하기 때문인데, 또 아예 틀이 없으면 금세 시들해져버리고 만다. 해서 시작 단계에서는 최대한 중립적이거나 전통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교습을 받고 싶어 ..

[조 디스펜자] 당신도 초자연적이 될 수 있다 - 나는 어떻게 원하는 내가 되는가?

저자 : 조 디스펜자 / 추미란 출판 : 샨티 출간 : 2019.12.16 이 책은 본서를 읽을 때보다 발췌문을 정리할 때 더 깊게 와닿았던 것 같다. 갖다 붙이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나는 언제나 가장 적절한 시기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다. 이를 테면 어떤 책이나 글이 누군가에게 가닿는 것에도 적절한 시기가 존재한다는 식이다. 몇 년 전에 읽을 때는 그저 그랬는데 어떤 일을 겪고 다시 읽어보니 그렇게 가슴을 울릴 수 없더라-처럼. 동시에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시기에 일어난 만남 역시도 적절했다고 믿는다. 갓 결혼한 부부가 서로의 어린 시절 앨범을 들춰보다 사진 한 귀퉁이에서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고 놀라는 것처럼,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 조우가 필요했었기 때문이라고. 해서 조금은 집중하지 못한 채로 읽었던 ..

[키쿠치 히데유키] 뱀파이어 헌터 D 1-7 上下

저자 : 키쿠치 히데유키 / 안종두 출판 : 시공사 출간 : 1998.12.31 저자 : 키쿠치 히데유키 / 안종두 출판 : 시공사 출간 : 1998.12.31 저자 : 키쿠치 히데유키 / 안종두 출판 : 시공사 출간 : 1998.12.31 저자 : 키쿠치 히데유키 / 안종두 출판 : 시공사 출간 : 1998.12.31 저자 : 키쿠치 히데유키 / 안종두 출판 : 시공사 출간 : 1998.12.31 저자 : 키쿠치 히데유키 / 안종두 출판 : 시공사 출간 : 1999.12.31 저자 : 키쿠치 히데유키 / 안종두 출판 : 시공사 출간 : 1999.12.31 어린 나날의 기억을 더듬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기묘함이 있다. 한 올 한 올 조각한 것처럼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 순간의 공기까지도 느껴지는 듯한 순..

[고이케 마리코] 괴담

저자 : 고이케 마리코 / 오근영 출판 : 알에이치코리아 출간 : 2017.09.12 똑같이 대수롭잖은 일이라고 생각하는데도 마음의 품이 다르게 들어가는 일들이 있다. 어떤 것은 큰 부담감 없이 곧바로 손을 댈 수 있는데, 또 어떤 것은 애쓰는 마음을 먹어야만 시작할 수 있다. 언뜻 보기에는 그다지 달라 보이지 않은 평이한 일들이다. 무엇이 다른 걸까? 정말 차이가 존재한다면 그건 그것들을 바라보는 내 안에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싫은 일이 나에게는 의식조차 없이 평이하게 해낼 수 있는 일이듯이, 그저 그런 다름이 있을 뿐이라고. 고이케 마리코의 은 그렇게 조금씩 '다른'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 다름에 대한 시각과 감정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누군가..

[사무엘 비외르크] 나는 혼자 여행 중입니다

저자 : 사무엘 비외르크 / 이은정 출판 : 황소자리 출간 : 2016.08.05 익숙했던 것이 낯설어지고, 새로운 것이 익숙해지는 지점을 정확히 어디쯤일까? 많은 물질들은 반감기를 갖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습관, 기억, 감정에도 반감기가 존재할까? 다시금 한동안 휴식기를 가졌다. 딱히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자주 리뷰를 올릴 때에는 아무것도 쓰지 않는 게 어색했는데, 몇 번 쉬어보니 별다른 생각 없이 일상을 보내다 보면 시간이 흘러 있었다. 변화는 결과를 인지하는 순간에 완성된다. 하지만 일상적인 변화는 계절의 바뀜처럼 한 순간에 명확하게 깨닫게 되지는 않는다. 이전과는 다르지만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닌 애매한 지점. 그런 분절점들이 존재하고, 평소 자신에게 관심이 많은 이들은 그런..

[브루스 배게밀] 생물학적 풍요 - 성적 다양성과 섹슈얼리티의 과학

저자 : 브루스 배게밀 / 이성민 원제 : Biological Exuberance : Animal Homosexuality and Natural Diversity 출판 : 히포크라테스 출간 : 2023.08.08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다. 책을 읽었던 것은 10월 말 경인데, 12월에 들어서서야 리뷰를 남겨본다. 살짝 압도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먼저 약간의 아쉬운 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그 외에 다른 모든 점들은 환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첫째는 장정. 물론 원서부터가 화식조를 표지로 한 단권이기에 최대한 비슷한 느낌으로 맞춘 것 같다. 하지만 한 번에 읽지 않을 법한 2부는 별책으로 분리하고 케이스를 제작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1300페이지가 넘어가는 책을 들고 다니면서 읽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

[퍼트리샤 윌트셔] 꽃은 알고 있다 - 꽃가루로 진실을 밝히는 여성 식물학자의 사건 일지

저자 : 퍼트리샤 윌트셔 / 김아림 출판 : 웅진지식하우스 출간 : 2019.12.18 법의학자라고 하면 조명이 집중된 차가운 금속 테이블과 흰 천으로 덮인 시체를 떠올리기가 쉽다. 하지막 법의학에는 의학 외에도 다양한 분야가 존재한다. 법의-화분학, 생태학, 지리학 등등. 의 저자 퍼트리샤 윌트셔는 화분학을 주전공으로 하는 식물학자이자 법의생태학자이다. 그녀가 여왕의 정원인 왕립식물원 큐가든 출신이라는 것만으로도 저자의 커리어가 화려할 것이라는 걸 짐작할 수 있는데, 특히 꽃가루 분석을 통한 고고학 연구에 매진하던 중 법의학 분석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되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녀는 현장과 사체에서 채취된 꽃가루를 분석해 사건 발생 시기와 장소, 환경을 추정한다. 분석 결과는 때로는 서로 엇갈리는 진술의..

[앤 모로 린드버그] 바다의 선물

저자 : 앤 모로 린드버그 / 김보람 원제 : Gift from the Sea 출판 : 북포레스트 출간 : 2022.03.22 표지의 색감이 아름다워서 선택했을 뿐 다른 사전 정보는 없었는데, 완독 후 이 책을 만나게 해 준 우연에 감사하게 되었다. 그 정도로 깊은 만족감을 주는 책이다. 한 명의 인간은 수많은 정체성을 담고 살아간다. 누군가의 자녀, 누군가의 동지, 누군가의 부모. 이런 역할들은 직업과 사회라는 또 다른 조건 하에서 보다 다양하게 세분화된다. 그리고 그 모두로부터 자유로워지지 못하는 한 개개인은 인생의 각 단계를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저자는 그러한 삶의 단계들을 각기 다른 조개들을 들어 비유한다. 한 개인으로써의 다양한 삶의 측면 -태어나면서부터 짊어지는 모든 것들..

[정회엽] 책 덕후 아님 - 그래도 출판 편집자로 산다

저자 : 정회엽 출판 : yeondoo 출간 : 2021.12.06 음. 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 좋지만 내 취향엔 역시 다.) 10년 동안 한 길을 걸어가기란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니다. 정작 그런 삶을 살아낸 이들은 그저 한눈팔지 않고 걸어가다 보니 그런 결과가 나왔을 뿐이라고들 하지만, 그 '한눈'을 돌리지 않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근래에는 학창 시절 좋아했던 '추억의(?) 책'들을 다시 찾아 읽고 있어서인지 새삼 '시간을 버티는 힘'에 관해 생각이 튄다. 그런 시기에 읽게 된 책이 이다. 이 책은 17년째 출판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는 저자의 '편집자 인생'에 관한 글들을 모아낸 두껍지 않은 책이다. 다만 저자가 서문에서 이미 밝힌 바처럼 '누가, 왜 이 책을 읽을..

[고이케 마리코] 이형의 것들

저자 : 고이케 마리코 / 이규원 원제 : 異形のものたち 출판 : 북스피어 출간 : 2022.08.26 을 읽은 후 비슷한 분위기의 글이 더 읽고 싶어 져서 고이케 마리코의 과 을 골랐다. 저자의 다른 작품을 읽어본 적이 있었다거나, 어떤 작가인지 알고 골랐던 건 아니었다. 늘 그렇듯 가볍게 훑어보고, 손이 가는 대로 선택했을 뿐이다. 두 책 모두 읽는 도중보다는 다 읽은 후 길게 남는 여운이 훨씬 마음에 드는 책들이었다. 끝맺은 이야기를 덮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기 직전의 틈. 그 틈들이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느낌이었다. 편집자의 후기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저자 특유의 자세한 묘사 또한 그런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어쩐지 나 또한 같은 장면 속에서 같은 공기를 숨 쉬는 기분이 든다. 비가 내리는 날의..

[팀S&S] 라디오스톰 1-4

저자 : 팀S&S 출판 : 디앤씨웹툰비즈 출간 : 2023.03.10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었는데, 발췌를 정리하다 보니 최초의 감상과는 결이 많이 다른 단상들이 남았다. 우선 작품 자체는 무척 매력적이다. 깔끔하고 강약이 있는 그림체, 신선한 설정, 구원 서사까지. 저자들의 이전 작품인 를 읽어보았더라면 좀 더 깊이 있는 캐릭터 이해가 가능했겠지만 -작중 두 인물은 의 제스와 로로 보인다- 지금은 읽어볼 수가 없으니 암시적인 부분들은 모두 배제하고 이야기해보려 한다. 먼저,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한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여성성과 남성성이 혼재한다. 신체적인 특징들로 성별 구분은 가능하지만, 사실 정신적인 부분뿐 아니라 신체까지도 반드시 완벽하게 한 쪽 성으로만 이루어지..

[구병모] 단 하나의 문장

저자 : 구병모 출판 : 문학동네 출간 : 2018.11.10 이 책을 읽은 지 근 한 달 정도가 지났다. 발췌문을 정리하며 생각한 것은 무언가를 접한 직후와 시일이 지난 후 감흥이 변해가는 과정에 관한 것이었다. 발효와 부패를 나누는 기준은 오직 '인간의 이익'일뿐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라는 진리 만이 영원하다던가. 인간의 기억은 날카로웠던 문장과 그 순간 진동했던 감정들을 쉬이 잊는다. 그러면서도 -놀랍게도- 짤막한 한두 문장 혹은 한두 단어를 접하는 순간 그 전체가 즉시 되살아나기도 하는 것이다. 은 이전까지 내가 읽었던 -몇 편 되지 않는- 구병모 작가의 작품들과는 다소 결이 달랐다. 어쩌면 저자가 발표한 모든 소설들 중 가장 자기 개인을 담아낸 작품이 아닐까 감히 추측해 본다. 다작을 한다 ..

[자크 아탈리] 언제나 당신이 옳다 - 이미 지독한, 앞으로는 더 끔찍해질 세상을 대하는 방법

저자 : 자크 아탈리 / 김수진 출판 : 와이즈베리 출간 : 2016.03.08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러운 책은 아니었다. 어떤 면에서는 지독히 프랑스적인 시선이라고도 평할 수 있겠다. 의 저자 자크 아탈리는 그럭저럭 먹고살만하게 만들어주는 복지에 기대어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말라고 날카롭게 조언한다. 그 대신 자신의 취향, 성별, 이름, 국적까지 모든 것을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믿음의- 제약에서 벗어나 스스로 고찰해 결정하고 선택할 것을 권한다. 남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사회적인 분위기가 그러니까, 종교서에 그렇게 적혀 있으니까 같은 것들은 모두 핑계일 뿐이다. 믿을 것은 언제나 자기 자신 뿐이다. 그리고 이 고독함을 받아들임이야말로 진정한 바닥 -나 자신이라는 깊은 뿌리- 에서부터 뻗어나갈 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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